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고대 바빌로니아의 서사시. 영원히 죽지 않고자 하였던 왕이자 영웅인 길가메시의 여행담으로 엮어져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2000년 무렵에 이룩된 것으로, 각기 시대가 다른 별도의 이야기들을 한 사람의 인물인 길가메시를 내세워 하나의 줄거리로 엮어 낸 것이다.
이는 약 3,600행에 이르는 고대 근동 최대의 서사시로서 절반쯤의 분량이 남아 전하는데, 그 규모에 있어서 그리스의 《
오디세이아》에 견줄 만하다.
이 서사시의 주인공 길가메시는
수메르·
바빌로니아 등 고대 오리엔트 여러 민족 사이에 가장 널리 알려진 전설적 영웅이다.
수메르의 한 자료에 의하면, 길가메시는 기원전 3000년 우루크 제1왕조 제5대 왕이었다.
그러나 뒤에는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 부조와 원통·인장 등의 고대 미술 작품에도 가끔 나타나고 있다.
우루크의 길가메시는 수메르 왕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에서도 대홍수를 겪은 다음 우루크를 통치하였던 왕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서사시에서 묘사된 길가메시의 영웅적 공적들 모두가 역사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후리안어와 히타이트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 자료가 되었던 것은 많은 수메르어로 된 길가메시 전설이었으며, 이들 전설을 이용하여 바빌로니아의 작가가 인류 최대의 서사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들 시대가 다른 이야기들을 전설적 영웅인 길가메시라는 중심 인물로 통일시켜, 오리엔트의 여러 민족에게 전해졌다.
이 서사시의 중심이 되는 주제는 삶과 죽음, 그 가운데서도 인간이라면 어떤 사람이라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가혹함이다.
그와 함께 인간의 신성·야수성· 투쟁·욕망·모험·우정· 애정 등 시대를 뛰어넘는 문학의 영원한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원전 7세기 니네베의 아슈르바니팔 왕궁 서고에서 출토된, 12개의 점토 서판을 《길가메시 서사시》의 가장 완벽한 문원상의 출처로 인정하고 있다.
1862년에 영국 사람 조지 스미스가 이 서판의 내용을 공표함으로써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키드어로 씌어 있는 이 12개의 점토 서판 역시 불완전하여, 누락된 부분은 메소포타미아나 아나톨리아 등 다른 곳에서 발견 된 자료로 그 내용을 메웠다.
니네베에서 발견된 12개의 점토 서판 《길가메시 서사시》는 길가메시를 찬양하는 머리말로 시작된다.
이 머리말에 이어 길가메시는 위대한 우루크의 건설자이자 전사로서 땅 위의 모든 일을 아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영웅이며, 폭군으로 묘사되어 있다.
길가메시의 폭군적인 통치를 받고 있던 사람들은 그 압제를 견디지 못하여 마침내 신에게 기도를 하였다. 이 기도에 응답하여 여신 아루루는 야생의 괴물 엔키두를 창조하였으며, 이 괴물 엔키두를 우루크로 보냈다.
점토 서판 2권에서는 길가메시와 괴력을 지닌 엔키두가 힘을 겨루어 길가메시가 승리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경쟁 끝에 친구가 되었으며, 두 사람은 숲속의 괴물 훔바바를 물리치러 함께 떠난다.
3 ~ 5권에서는 외딴 히말라야 삼나무 숲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은 수호자 훔바바에게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함께 대항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해 오는 자료에는 이들 대항의 장면과 결과에 대한 부분은 남아 있지 않다.
6권에서는 길가메시와 여신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사랑의 여신 이슈타르가 우루크에 돌아온 길가메시에게 청혼을 하는데, 길가메시가 이를 거절한다. 여신은 분노를 참지 못하여 하늘의 황소 를 보내어 길가메시를 해치려고 한다.
그러나 길가메시는 엔키두의 도움을 받아 하늘의 황소를 죽여 버린다.
7권은 엔키두의 꿈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엔키두의 꿈 속에서 여러 신들이 둘러 앉아 하늘의 황소를 죽인 엔키두는 하늘 로부터 죽음의 벌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한다. 그 꿈에서 깨어난 뒤로 엔키두는 병이 들어 자리에 누웠다.
8권에서는 길가메시가 친구 엔키두의 죽음을 애통해 하며 장례를 국장으로 성대하게 치르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그 뒤 9 ~ 10권에서 길가메시는 죽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인간으로서 죽지 않는 비결을 알아 내려고 바빌로니아 홍수에서 살아 남은 우트나피시팀을 찾아, 사자가 우글거리는 황야, 반은 사람이고 반은 무서운 독을 가진 전갈인 괴물이 사는 산을 넘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는 위험한 여행을 떠난다.
드디어 멀리 성자의 섬에 살고 있는, 바빌로니아의 노아라고 할 수 있는 우트나피시팀을 만난다.
11권에서 길가메시를 만난 우트나피시팀은 구약 성서 중 노아의 홍수에 해당하는, 옛날 신이 일으켰던 대홍수의 이야기를 길가메시에게 한다.
그러나 그도 죽지 않는 비결은 알지 못하였다. 다만 늙지 않는 약초인 불로초를 바다에서 캐는 방법을 길가메시에게 가르쳐 준다.
길가메시는 불로초를 캐 가지고 우루크로 돌아오다가 잠시 쉬는 사이 뱀에게 늙지 않는 약초를 빼앗겨 버렸다. 그래서 빈손으로 길가메시는 슬픔에 잠겨 우루크 로 돌아온다.
마지막 권에서는 이슈타르신이 길가메시에게 주었으나 잃어버렸던 물건 푸쿠와 미쿠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니네베에서 발견된 12개의 점토 서판 《길가메시 서사시》는 엔키두의 영혼이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고 있다.
엔키두의 망령은 길가메시에게 잃어버린 물건 푸쿠와 미쿠를 찾아 주겠다고 약속하고, 죽음 뒤의 운명적인 괴로움과 지옥에 대한 참상을 길가메시에게 이야기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