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3 ~ 1407]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 본관은 안동이다. 고조부는 방경(方慶), 할아버지는 영후(永煦), 아버지는 부지밀직사사 천이다. 조상들의 공으로 과거 시험을 보지 않고도 벼슬에 오르는 음보로 앵계 관직이 되었다.

감찰 규정을 거쳐 공민왕 때 그는 문과에 급제하여, 조준 등과 함께 대간을 지냈으며, 1377년 집의· 개성 부윤이 되어 보리 공신의 호를 받았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단행한 뒤 교주 강릉도 도관찰출척사로 나갔고, 1390년 밀직지사로 대사헌을 겸하다가 문하부 지사로 승진하였다. 그 해에 윤이·이초의 옥사가 일어나 이를 두고 찬성사 정몽주와 서로 탄핵하였다.

윤이·이초의 옥사란, 공양왕 이 즉위한 다음 해이기도 한 1390년 명나라에 있던 윤이가 이초와 함께, '이성계가 옹립한 공양왕은 왕실 사람이 아니라 이성계의 인친일 뿐이며, 이성계 등이 장차 명나라를 치려 한다. 그리고 이색 등 고려의 재상들이 이에 반대하였다가 유배되거나 살해될 수 있다'고 고소를 한 데서 비롯된 옥사이다. 이들의 고소를 받은 명나라에서는 고려에 문책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고려에서는 이색을 비롯하여 그에 연루된 사람들이 유배되거나 국문을 당하거나 옥사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결국은 명나라에서도 고소 내용이 윤이와 이초의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어 큰 분쟁은 일어나지 않고 해결되었다.

그 때 삼사 좌사로 있던 그는, 1392년 이성계를 추대하여 조선 개국에 앞장섰다. 문하시랑찬성사로 판상서사사와 병조 전서에 임명되었으며, 개국 공신 1등에 봉해졌다. 이어 문하우 시중에 봉해지고, 상락백의 작위와 식읍 1,000호를 받았다. 여기서 식읍이란 국가에서 공신에게 내려, 개인 이 조세를 받아 쓰게 한 고을을 말한다.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 때에는 적장자에게 왕위를 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정종이 왕위에 오른 뒤 정사 공신 1등이 되었다. 1399년에는 등극사로 명나라에 다녀와서 문하 부사가 되고, 1401년 좌정승, 1402년에는 영사평 부사로 상락 부원군이 되어 공직에서 물러났다. 벼슬길에 나아간 뒤 한번도 탄핵받은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