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 1936년 9월에 종합지인 《
조광》에 발표되었다.
이상은 이 작품으로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냈으며 한국 소설의 전통 시학을 새롭게 바꾸었다.
「날개」는 우리 문학사상 획기적인 작품으로, 지은이가 1933년에 요양을 하기 위하여 황해도에 있는 배천 온천 에 갔을 때 금홍이라는 여인을 알게 되어, 그 여인과 2년 남짓한 동거 생활을 한 데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근대 지식인들의 모순된 자의식의 해부이며, 이 작품은 사회 현실의 문제를 심리적인 의식의 내면으로 투영시킨 문학 기법상의 방향 전환으로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
한국 현대 문학상 최초의 심리주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작은 방과 더불어 경성역과 미쯔꼬시 백화점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이제 막 근대 도시로 발돋움하던 경성의 화려함과 치사함, 나아가 냉혹한 자본의 질서 등을 형상화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식 청년인 나는 유곽(많은 창녀를 두고 손님을 맞아 매음하는 집)과도 같이 생긴 33번지에서 매춘부인 아내와 함께 산다. 나는 밤낮없이 놀거나 잠만 잔다. 나는 몸이 건강하지 못하고 자아 의식이 강하지만 현실 감각이 없다. 단 한 번도 아내의 남편이었던 적이 없다. 아내가 외출하고 난 뒤 아내의 방에 가서 화장품 냄새를 맡아 보거나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면서 아내에 대한 욕구를 달랜다.
아내에게 손님이 있으면 나는 아내가 주는 감기약 아스피린을 먹고 볕 안 드는 뒷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잔다. 손님이 가고 나면 아내는 나에게 돈을 주지만 나는 돈을 쓸 줄 모른다. 어느 날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돈 5원을 꺼내 아내 손에 쥐어 주고 처음으로 아내와 동침한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아내가 주는 아스피린이 수면제라는 것을 알고, 산으로 올라가 아내를 연구한다.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갈지도 모를 수면제를 한꺼번에 여섯 알씩이나 먹고 만 하루 동안을 자고 깨어나서는 아내를 의심하던 것을 미안해하며 아내에게 사죄하러 집으로 돌아온다.
그 때 나는 그만 아내의 매음 현장을 목격한다. 그 자리를 뛰쳐나와 정신 없이 거리를 쏘다니던 나는, 미쓰코시 옥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아무 데나 주저앉아 내가 자라 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한다. 그 때 '뚜우' 하고 정오의 사이렌이 울린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외쳐 보고 싶어진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