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곡물 또는 대지 (大地)의 어머니 신이며 대지의 생산력의 수호신. '데'는 ' 대지' 또는 ' 보리'와 연관 있는 말이고 '메테르'는 ' 어머니'라는 뜻이므로 데메테르는 ' 어머니인 대지' 또는 ' 곡식의 어머니'를 의미한다. 아마 사람들이 곡물을 키우는 힘을 신격화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데메테르는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 태어난 6남매 가운데 하나로 올림포스 12신 중에 들어 있으며, 남동생인 제우스와 결혼하여 페르세포네(프로세르피아)라는 딸을 낳았다.

인류에게 가장 많은 은혜를 베푼다고 하여 엘레시우스를 비롯하여 그리스의 여러 곳에서 딸인 페르세포네와 함께 '두 여신'이라는 이름으로 신들 중에서도 특별히 숭배되었다. 그녀는 보통 곡식의 여신으로 나오는데, 이울로('이울로스'에서 나온 말로서 곡식 다발을 의미한다)라는 이름은 데메테르의 숭배가 곡식의 어머니에 대한 숭배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데메테르의 영향은 곡식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콩을 제외한 땅에서 나는 모든 열매와 야채에까지 미쳐서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비슷하며 실제로 데메테르와 가이아는 종종 같은 수식어를 갖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그녀는 소아시아 지방에서 숭배하였던 자연의 여신인 키벨레와 동일시 되기도 하고 심지에 그녀의 어머니인 레아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곡물의 신인 케레스와 동일시되었다. 이와 같이 데메테르 는 농업과 식물의 여신이라는 상징으로 곡물의 이삭 모양의 관을 머리에 쓰고 손에는 홀장이나 보리 이삭을 든 모습으로 흔히 묘사되었다.

또한, 데메테르는 건강· 결혼· 출생 의 여신으로 여겨지기도 하였으며, 지방에 따라서는 대지의 여신이라는 좋은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뱀을 데리고 다니는 지하 세계의 여신으로도 알려졌다. 그래서 스파르타에서는 지하의 여신을 뜻하는 크토니아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나이든 여자 네 명이 제물로 암소 한 마리를 바치는 크토니아 축제가 아르골리스의 헤르미오네에서 행해졌다.

데메테르의 어두운 이미지를 부각시킨 또 다른 명칭은 아르카디아 지방에서만 불렸던 복수의 여신을 뜻하는 에리나스라는 이름과 암흑의 여신을 뜻하는 멜라이나라는 이름이다.

한편,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붙여진 이름인 암픽티오니스는 '인보(隣保) 동맹'의 수호 여신을 의미한다.

데메테르에 관련된 예술 작품으로는 기원전 5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엘리시우스의 부조》와 기원전 4세기 작품인 《데메테르 상》이 있다.

데메테르의 전설은 그녀의 딸인 페르세포네의 실종과 관련된 것으로 두 가지로 전해 오고 있다. 널리 알려진 것은 호메로스 풍의 찬가 제2의 《데메테르의 찬가》에 기록되어 있는 것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페르세포네가 어렸을 때 지하 세계의 왕인 하데스가 그녀를 짝사랑하여 결혼을 요구하자 아버지 제우스는 데메테르와는 의논하지도 않고 페르세포네를 하데스에게 주기로 약속하였다. 어느 날 페르세포네가 시칠리아 섬의 비옥한 땅 헨나에서 꽃을 꺾고 있을 때 하데스는 지하 세계로 그녀를 납치하였다. 하데스의 나라에서 슬픔에 잠긴 페르세포네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다. 한편, 데메테르 는 딸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천상 세계를 떠나 인간의 모습을 하고 지상을 헤매고 다니면서 그녀에게 호의를 베푸는 자에게 농업의 지혜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불친절한 자에게는 벌을 주기도 하였다. 엘레시우스에 도착한 데메테르는 슬픔에 잠긴 늙은 여자로 변신하여 우물가에 앉아 있었는데, 마침 그 곳을 지나던 켈레오스 왕의 딸들이 호의를 베풀어서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음식과 거처를 제공하였다. 켈레오스 일가의 친절에 감동한 데메테르는 켈레오스의 아들인 데모폰의 유모가 되었다. 데메테르는 그를 불사신으로 만들려고 낮에는 그의 몸에 신들의 향유를 발라 주고 밤에는 그의 몸 가운데 불사(不死)가 아닌 부분을 태우기 위해 불 속에 넣곤 하였는데, 그 사실이 들통나자 여신인 자기의 정체를 밝히고 켈레오스 왕에게 자신을 모시는 의식(엘레시우스의 신비 의식)을 집행하도록 명령하였다. 이렇게 데메테르가 엘레시우스 신전에서 지내는 동안 대지는 곡식이 여물지 않는 불모의 땅이 되어 사람들이 큰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제우스가 데메테르를 설득하려고 하였지만 실패하고, 결국 페르세포네가 지하 세계에서 어떤 것도 먹지 않았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그녀를 돌려 주도록 하데스에게 명하였다. 그러나 하데스는 몰래 페르세포네에게 석류 열매를 먹게 하였다. 이 몇 알의 석류 열매 때문에 그녀는 매년마다 일 년 중 3분의 1을 하데스의 지하 세계에서 그의 아내로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가을의 파종기에서부터 초여름의 수확기까지는 페르세포네가 어머니와 같이 지내므로 땅도 비옥해지지만 더운 여름에는 종자는 항아리 속에 저장되고 땅은 불모지로 변하였다. 한편, 제우스가 테메테르에게 사람들이 흉작으로 고통당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하자 트리프톨레모스(켈레오스의 아들 데모폰과 동일시 되기도 한다)에게 농업 기술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도록 명령하였다.

첫째, 할로아 축제는 아테네에서 시작하여 엘레우시스에서 끝나는 축제로, 데메테르의 명령으로 인간에게 농업 기술을 전하였다는 트리프톨레모스의 탈곡장이 엘레시우스에 있었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둘째, 프로이로시아 축제는 밭을 갈기 전에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축제로서 프로아르크투리아라고도 한다. 셋째, 클로이아 축제는 엘레시우스에서 이른 봄에 열리는 축제로 싹이 트기 시작한 옥수수를 위한 축제이다. 넷째, 테스모포리아 축제는 옥수수가 풍성히 열리도록 기원하는 축제이다. 다섯째, 탈리시아 추수 감사 축제는 수확이 끝난 가을에 열리는 축제로 코스섬에서 열렸다. 여섯째, 스키로포리아 축제는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축제인데, 한여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