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관우리 화개산에 자리하고 있는 절. 대한 불교 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신흥사의 말사이다. 통일 신라 시대인 865년(경문왕 5)에 도선 국사가 신도 1,000여 명을 동원해 이 절을 창건하고 삼층 석탑과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을 봉안하였다고 전한다.

'도피안사'라는 이름은 법당 내에 봉안된 철조 불상이 피안(열반의 세계)에 이르렀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유점사본말사지》에 수록되어 있는 《사적기》의 기록에 의하면, 도선이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을 조성하여 철원의 안양사에 봉안하기 위해 암소 등에 싣고 운반하던 도중에 불상이 없어져서 사방으로 찾았더니 현재의 도피안사 자리에 안좌하고 있었으므로 그 곳에 절을 창건하고 불상을 모셨다고 한다.

도선은 이 절을 800개의 비보 국찰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 비보 국찰이란 신라 말과 고려 초의 격변기에 도선이 불교 교단을 재정비하고 나아가 전 국토를 재개발하기 위해 세운 사찰로, 전 국토를 하나의 만다라 도량으로 보고 밀교의 택지법에 따라 사원·탑· 부도를 세웠으며, 그 곳에서 여러 불보살에게 가호를 빌어 나타난 신력으로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고 세상이 태평하기를 염원한다는 밀교 사상과 국가 왕실의 흥망성쇠와 인간의 길흉화복을 예언한다는 도참 사상이 불교와 결합되어 형성된 것이다.

주변의 화개산이 마치 연꽃이 물에 떠 있는 듯한 연약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도선은 이 곳에 도피안사를 세우고, 그 곳에 석탑과 철불을 봉안해 산세의 약점을 보완하여 국가의 내실을 굳게 다지고 외세의 침략 에 대비하였다고 한다.

도피안사는 오랫동안 제 모습을 유지하며 국가의 비보 사찰로 명맥을 이어오다가 조선 말 1898년(광무 2) 봄에 큰 화재를 입어 모두 불에 탔는데, 그 뒤 당시의 주지 월운이 강대용의 도움을 받아 법당을 짓고 불상을 봉안하였으며 승려들이 기거하는 요사채와 누헌 등을 중수하였다. 그리고, 1914년에 이르러서 당시의 주지였던 김의권에 의해서 신축·개수되었다.

8·15 광복 후 공산 치하에 들어갔었으며, 6·25 전쟁 때 전화로 인해 완전히 폐허가 된 것을 주지 김상기가 중건하였고, 1959년에는 당시 이명재 소장이 육군 제15사단 장병들과 함께 법당을 중건하고 군승을 두어 관리하게 하였다. 현재도 군에서 파견된 군승에 의하여 관리되고 있는 이 절은 휴전선 북쪽 민통선 북방에 위치하고 있어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법당과 요사채가 있으며, 문화재로는 창건 당시 조성된 국보 제63호인 도피안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과 보물 제223호인 도피안사 삼층 석탑이 있다.

이 가운데 도피안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은 법당 안에 봉안되어 있는 통일 신라 시대의 불상으로 높이는 9.1ｍ인데, 이 불상의 뒷면에 새겨진 명문에 의하면, 도선 국사가 865년에 신도 1,000명과 힘을 모아 이 불상을 조성하고 도피안사 에 모셨다고 한다. 현재 광배(불상 뒤에 세워 부처의 초인성을 나타내는 장식)는 없지만 불신(부처의 몸)과 대좌(불상 을 안치하는 대)가 모두 철로 주조되어 있는데, 이는 당대에 유행하던 주조 방식이었으며, 양식이나 형식적 특징에서 9세기 후기 불상의 한 형식을 정립한 불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