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년대부터 187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러시아만의 독특한 음악을 추구한 러시아 의 작곡가와 평론가들. 프랑스어로 '5인조'라고도 하는데, 이는 국민악파를 구성하는 작곡가가 모두 5명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국민악파에 속하는 사람들은 작곡가인 M.A. 발라키레프, C.A. 퀴, M.P. 무소르크스키, A.P. 보로딘, M.A. 림스키코르사코프와 음악· 문예 평론가인 V. 스타소프로이다.

이들은 발라키레프를 중심으로 통일성 있는 독특한 음악 을 만들었다. 또한, 평론가 스타소프는 이들 국민악파의 창작 활동에 있어서 정신적인 중심 역할을 하였다.

이들이 국민악파라는 음악 집단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할 무렵, 러시아 음악계는 유럽의 작곡가들이 만든 이탈리아나 독일 의 오페라를 비롯해 갖가지 형식의 서유럽 음악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특히, A. 루빈스타인은 황실의 보호를 받으면서 국가적으로 음악인을 길러 내는 등, 서유럽 음악을 러시아 에 뿌리 내리고 있었다.

국민악파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반기를 들고 태어났다. 그들은 귀족 등 일부 선택받은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복잡한 형식과 내용을 지닌 서양 고전 음악 에 반대해, 러시아 사람이면 누구든지 듣고 즐길 수 있는 러시아적이고 쉬운 음악을 추구하였다. 때문에 이들이 만드는 관현악곡이나 성악곡 등은 모두 러시아의 전통적인 음악 형식, 즉 민요나 전설·역사· 고대 신앙· 종교 의식 · 의례 등에서 영감을 얻은 것들이었으며, 러시아 일반 대중의 감성이 녹아 들어간 것들이었다.

이렇듯 민족주의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발라키레프· 림스키코르사코프 등은 많은 전래 민요를 수집하고, 이를 편곡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또한, 카프카스나 중앙 아시아 의 민속 음악도 이들 음악의 주요한 소재가 되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는 국민악파에 속한 5명의 작곡가들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점으로서, 이들은 이러한 틀 안에서 각자 개성이 담긴 작품을 썼다.

국민악파 음악의 또 다른 전통은 M.I. 글린카와 다르고미즈스키의 음악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두 사람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음악 표현 방법은 국민악파 음악에 하나의 모범이 되었다. 이 밖에도 국민악파 음악의 사상적 배경이 된 것은 당시에 러시아를 휩쓴 민주주의 사상과 시민 정신, 사실주의적 예술관 등이었으며, 이러한 경향을 이끌어 나간 사람은 스타소프였다.

또한, 국민악파의 운동은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해방 사상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국민악파의 작곡가들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었는데, 굳이 따지자면 낭만주의 음악에 속해 베를리오즈· 슈만· 리스트 등 낭만파 음악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들은 이미 성행하고 있는 음악 양식에서 벗어나 독특한 음악을 선보였는데, 소나타 등의 만들어진 형식보다는 즉흥적인 환상곡· 변주곡 등을 주로 작곡하였다. 기악곡 분야에서는 실내악곡보다는 관현악곡을 위주로 많은 작곡을 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보로딘의 교향곡 제2번 《용사》가 있는데, 이 곡은 러시아 교향곡에 있어서 하나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한 음악이었다. 이 밖에도 발라키레프의 1858년 작품인 《3개의 러시아적 주제에 의한 서곡》, 러시아적 주제에 의한 제2 서곡 《1000년》(1887, 후에 《루시》로 바꿈), 1882년의 《타마라》가 있으며,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1883년 작품인 《세헤라자데》, 1887년 작품인 《에스파냐 기상곡》 등이 있다. 보로딘도 《중앙 아시아 초원에서》(1880)를 비롯해 3개의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오페라 창작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특히 국민악파에 의해 만들어진 이 시기의 오페라를 ' 국민 오페라'라 한다. 오페라 작품으로는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1869) 《호반시치나》(1880), 보로딘의 《이고르 공》(1890 첫 공연),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설녀》(1881) 《프스코프의 소녀》 《사토코》(1896) 등이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성악곡에 있어서도 러시아어 특유의 억양과 분위기를 살린 독창적인 작품이 만들어졌으며, 무소르그스키의 《벼룩의 노래》 《죽음의 노래와 무용》을 비롯한 곡들이 있다. 실내악곡도 일부 만들어졌는데, 보로딘의 《2개의 현악 4중주곡》, 발라키레프의 《이스라메이》(1869),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1874) 등을 들 수 있다.

1870년대 중엽에 러시아 국민악파는 해체되었는데, 무소르그스키와 보로딘의 죽음 이 계기가 되었다. 그 뒤 림스키코르사코프와 글라주노프를 중심으로 한 모임에 의해 국민악파의 흐름이 계승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