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 북도 남원시 왕정동에 있었던 만복사 절터. 사적 제349호로 지정되어 있고, 지정 면적은 4만 86㎡이다.

기린산을 북쪽에 두고 남쪽은 넓은 평야 를 앞에 둔 동산에 터를 잡고 있다. 《용성지》에 따르면 통일 신라 후기에 도선이 창건하였다고 기록되었는데, 도선이 당나라 군사를 능란한 화술로 제압한 뒤 이 곳에 절을 짓고 불상을 모셨으며, 탑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 문종(1046~1083) 때 창건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만복사지는 1979~1985년에 걸쳐 장기간 전북 대학교 박물관 조사팀이 발굴 조사하였는데, 신라 말까지 올라가는 유물이 한 점도 발견되지 않는 점으로 보아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이 정확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복사는 남원 일대에서 가장 큰절로서 유명하였는데 수행하는 승려 수가 수백 명이나 되었다. 그래서 수백 명의 승려 가 아침에 시주를 받으러 나갈 때와 저녁에 절에 돌아올 때의 행렬은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만복사 귀승은 예로부터 남원 8경 중의 하나로 유명하였다. 또 조선 세조 때의 김시습이 지은 불교 소설 《만복사저포기》의 배경이 된 절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인 1597년(선조 30) 8월 14에 왜적이 남원 서문을 통과하여 이 절에 와서 불을 지르는 바람에 2칸의 불전과 석불만 남긴 채 모두 불타 버렸다. 그 뒤 1678년(숙종 4)에 남원 부사 정동설이 다시 절을 복원하려 하였으나, 워낙 규모가 커서 예전처럼 꾸미지는 못하고 승방 1동을 지어 불전에 올리는 향이 끊이지 않게 하였을 뿐이다.

전북 대학교의 발굴 작업과 기록 등을 통해 절의 규모와 건물의 배치가 확인되었는데, 가람의 배치는 1탑 3금당식으로, 본탑을 중심으로 북·동·서에 각각 불상을 모신 금당이 있고, 그 북쪽과 남쪽에 강당 과 중문이 있다. 이런 배치는 특히 고구려의 1탑 3금당식과 비교해 보면, 서쪽 금당터가 북·동 금당터보다 규모가 큰 것이 다른 점이다. 특히 이 절터는 고려 문종 때 창건된 동쪽에 탑이 있고, 서쪽에 금당이 있는 동탑서전의 가람 배치와 조선 시대의 1탑 3금당 가람 배치가 중복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만복사에 대한 《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상 기록과도 일치되는 것으로, 가람 배치 연구에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절터에 남아 있는 문화재로는 보물 제30호인 만복사지 5층 석탑과 통일 신라 후기에서 고려 전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43호인 만복사지 석불 입상, 보물 제31호인 만복사지 석좌, 보물 제32호인 만복사지 당간 지주, 석인형(石人形) 등이 있다.

또한, 발굴 조사 때 토기를 비롯하여 청자· 백자 등의 도자기 조각과 금동불 입상, 수막새 583점, 암막새 853점 등 다량의 기와가 출토되어, 고려 시대 미술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