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 북서부, 핀란드만 안쪽에 위치한 도시. 러시아에서 모스크바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왕이 정치를 하였던 제정 러시아 때는 페테르스부르크라고 불렸고, 1914년에 페트로그라드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24년 레닌이 죽자 그를 기념하여 레닌그라드라 불렀다. 그 후 1980년대에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1991년 러시아어 옛 이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되찾았다. 페테르부르크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이 도시는 1917년 2월 혁명과 10월 혁명의 현장으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건축 도시의 하나로 유명하다.

핀란드만의 꼭대기, 네바강의 삼각주에 위치하며 본래 습지였던 저지대다. 그 때문에 홍수의 피해가 크다. 특히, 강한 바람이 강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가을철과 얼음 이 녹는 해빙기인 봄철에 홍수가 많이 발생한다. 홍수가 크게 나서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긴 적도 있다. 홍수의 피해를 막고 물이 잘 빠지도록 하기 위해 많은 운하를 만들었고 핀란드만을 가로지르는 둑을 건설하였다. 이 도시에는 인공 운하와 천연 수로가 많아 '북방의 베네치아'라고도 부른다.

위도상으로는 상당히 북쪽에 위치하지만, 대서양의 영향으로 남쪽에 있는 모스크바보다 오히려 기후가 온화하다. 그러나 겨울에는 -40℃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1월 평균 기온은 -8℃이고 여름 평균 기온은 18℃이다. 눈에 덮여 있는 날이 연평균 132일이나 되고, 북극권에 가까워 겨울에는 밤이 길지만 여름 6~7월에는 밤에도 밝은 백야가 계속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있는 핀란드만 주변에 러시아인 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8~9세기부터로 오랫동안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은 황무지였다.

15세기에는 모스크바 대공국의 영토였으나 1617년 스웨덴이 네바강을 따라 요새를 세움으로써 스웨덴령이 되었다.

그 후 제2차 북방 전쟁에서 표트르 대제가 노테부르크 요새를 공격하여 1703년에 함락시키고 이어서 네바강의 삼각주를 차지함으로써 이 곳은 다시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다.

표트르 대제가 몸소 자야치섬에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주춧돌을 세움으로써 시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요새를 건설하자마자 표트르 대제는 요새의 반대편 강기슭에 조선소를 세우고 요새와 조선소 를 중심으로 '유럽으로 향한 창'을 열기 위한 신도시 건설 을 시작하였다. 표트르 대제는 서방으로 통하는 지름길을 만들기 위해 항만 시설을 건설하는 한편 1709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를 중앙 러시아 및 볼가강 유역의 내륙 수로망과 연결하는 비슈네볼로트스키 운하를 완공하였다. 이렇게 해서 수로와 운하들 사이에 370여 개의 다리가 놓이게 되었다. 도시 건설에 많은 비용을 들이기는 하였지만 시를 건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726년에 이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전체 대외 무역량의 90%를 차지하게 되었다.

18세기 말에는 조선업을 비롯해서 의류·신발·종이· 페인트· 식품 제조업이 크게 발달하였다.

1712년에는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이 곳으로 옮기고 도시의 이름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 바꾸었다. 많은 귀족과 상인들이 이 곳으로 이주해 왔으며 그들이 살 집과 궁전, 정부 관청 등이 활발하게 건설되었다. 시의 건설을 위해 당시의 유명한 건축가· 조각가·장인들이 러시아는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도 들어왔다. 처음에는 여름 궁전이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와 같은 단순한 양식의 건물들이 지어졌지만, 18세기 중엽에는 라스트렐리, 체바킨스키, 스타소프 등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에 의해 화려한 색상과 장식을 한 러시아· 바로크 양식의 겨울 궁전, 스트로가노프 궁전 등이 건축되었다. 18세기 말에는 순수한 고전 양식에 따라 스몰니 수녀원· 국회 의사당 등 훌륭한 건물들이 세워졌다. 당시 세워진 건물 가운데 해군 박물관· 문학 박물관· 해군 병원· 여름 궁전 등은 지금도 남아 있다.

19세기 이후 이 도시는 화려한 궁정 문화와 함께 산업 도시로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하였다. 그러한 성장은 새로운 교통· 통신 수단의 발달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당시에 마린스키 운하가 새로 건설되고, 1813년 러시아 최초의 증기선이 만들어지고 1851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와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러시아 최초의 철도가 개통되고, 이어 바르샤바를 잇는 노선이 완공되는 등, 이 도시를 중심으로 러시아 내륙과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망이 건설되었다.

또한, 1861년 알렉산드르 2세가 단행한 농노 해방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봉건 지주의 속박에서 풀려난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당시 러시아 최대의 공업 도시이자 수도인 이 도시 로 몰려 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인구는 1864년 53만 9,400명에서 1900년 150만 명으로 늘어났고, 10월 혁명이 일어난 1917년에는 250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인구의 갑작스러운 증가는 공업 발전에 필요한 노동력을 값싸게 공급하는 결과를 낳아 공업 발전에 밑거름 이 되었다.

모스크바는 ' 러시아의 심장'이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는 '러시아의 머리'라는 이름처럼 러시아 서구주의 운동 의 선두 도시였다. 따라서 학술· 문학· 음악· 연극· 발레 등에서도 국내의 선구적 위치를 차지하였다.

1825년에 데카브리스트의 난이 일어난 후 절대 왕정에 대한 혁명 운동의 발상지가 되었고, 20세기에 들어서자 노동 운동 및 공산 혁명 운동의 무대가 되어 1905년 '피의 일요일' 사건으로 시작되는 러시아 제1차 혁명과 1917년의 2월 혁명, 10월 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최초로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을 거두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1941년 8월부터 29개월 동안 독일군의 포위 속에서 40만 명이 아사하면서도 시를 사수하여 '영웅 도시'라는 칭호를 받았다.

전후의 피해를 복구한 후에는 1959년 시 창설 20주년 기념 축제를 개최하였으며, 현재 모스크바 다음으로 공업· 문화·학술의 도시로 서구적인 색채가 짙은 도시다.

이 도시는 러시아 연방에서 가장 중요한 공업 도시이자 북서부 공업 지대의 중심지이다. 전체 고용 인구의 반 이상이 공업과 건설업에 종사한다. 핀란드만 남쪽 연안과 시의 동부에 공업 지대가 있으며, 대형 기계·중전기(重電氣) 기기·선박용 엔진· 조선· 합성 고무· 석유 화학 등 많은 공장이 들어서 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공업 선진 지대가 되어 왔으므로, 설계·시작(試作)· 디자인 등에 능한 노동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공업은 기계 공업과 화학 공업이 발달되었다. 기계 공업은 특히 공업 생산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발달되었다. 다음으로 중요한 화학 공업은 비료· 타이어· 합성 고무· 페인트· 플라스틱 ·약품 등, 분야가 다양하다. 이외에도 냉장고· 라디오 · 텔레비전 등, 가전 제품 중심으로 소비재 공업과 자동차 공업이 발달하였다. 이 도시의 최초의 공업인 조선업도 러시아 연방에서 가장 규모가 크며, 원자력 쇄빙선 레닌호도 이 곳 조선소에서 만들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관문이자 육·해·공 교통 의 요지이다. 이 곳 항구는 러시아 연방 최대의 무역항으로 각종 수출입품이 통과된다. 폴란드·영국·스칸디나비아 국가와 정기 항로가 열려 있고, 또한 극동과 극북을 잇는 북방 항로의 요지이다. 또 네바강의 하항으로서 백해 및 볼가강 수로와 연결되는 러시아의 북서쪽 종점으로 중요한 곳이며, 런던· 파리· 베를린 등지로 가는 항로가 개설되어 모스크바 다음가는 국제 항공의 요지이다. 모스크바· 무르만스크·페름 등 국내의 여러 도시와 헬싱키· 바르샤바 ·발트 제국 등지로 가는 12개의 철도 노선이 방사상으로 뻗어 있으며, 시내에는 1955년부터 지하철이 개통되어 운행되고 있다. 그 외에도 시 외곽과 위성 도시를 연결하는 교외 철도망, 버스· 전차· 무궤도 전차 등이 발달되었다.

이 도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주의 주도이자 러시아 연방의 직할시이다. 16개의 구로 이루어졌고, 구 아래로는 17개의 도시 구역이 있다. 시민의 대부분은 러시아인이다. 혁명 전에는 폴란드인·발트인· 독일인 등이 상당히 많았지만 제1·2차 세계 대전을 치르면서 스탈린에 의해 추방되었다. 이 도시에는 국가의 각종 핵심 부서가 있어 예전 수도로서의 지위를 지금도 갖추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파괴되어 전후에 복구된 건물이 많아 대부분의 주택이 현대식 건물 이다. 도시가 깨끗하고 공공 서비스 시설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시민들을 위한 수백 개의 의원과 종합 병원, 병원이 있다.

200여 년에 걸친 수도로 국내 제일의 학술· 문화 도시 이므로 교육· 문화 시설이 많다. 고용 인구의 상당수가 교육· 예술· 과학 계통에 종사할 정도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는 러시아 연방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과 과학 연구의 중심지이다. 대표적인 교육 기관은 1819년에 설립된 국립 대학교이다. 모스크바 대학교와 함께 러시아 연방에서 가장 큰 대학교로 수학과 자연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들을 배출하였다. 1757년에 설립된 예술 아카데미도 국립 대학교 못지않게 유명하다. 이 도시는 표트르 1세를 비롯한 역대 차르(황제)가 심혈을 기울여 건설하였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 이탈리아 등지에서 초빙된 건축· 조각의 거장(巨匠)들이 건설에 참여하여 훌륭한 건축물들이 많다. 1819년에 창립한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을 비롯하여 파블로프 생리학 연구소 및 항해· 해양· 경제 등에 대한 연구 기관이 있다.

문화 시설로는 키로프 기념 극장· 푸슈킨 기념 극장· 고리키 문화 궁전· 러시아 민족 박물관(옛날 미하일로프 궁전)·자연사 박물관, 파리 루브르 미술관에 필적하는 에르미타즈 미술관 등이 있다. 도심부의 네바강 우측 연안에 시 건설의 효시가 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가 있고, 그 반대쪽 연안에 겨울 궁전(현재의 에르미타즈 미술관 )이 있다. 겨울 궁전 광장에서 동쪽으로 뻗은 전장 약 4.5㎞의 네프스키 대로는 시 건설 초기 이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중심가가 되었다. 네프스키 거리의 끝 네바강 강변에 알렉산드르네프스키 수도원, 그 가로변에 스트로가노프 궁전· 카잔 수도원·아니치코프 궁전 등을 비롯한 역사적인 건물들이 많고,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성당· 여름 궁전·성 사크 성당 및 10월 혁명 때 혁명 본부가 설치된 스몰리니 궁전, 제정 말기의 국회 의사당인 타우리데 궁전 등이 있다. 또한, 푸슈킨의 시 《청동의 기사》로 알려진 데카브리스트 광장에 있는 표트르 1세 기마상이 유명하고, 10월 혁명 때 겨울 궁전 진격 신호의 포성을 울린 순양함 오로라호는 네바강 연안에 계류되어 10월 혁명의 기념관으로 쓰이고 있다.

시내 서쪽에 있는 1709년에 표트르 1세가 기획 건설한 표트르 궁전은 넓은 부지에 대궁전을 중심으로 20개의 궁전과 크고 작은 대리석 석상과 분수 등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7개의 공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