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0~1504]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 본관은 하동이며 자는 백욱, 호는 일두, 시호는 문헌이다.

판전농시사 복주의 손자이며 함길도 명마 우후 육을의 아들로 함양에서 출생하였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홀로 독서에 힘쓰다가 김굉필·김일손 등과 함께 김종직의 2대 제자가 되었으며, 일찍이 지리산에 들어가 3년 동안 시경· 서경· 주역· 예기· 춘추의 오경과 성리학을 연구하기도 하였다.

1480년에는 성균관에서 행실이 바르고 경학에 능한 사람을 뽑을 때 그에 가장 적합한 사람으로 추천되기도 하였고, 지관사 서거정에 의하여 임금 앞에서 경서를 강의하도록 하였으나 사양하고 나아가지 않았다. 1483년에는 진사시에 합격하여 성균관 유생이 되었고, 그 해 8월에는 성균관 상사의 동렬에서 그를 이학으로 추천하기도 하였다.

1486년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게 되자 정성을 다하여 간호하였고, 사망한 이후에도 상복을 벗지 않고 3년 동안 어머니의 무덤 곁에 막을 짓고 지냈다. 그 후 지리산에서 대나무 와 매화를 심으며 평생 지내고자 하였으나, 1490년에 그의 지극한 효행과 밝은 학식을 알게 된 참의 윤취가 그를 추천하여 소격서 참봉에 임명되었다.

사직 상소문을 올려 사양하였으나 성종이 그의 사직을 허락하지 않았다. 같은 해 별시 문과 에 병과로 급제하였고 예문관 검열을 거쳐 세자 시강원 설서가 되었으며, 동궁(연산군)을 도와 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노력하였다.

1495년에는 안음 현감이 되었는데 세금으로 인하여 백성들이 고통당하는 것을 보고 편의수십조를 지어 시행하고, 감사가 판단하기 어려운 옥사에 대하여 상담해 주기도 하였다. 또, 마을에서 똑똑한 젊은이를 선출하여 자신이 직접 교육하기도 하는 등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로부터 칭송을 들었다.

그러나 1498년에 유자광 등의 훈구파가 《성종실록》에 실린 사초 ‘조의제문’으로 사림파를 거짓 고소하여, 이미 죽은 김종직의 관을 파헤쳐 그 목을 베고 김일손을 비롯하여, 많은 신진 유림들이 사약을 받거나 유배를 당하였던 무오사화가 발생하였다. 이 때 그도 김종직 의 제자라 하여 종성에 유배되어 1504년에 죽었고, 그 해 연산군이 폐출당하여 사약을 받고 숨진 어머니 윤씨의 복위를 반대한 사림들과 폐위 사건에 관련된 신하들을 학살한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그의 관을 쪼개어 목을 베는 부관참시를 당하게 되었다.

그 후 중종대에는 우의정의 관직과 품계가 주어졌고, 1610년에는 생전의 학덕을 인정받아 공자를 모신 문묘에서 함께 제사 지내도록 하였다. 또, 나주의 경현 서원, 상주의 도남 서원, 함양의 남계 서원, 합천의 이연 서원, 거창의 도산 서원, 종성의 종산 서원 등에서 제사 를 모신다.

그는 실천을 위한 독서를 주로 하였고, 경사에 통달하였으며 성리학에 있어서는 권위 있는 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유학적인 이상 사회를 건설하려면 다스리는 자의 도덕적 의지가 먼저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하여, 이기론과 더불어 심성론을 연구하였다.

이러한 그의 성리학은 정몽주·김숙자· 김종직으로 이어지는 조선 전기 사림파의 주자학적 학문 을 이어받은 것이었는데, 당시 사림은 이러한 사상을 근본 바탕으로 하여 집권 세력이었던 훈구파를 공격하였고, 결국 사화로 이어져 훈구파에 의하여 죽음을 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의 저서로는 《용학주소》 《주객문답설》 《진수잡저》 등이 있었으나, 무오사화 때 부인이 태워 없애서 전해 오지 않으며, 그 유집(遺集) 일부만 정구의 《문헌공실기》에 수록되어 전해 오고 있다. 그의 문집으로는 후손이 남아 있는 그의 글을 모아서, 1920년에 만든 《일두유집》이 전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