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술탄 왕조는 13세기 초부터 16세기 초까지 인도의 델리를 수도로 하여 약 300년 간 존재한 이슬람 왕조이다. 당시 델리는 갠지즈강과 인도 중서부를 연결하는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지역이며, 아프가니스탄 지역으로 통하는 교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다. 10세기 이후에는 튀르크계 왕조인
가즈니 왕조와 고르 왕조의 침략을 받아 이슬람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델리 술탄 왕조는 1206년 고르 왕조의 왕궁 병사인 쿠트부딘 아이바크가
고르 왕조를 무너뜨리고 델리를 중심으로 인도 북서부 지역에
노예 왕조를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델리 술탄 왕조는 인도의 중남부 지역까지 세력을 넓혔으며, 인도의 교역과 산업, 문화 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델리 술탄국은 인도를 군사적으로는 정복했지만 완전히 이슬람화하지는 못했다.
델리 술탄 왕조는 모두 5개 왕조로 구성된다.
노예 왕조(1206~1290)를 이어
할지 왕조(1290~1320),
투글루크 왕조(1320~1413),
사이이드 왕조(1414~1451),
로디 왕조(1451~1526)로 발전하였다. 1526년 로디 왕조가 바베르가 세운
무굴 제국에게 멸망당하면서 델리 술탄 왕조는 몰락하였다. 노예 왕조부터 투글루크 왕조까지는 튀르크 계통의 왕조이고, 로디 왕조는 아프가니스탄 계통의 왕조이다.
델리 술탄 왕조는 이슬람 왕조이지만 인도의 힌두 교도들에게 매우 너그러운 정책을 실시했다. 힌두 교에 대한 종교적인 자유를 주었고, 지방 관리로 힌두 교도들을 임명하기도 했다.
언어는 페르시아어와 힌디어가 혼합된 우르두어를 사용하였다. 델리 술탄 왕조는 이슬람의 모스크 문화와 인도의 전통 힌두 교 문화가 잘 조화된 인도ㆍ이슬람 문화를 발달시켰다.
델리 술탄 왕조의 여러 왕조
각 델리 술탄 왕조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노예 왕조(1206~1290)
1206년 고르 왕조의 왕실 근위병 출신인 쿠트부딘 아이베크가 고르 왕조를 무너뜨리고 델리를 중심으로 나라를 세웠다. 쿠트부딘은 델리에 웅대한 궁전과 모스크 등을 지었으며 노예 왕조의 기틀을 이룩하였다. 이후 아이베크의 노예인 일투트미시가 3대 술탄의 자리를 이었다. 그는 벵골ㆍ신드 지역 등을 정복하여 지배권을 확립하였다.
지배자들 중에 노예 출신이 많고 노예 출신 장군과 그 후계자들이 나라를 다스려서 노예 왕조라고 불리게 되었다. 노예 왕조는 인도 중남부까지 세력을 넓혔으며, 인도의 경제ㆍ문화 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다.
노예 왕조는 13세기 중엽 기야스 발반이 독재 군주제를 강화하고 국방을 굳건히 하여 세력을 떨쳤다. 그러나 발반이 죽은 이후 왕권 다툼으로 내부 분열이 일어나 혼란이 계속되다가 1290년 할지 왕조가 들어서면서 멸망하였다.
2. 할지 왕조(1290~1320)
할지족인 잘라우딘 할지가 노예 왕조를 무너뜨리고 세운 왕조이다. 잘라우딘은 인도의 귀족에게 너그러운 정책을 폈으며, 이슬람과 힌두 문화의 조화를 꾀하였다.
할지의 조카 알라우딘 할지 때는 세력이 매우 강대해져 할지 왕조가 가장 발전하였다. 알라우딘 할지는 귀족의 세력을 누르고 토지에 세금을 걷는 제도를 인도 최초로 만들었다. 또한 몽골족의 침략을 물리치고 인도 남부까지 세력을 넓히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알라우딘이 죽은 이후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왕조가 분열되어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었다. 할지 왕조는 30년 동안 6명의 지도자가 있었고 투글루크 왕조의 창시자 기야스 웃딘에게 멸망당하였다.
3. 투글루크 왕조(1320~1413)
창건자 기야스 웃딘은 할지 왕조를 무너뜨리고 혼란에 빠진 인도를 통일하고 델리를 수도로 하여 투글루크 왕조를 건설하였다.
기야스의 아들인 무하마드 이븐 투글루크는 1327년 수도를 델리에서 데칸 고원의 서부로 옮겼으나 7년 후 수도를 다시 델리로 옮겼다. 그는 사용되던 동화(구리로 만든 동전)를 금화와 은화로 바꾸는 화폐 개혁을 시행하여 경제적 혼란을 겪기도 하였다. 제3대 왕인 피로스 샤는 다리, 도로 등 건설 사업에 힘을 기울인 매우 훌륭한 왕으로 알려져 있다.
투글루크 왕조는 한동안 평화와 번영을 누렸으나 피로스 샤가 죽은 후 1398년 티무르의 공격을 받아 멸망하였다. 이후 1414년 히즈르 칸이 사이이드 왕조를 세웠다.
4. 사이이드 왕조(1414~1451)
14세기 말 티무르족의 북인도 침입으로 투글루크 왕조의 세력이 약해지자, 1414년 그 귀족 히즈르 칸이 델리를 차지하고 세운 왕조이다.
이후 4명의 왕이 계속하여 통치를 하였으나 왕조의 힘이 약하여 그 지배는 델리 주변에 그쳤다. 그리고 지방에는 힌두교 신자들의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허약한 사이이드 왕조는 1451년 아프가니스탄인 발룰 로디가 로디 왕조를 열면서 멸망하였다.
5. 로디 왕조(1451~1526)
델리 술탄 왕조의 마지막 왕조로 유일하게 아프가니스탄 계통의 왕조이다. 아프가니스탄인 바룰 로디(1451∼1489)가 사이이드 왕조를 무너뜨리고 로디 왕조를 세웠다.
제2대 왕인 시칸다르 로디는 세력을 강화하여 북인도 중앙까지 영토를 넓혔다. 아프가니스탄 계통의 귀족들은 독자성이 강해 로디 왕조는 귀족들과 제휴해 왕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제3대 왕인 이브라힘 로디는 왕권을 강화하고 귀족 세력을 누르려 했다. 이에 귀족들이 크게 반발하여 군사를 일으켜 싸움이 시작되었다. 귀족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던 바베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1526년 바베르는 파니파트 전투에서 이브라힘을 죽이고 결국 로디 왕조는 멸망하였다. 바베르는 로디 왕조를 무너뜨리고
무굴 제국을 세웠다. 인도의 구자라트, 벵골 지역 등에서 조그만 왕국들이 독립해 델리 술탄국의 후계자임을 내세웠지만 강력한 무굴 제국의 등장을 막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