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7(고려 고종 24)∼1308(고려 충렬왕 34)] 고려 후기 원간섭기의 초반에 부각되어 고려말의 대표적인 세족 가문을 형성한 조인규는 평양부 상원군인(祥原郡人)으로 1237년에 태어났다. 본관은 평양(平壤), 자는 거진(去塵)이다.
그의 가문은 본래 유이민의 후예출신으로 양인농민으로서 상원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되는 미미한 가문이었다. 금오위별장 조영(趙瑩)은 아들인 조인규로 인해 추밀원부사(樞密院副使)를 증직받았고, 외할아버인 이문한(李文翰)은 내원승(內園丞)이었다.
고려는 원나라의 정치적 간섭을 받으면서 몽고어 통역관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원종 때 몽고어 통역관 양성 요원을 선발하였다. 그는 이 선발에 뽑힌 뒤 주야로 공부해 훌륭한 몽고어 실력을 갖추고 제교(諸校)에 보임되었다. 1269년(고려 원종 10) 세자 심(諶, 후의 충렬왕)이 원나라에 입조할 때 수행해
충렬왕과 친분 관계를 두터이 하였다.
1274년에 세자가 원나라
세조의 딸인
제국대장공주(齊國大長公主)와 혼인하고 귀국해 즉위하자, 경성궁(敬成宮)에 안거한 공주와 그의 사속인(私屬人)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충렬왕과 공주와의 친분 관계를 배경으로 정치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조인규는 능통한 몽고어를 매개로 하여 원나라의 세조(世祖)와 직접 대면하고 통정(通情)을 구할 수 있었기에 권력의 핵심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충렬왕이 즉위하던 때 장군에 오른 뒤 1278년(고려 충렬왕 4)에 대장군으로 궁궐에서 기무를 맡아보는 필도치(必斤赤)에 임명되고, 곧이어 승지가 되어 왕명의 출납을 담당하였다. 특히 탁월한 몽고어 구사력으로 원나라 세조에게 인정과 신임을 받게 되면서 원나라의 관직인 선무장군(宣撫將軍)·왕경단사관겸탈탈화손(王京斷事官兼脫脫禾孫)에 임명되어 정치적 지위가 더욱 높아졌다.
조인규는 정치적 출세와 더불어 불교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조인규는 5남 4녀의 자녀를 두었는데 후일 아들은 승려와 재상이 되었으며 딸은
충선왕 비가 되었다. 조인규는 승려인 자식들을 위하여 1284년(고려 충렬왕 10)에 근기지방의 청계사(淸溪寺)를 원당(願堂)으로 삼아 그들의 세력 근거지로 만들고 수원의 만의사(萬義寺)를 함께 원당화하였다. 또한 당시 수도 개성의 중심사찰인 묘련사(妙蓮寺)를 근거로 활동하였다. 조인규는 청계사를 창건할 때 임금을 위한 복을 축원하기 위하여 묘전으로 금을 사용하고 해장을 먹으로 판박하고 불상을 대량으로 그렸다. 그만큼 불교에 독실하였으며 청계사에 큰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1287년 지도첨의사사(知都僉議司事)에 임명된 뒤 계속 요직을 역임하면서 몇 차례 원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왔으며, 1290년에는 고려가 원나라로부터 동녕부(東寧府)를 되찾기 위한 교섭에서 공을 세우고, 1295년에 중찬(中贊)이 되었다. 그는 정치적으로도 지위가 높았지만, 1292년에 그의 딸이 세자비로 간택되면서 국구(國舅)가 되어 명실공히 가장 유력한 존재가 되었다. 1298년 세자인 충선왕이 즉위하자 왕의 장인이자 수상인 사도시중참지광정원사(司徒侍中參知光政院事)로서 개혁정책을 크게 뒷받침해 주었다. 그러나 충선왕 비인 계국대장공주(蓟國大長公主)가 조인규의 딸인 조비(趙妃)에 대한 질투로 조비가 왕의 총애를 위하여 공주를 저주하고 있다고 원의 황실에 무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조비무고사건(趙妃誣告事件)으로 충선왕이 7개월 만에 퇴위하고 충렬왕이 복위하면서, 그도 원나라에 끌려가 안서(安西)로 유배되었다. 6년 후인 1305년에 방면되어 즉시 원나라 황제의 명령으로 판도첨의사사(判都僉議司事)에 임명되었다.
1307년 원나라 무종(武宗) 옹립의 공으로 충선왕의 정치력이 복권되자, 다시 자의 도첨의사사 평양군(咨議都僉議司事平壤君)에 봉해지고 선충익대보조공신(宣忠翊戴輔祚功臣)이 되었으며, 그의 아들들이 모두 재상의 지위에 올라 가문을 번성하게 하였다. 시호는 정숙(貞肅)이다.
□참고문헌 : 『高麗史』, 『韓國人名大辭典』, 「淸溪寺史蹟碑」, 「趙仁規祠堂記碑」, 『시흥금석총람』(시흥군지편찬위원회, 1988), 『경기인물지』(경기도, 1991), 『의왕시의 역사와 문화유적』(의왕시·세종대학교박물관, 2001)
【의왕문화원 > 의왕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