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55호. 장흥읍에서 강진군 쪽으로 가다가 그 접경 못미처에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암벽이 있다. 이 암벽을 사인암(舍人巖)이라고 하며, 사인정은 그 암벽 바로 서편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사인정은 설암(雪岩) 김필(金--)이 의정부(議政府)의 사인(舍人)으로 있을 때 어린 나이로 임금자리에 오른 단종이 숙부 수양대군(首陽大君)에게 왕위를 빼앗기자 관직을 버리고 고향인 이 곳으로 내려와 은거하기 위한 자리로 설암(雪巖) 아래에 지은 정자이다.
그는 사인이라는 벼슬 이름을 따 정자를 사인정이라 불렀으며, 설암 역시 사인암이라 개칭하였다. 정자의 규모는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한가운데에 한 칸 넓이의 방이 꾸며져 있으며, 팔작지붕으로 서향으로 앉아 있다. 사인암의 벽면에는 김필의 영정(影幀)이 음각되어 있으나 크게 마멸되어 그 형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정자 옆에 있는 큰 바위에는 ‘第一江山(제일강산)’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으며, 또한 이곳은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金時習)이 김필을 찾아와 10여 년 동안 머물기도 한 곳으로 유명하다. 정자 아래를 흐르는 맑은 물과 사인암의 절벽이 빼어난 승경(勝景)을 이루고 있으므로 봄·가을로 이 곳을 찾는 이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