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8월에 창간되어 1954년 3월 통권 21호로 종간된, 월간 순문예지.

모윤숙은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과 유럽을 순회하던 중 예술과 문학 작품의 발전에 충격을 받고, 잡지 창간을 결심했다고 회고한다. 주한 미공보원(USIS)의 종이 지원이 『문예』 창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여기에 적산 빌딩을 사무실로 인수받는 특혜도 누렸다. 이는 당시 그녀의 정치적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수립 후 문단 헤게모니가 우익 진영으로 넘어오면서 가능해진 변화였다.

좌익 문인과 단체에 대한 혹심한 탄압으로 좌익 문단은 궤멸되다시피 했다. 이러한 유리한 환경에서 청문협(청년문학가협회)의 핵심 인물인 김동리와 조연현은 한편으로 좌익 진영의 정치 우위에 맞서 다른 한편으로 순수문학을 기치로 잔류 좌익과 중간파를 끌어안는 문단 재편과 세력화에 나서게 된다. 이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 모윤숙과 청문협이 합세해 만든 『문예』였던 것이다. 1954년 학술원 · 예술원 파동으로 모윤숙과 청문협 계열 문인들이 갈라서기 전까지 『문예』는 범우익의 발표 매체로 기능하며 순수문학을 제도화하는 견인차가 되었다.

『문예』 창간사는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시인은 시를 쓰는 데 본연의 임무가 있다고 천명한다. 문학 작품 위주의 편집 방침과 노선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학성에 대한 이 같은 강조는 중간파와 좌익 전력이 있는 염상섭, 최정희, 황순원 등에게 지면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시화됐다. 1949년 12월 범우익 단체로 출범한 문협(한국문학가협회)과 공조하는 차원에서였다.

한국문학가협회의 주력 발표 매체로서 『문예』는 느슨한 연대체의 조직 원리를 문학성 관철로 구현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쟁 전까지 전향한 잔류 좌익과 중간파를 포함해 회원의 75%가 작품 발표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는 협소화된 문학 지형에서 일반 문인뿐만 아니라 소위 문청(文靑)에게도 호소력이 컸다. 창간호 4000부가 10일 만에 매진되고 이후 이 추세가 이어진 데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예』의 기세는 한국전쟁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전쟁 초 비상구국선전대를 조직해 선전 활동에 나서는 등 전시 동원과 협력의 제일선에 서기도 했지만, 악화되는 전황으로 휴간과 속간을 되풀이하다가 1954년 3월 폐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953년 창간 5주년 특대호에서 편집 주간 박용구는 월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외부 여건으로 통권 17호에 그쳤지만, 그 짧은 지령에도 99편의 창작, 252편의 시, 2백여 편의 평론과 수필을 실었으며, 신인 추천제를 통해 6명의 새로운 작가와 시인을 배출했음을 자부하기도 했다.

『문예』의 평가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했던 인물은 조연현이었다. 『문예』의 편집자로서 그가 깊숙이 관여했던 탓도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 좌익 문단이 사라진 조정기를 거치며 문단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이를 재생산하고자 했던 권력 의지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해방문단 5년의 회고」에서 「10년사」, 「20년사」에 이르기까지 조연현은 당대 상황에 반응하며 『문예』 창간이 지니는 사상적, 문학적 가치를 되새김질했다. 그가 꼽은 『문예』 창간의 세 가지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구호적 체제에서 창작적 체제로 옮겨간 것, 둘째 문단의 무질서가 청산되고 엄정한 문단적 권위와 질서가 형성된 것, 셋째 다수의 역량 있는 신인들이 『문예』지를 통하여 새로이 등장한 것이다. 문단 주류로서 순수문학의 아성을 지키려 했던 조연현의 과시적 발언을 염두에 두더라도 『문예』가 『현대문학』의 전신(前身)으로 순수문학(론)의 요람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순수문학(론)이 여타의 대중문학과 모더니즘 및 참여문학을 타자화함으로써 성립된 관계적 산물이며, 배제의 역학을 띤 부정성의 미학이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출된다. 냉전 진영의 양극화가 순수문학(론)의 배타적 권위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순수는 비순수의 사회정치적 산물이라는 지적도 귀기울여야 될 대목이다.

【인용】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