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에, 간행된 김유정의 단편소설집.

『동백꽃』은 1938년 12월에 발행된 김유정의 단편소설집으로, 김유정이 죽은 다음 해에 간행되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김유정의 유고집(遺稿集)이다. 김유정의 대표작인 「동백꽃」을 소설집의 제목으로 삼았다. 『동백꽃』은 세창서관(世昌書館)에서 발행되었는데, 소설집에는 ‘삼문사(三文社) 전집간행부(全集刊行部)’라고 되어 있다. B5판으로 발행되었으며, 총 410면으로 되어 있다.

『동백꽃』은 김유정이 죽은 다음 해에 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서문이나 발문이 달려 있지는 않다. 표지 뒤에 목차가 있으며, 목차에 이어 김유정의 소설 21편이 실려 있다. 소설을 실은 순서는 시대나 장르 등 특별한 기준을 따르고 있지 않다. 굳이 기준을 찾으면 소설이 많이 알려진 지명도 정도가 될 것이다. 아래는 『동백꽃』에 실린 소설을 순서대로 정리한 것이다.

「동백꽃」, 「금 따는 콩밭」, 「봄봄」, 「안해」, 「산골」, 「산골 나그네」, 「따라지」, 「떡」, 「만무방」, 「솥」, 「두꺼비」, 「봄과 따라지」, 「금(金)」, 「정조(貞操)」, 「야앵(夜櫻)」, 「가을」, 「심청」, 「이런 음악회」, 「연기」, 「슬픈 이야기」, 「땡볕」의 순서로 실려 있다. 이들 가운데 10편에는 창작 날짜가 부기되어 있는데, 단편소설집을 간행할 때 창작 날짜가 분명한 소설에만 이를 부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들 가운데 ‘점순이’의 마음을 몰라 자기네 수탉이 곤욕을 치르게 만드는 「동백꽃」, 주막집 주인의 바람과 달리 병든 남편을 위해 옷을 훔쳐서 달아나는 나그네를 다룬 「산골나그네」, 그리고 ‘점순이’의 키가 자라지 않아 혼인을 못 하는 ‘나’의 우둔함을 그린 「봄봄」 등이 김유정의 대표작들이다. 이들 외에도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단편소설집 『동백꽃』에는 김유정의 주요 작품이 거의 모두 수록되어 있다고 있다. 따라서 『동백꽃』은 김유정 소설 대부분이 망라된 소설집이자 작가에게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발행하지 못했던 유고집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몇 편의 소설을 제외하면 김유정의 소설은 주로 농촌과 그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농민들을 그리고 있다. 「동백꽃」, 「금 따는 콩밭」, 「봄봄」, 「산골나그네」, 「만무방」, 「소낙비」 등 굳이 꼽을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김유정 소설에 등장하는 농민들은 대부분 궁핍하고 고단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소설이 어둡게만 그려지지 않은 것은 작가 특유의 ‘아이러니(Irony)’ 덕분이다. 아이러니는 행위와 결과의 어긋남, 외관과 실제의 엇갈림 등 어쩔 수 없는 간극을 통해 나타난다. 아이러니는 바닥없는 어둠이나 비참으로 떨어지려는 소설에 긴장감을 불어넣거나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김유정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김유정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러니는 등장인물들이 도덕이나 윤리에 무심하다는 것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특히 ‘성(sexuality)’의 문제에서 그런데, 등장인물들에게 나타나는 윤리나 도덕의 부재는 보통 식민지 시대 하층민의 궁핍이나 빈곤과 관련하여 파악된다. 등장인물의 행위가 그들이 처한 곤궁이나 궁핍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유정 소설의 의의를 온전히 가늠하기 위해서는 도덕이나 윤리에 무심한 등장인물들의 형상이 정말 그들의 모습인지 아니면 작가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인지를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인용】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