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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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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시 - 기사 (최근등록순) 목록 보기 게재일: 2018.07.07. (최종: 2018.07.09. 17:27)
바람처럼 스쳐간…     바람처럼의 지식창고 최근 3개월 조회수 : 49 (2 등급)

2018 이사부 항로 답사, 전두성의 항해 이야기(1) 삼척까지

 
6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 동안 또 선원 교육이 있었다.
이름하여 상급 안전교육, 1. 응급처치와 2. 구명정수, 그리고 3. 화재진압 교육이 각각 사흘씩이다.
교육 시작 하루 전인 13일, 한국 해양수산연수원 생활관에 입실하여 열하루를 부산 영도에서 보냈다.
토요일 오후 네 시가 넘어서야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범선은 이번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삼척 이사부 기념사업회와 항해 계약이 있었다.
이사부 기념사업회에서 연례로 치루는 행사로 신라 시대 이사부 장군의 울릉도 복속 때 항해했던 항로 답사가 그것이다.
올해 행사가 벌써 11년째인데 매년 행사에 대원을 싣고 항로 답사하는 선박으로 꽤 오래전부터 범선 '코리아나'를 선택했었다.
 
'코리아나'호는 23일 새벽에 소호 마리나를 떠나 오늘 부산 용호부두에 입항하기로 했으나, 출항이 24일로 연기되었다.
함께 교육받은 분 중에 마침 승용차로 여수까지 가는 분이 있어 동승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여수에 집을 두고 광양항에서 항만 터그 기관사로 승선하는 허만길 님이다.
가는 동안 항만 터그의 선상 생활, 노조에 관련한 이야기, 예인선을 타게 된 사연 등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오후 일곱 시쯤 여수엑스포역에 도착.
선장 정채호 님이 여천에서 픽업해 줄 수 있다기에 때맞추어 출발하는 기차를 이용하여 여천역까지 이동한다.
정 선장 픽업으로 저녁 식사할 식당에 도착하고서 잠시 뒤에 부산에서 떠났던 이대일 님도 합류하였다.
 
식사 중에 선장은 바다 기상 관계로 계획을 변경했다며 출항 일정이 일주일 뒤인 30일로 바뀐 것을 알린다.
조금 일찍, 몇 시간 전에만 알렸어도 애써 오늘 여수에 오지 않았을 텐데…
 
그동안 외항선에 승선했던 대일 님이 선물을 가져왔다.
선장에게는 좋은 양주 한 병과 캡틴 상징하는 로고가 새겨진 붉은 색 선원모를 드렸고,
그리고 별개의 선원 모자를 다섯 개 가져와 기관장과 슬라와 등 범선 선원에게 나누어 달라고 당부하며 선장에게 맡겼다.
내가 그중 하나를 먼저 챙기고…
 
대일 님과 함께 범선에서 밤을 지새며 지난 6개월간 대일 님이 경험한 원양 항해 이야기에 맥주 몇 캔을 섞었다.
다음 날인 24일 아침에는 다시 각자의 홈인 서울과 부산으로…
 
6월 25일
 
하룻저녁을 집에서 보내고 느긋하게 쉬는데 오후 한 시쯤 지나서 선장에게서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오늘 일곱 시에 출항하니 가장 빠른 교통편을 이용하여 소호 마리나에 와달라는 부탁이다.
 
벌써 세 번째 바뀌는 출항계획이다.
항해 계획이 수시로 뒤바뀌어 몹시 혼란스럽다.
 
​급히 교통편을 수소문하니 강남 센트럴시티에서 두 시 반 떠나는 고속버스가 가장 빨리 여수에 도착하는 수단이다.
서둘러 집을 나서 택시를 탔다. 교통 체증으로 버스 출발 30초 전에 간신히 올라탈 수 있었다.
바다와 항해를 좋아하다 보니 감수해야 할 몫이다.
 
 
일곱 시 전에 소호 마리나 선착장 정박한 범선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범선엔 아무도 와있지 않다. 마리나 근처에서 방을 얻어두고 있는 러시아 선원 슬라와도 없고…
기관장에게 전화하니 오늘 항해를 끝내고 퇴근했다가 본인도 조금 전에 연락받았다며 지금 댁에서 출발한단다.​
 
그런데…, 범선 꼴이 이게 뭐냐? 엊그제와 달리 갑판과 선실 등이 너저분한 채 엉망이다.
아마 오늘 운항했었는 듯싶은데 항해가 끝나고는 전혀 청소와 정리 없이 모두 하선한 것 같다.
 
혼자라도 정리해야겠다 싶어 갑판과 선실을 오르내리며 흔적을 치우고 청소하였다.
유람선에나 필요한 듯한 접이식 소파가 예닐곱 개나 펼쳐져 있는 것을 접어서 선실 안으로 옮겼다.
세 곳 화장실까지 뒤지며 쓰레기통을 비우고, 선실에 널린 빈 음료수병과 버려진 음식물을 치웠다.
 
 
​해적놀이도 좋지만, 선원 역할까지 욕심내려면 입항 전 선실 정리와 정박 후 정소 및 폐기물 정리하는 태도부터 배우기를…
 
 
잠시 뒤에 지난달부터 범선을 임대한 선주 이상일 님이 도착하여 ​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출항 일정 변경에 대해 나름의 합리를 주장한다.
대강의 상황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정 선장과 임대 선주의 갈등이 표나게 느껴진다.
 
그건 그렇고…
항해가 끝나면 배를 깨끗이 정리하고 정비해야지 이렇게 방치하고 버려두다니?
더욱이 저녁에 급작스레 출항해야 할 선박이 아닌가?
 
이대일 님도 헐레벌떡 부산에서 뛰어오고 기관장도 오셨다.
연료 공급 트럭이 와서 2,000L의 경유도 싣고…, 가장 늦게 선장이 도착했다.
그런데… 승객이 있다. 60년대 히피 스타일의 젊은 외국인 네 명이다.
범선 임대 선주 회사인 푸른 마리나와 관련 있는 분들 같은데 내 눈엔 너무 지저분하게 보인다.
 
출항에 앞서 간략한 상황 브리핑이 있었다.
이런…, 출항하여 중간 기항 없이 삼척까지 간단다. ​대략 30여 시간 이상 예상하는 항해이다. ​
​또한 함께 승선하는 외국 청년들이 요트 crew 경험이 있어 항해 당직을 도와줄 수 있다 한다.
 
그들이 승객이 아닌 선원으로 인정하라는 당부인데…​
​누가 어떤 목적으로 태웠는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나와 다른 선원에겐 아무 도움 없이 부담만 되는 청년들이었다.
 
20:30분
세심한 점검 없이 서둘러 출항하였다.
 
뱃머리에 떠 있는 달이 예쁘다. 소호 마리나 불빛이 차츰 사라진다.
금오도 앞을 지나고 돌산도를 돌아 외해로 빠져나왔다.
차츰 밤이 깊어가지만 흐린 날씨 탓에 별을 볼 수가 없다.
구름 속 달빛만 희뿌옇게 비치고 있다.
 
 
 
항해 당직 시간을 나누었다.
선장은 원래 선박의 총괄 책임자로 당직 배분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장이 많은 해역을 지날 때까지만이라도 선장이 조타를 책임지고,
24:00부터 04:00 시까지 이대일 님, 04:00부터 내가 항해 당직을 맡는 것으로 협의했다.
 
또한 승선한 외국인들을 한 명씩 보조로 임명했으나
선장이 칭찬했던 그들의 항해 능력은 야간 항해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들은 하고 싶은 놀이로 잠깐 당직 시간을 때울 뿐이었고 그나마 곧 선실로 돌아가 그들끼리 어울림에 빠져들었다.
 
 
어장 해역을 일찍 빠져나오며 선장을 대신하여 자정까지 조타를 맡았는데 오토파일럿 타각 조정기가 뜻밖에 예민하다.
GPS 플로터 방향 지시선을 무시하고 디지털 나침반 방위각을 가름하여 타각 조정기를 감각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
그 뒤부터 조타는 무난…​
 
 
6월 25일 22:40 (출항 2시간 10분)
6월 25일 22:40 (출항 2시간 10분)
 
6월 26일 01:00 (출항 4시간 30분)
6월 26일 01:00 (출항 4시간 30분)
 
6월 26일 03:40 (출항 7시간 10분)
6월 26일 03:40 (출항 7시간 10분)
 
 
​GPS 플로터는 모니터 한 쪽에 범선의 속도, 위·경도로 표시한 위치, 목표한 웨이포인트까지 걸리는 시간 등의 내용을 표시한다.​
또한 플로터는 AIS 정보까지 인식하여 주변 선박의 이름, MMSI, 속도, 항로 정보까지 알려준다.
결국 GPS 플로터, 레이더, 디지털 나침반으로 방향과 장애를 확인하고
RPM 모니터와 선박 엔진의 소리, 진동, 배기를 살펴 속력을 조절하는 것이 기초적인 항해 당직이다.
 
특히 야간에 선박 주변 견시는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레이더와 AIS 정보로 주변 선박과 조우, 접촉, 충돌에 대해 분석을 할 수는 있지만
가장 예민하게 주변 정보를 감지하고 위험을 인식하는 것은 역시 사람의 감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남해 섬 주변에 많은 어장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고 눈으로만 살펴야 하는 위험한 장애물이다.
 
새벽 한 시쯤 선실로 내려가서 잠시 휴식을 하곤 새벽 세 시에 이대일 님과 다시 당직을 교대하였다.
나와 함께 당직인 러시아 선원 슬라와가 피곤한 듯 보여 계속 잠을 잘 수 있게 깨우질 않았다.
 
6월 26일 07:00 (출항 10시간 30분)
 
07:00 부산 해운대
 
 
6월 26일
 
부산을 지날 무렵에야 날이 밝아온다.
야간 항해가 끝나 조금 안도한다.
 
그런데 아침 여덟 시가 넘어도 식사준비 하는 이가 없다.
기관장 말씀이, 지난번 임대 선주와 선장이 함께 의논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선내 식사는 햇반과 반찬 등을 활용하여 각자 알아서 챙겨 먹고 설거지도 식사 마친 개인이 하도록 결정했다나!
낮에만 오고가는 연해 섬 탐방 정도의 항해에 리더가 적극 솔선수범한다면 몰라도 글쎄?
 
보아하니 러시아 선원도 네 명의 외국인 승선자도 선뜻 밥상 차릴 생각을 않고 눈치만 보고 있다.
기관장은 아침 밥상이 어찌 되어 갈 것인지 지켜보며 은근히 상황을 즐기고 있고…
 
보다 못해 내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냉장고를 뒤져 반찬을 확인하여 펼쳐놓고 승선 인원대로 달걀을 삶고 햇반을 데웠다.
조타석만 앉으면 배설 외에 모든 걸 조타석에서 해결하려 하는 선장께는 반찬과 밥을 접시에 담아 가져다드리고
다른 승선자에게는 준비한 것을 알려 아침 식사를 하게 하였다.
 
의논하고 결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천 방안을 구체화하여 지키도록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들은 왜 지키지 않을 규칙을 만들고 결정을 내렸나? 리더는 왜 그런 결정을 방임했을까?
 
 
밝은 날 선장이 주도한 선내 업무가 항해를 조금 불편하게 했다.
선장은 선실(아카데미 룸) 침상 몇 개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이 층 침상 발디딤과 난간을 덧대는 작업을 하면서
항해 당직 한 명을 제외하고 남은 선원 셋을 모두 선실로 불렀다.
 
기관장과 나는 기관과 항해 당직으로 밤을 꼬박 새운 뒤이다.
이런 목공 일에 익숙하지도 않거니와 몹시 피곤한데 휴식 없이 항해와 관계없는 일을 하는 것은 좀 그렇다.
게다가 일 하나하나가 지혜로운 선장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생각을 전달하는 용어의 해석이 다르니 일은 답답하게만 진행되고…
흡사 바보들의 행진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마침 항해 당직을 교대해야 되었기에 갑판으로 올라온 사이 기어이 기관장과 러시아 선원 슬라와가 한 판 붙었다.
짜증이 극에 달한 두 선원이 선장을 대신하여 서로에게 화풀이할 시빗거리를 만든 것이다.
싸운 뒤 끝이 닷새쯤 이어졌었나?
 
 
종일 세 끼의 식사와 컵라면, 달걀 등의 간식까지 나 혼자 모두의 시중을 드는 동안 아무도 설거지나 먹은 자리 치울 생각을 않는다.
그러니 네 명의 외국인은 어떤 명목으로 태웠고 그들에게 어디까지 배려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나로서는 답답한 일이다.
25시간 항해하는 동안 두어 시간가량 눈 붙이고는 항해 조타와 견시 등의 당직이 열댓 시간,
선원들과 지각없는 승선자 뒷바라지 및 선내 정리로 또 나머지 시간을 보내야 했다.
 
 
6월 26일 14:00 (출항 17시간 30분) 제노아 세일 범장
 
선수 제노아 세일을 펼쳤다.
범장을 도와준 외국인 청년을 데리고 bowline knot 쉽게 매듭 짓는 방법을 잠시 알려주었다.
bowline knot은 요트맨이 알아야 하는 항해의 기반 매듭인데, 베테랑 요트맨이라는 이들은 뜻밖에 매듭 다루는 것이 서툴렀다.
 
 
삼척 정라에 입항한 시각이 21시 30분,
서른두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스물다섯 시간 만에 도착했다.
평균 속력 대략 9.5 n-mile의 범선이 이번 항차엔 11.5 nautical-mile의 쾌 속력으로 달려주었으니~
항로를 따라 불어주는 바람과 해류가 뜻밖에 큰 도움을 주었나 보다.
 
마중 나온 이 중에 아는 얼굴이 몇 분 눈에 띈다. 작년 이사부 항해 때 어울렸던 김억연, 이효웅, 전영민 님 등…
정박하고는 이사부 임원진의 초대로 선장, 이대일 님과 삼척 시내 맛있는 식당에서 늦은 반주를 함께했다.
막역한 산 친구이자 삼척산악협회 회장인 김승민 님이 운영하는 식당(외갓집) 이었다.
 
내가 삼척에 왔다는 소식에 늦은 시각인데도 김진수, 이재민 님 등의 산악 아우들이 찾아주었다.
오랜만에 좋은 산 친구를 만나 채우는 잔이라서인지 꽤 마셨는데도 견딜 만하다.
설악가를 비롯한 산악 노래 합창을 시작하고 산 친구의 세련된 하모니에 어울린 분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자정 전에 범선으로 돌아와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계속>
【작성】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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