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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수의 세상이야기오문수의 지식창고 2021.12.27. 15:20 (2021.12.27. 15:10)

죽기 전에 남기고 싶었던 일, 이렇게 해냈습니다

 
16년 동안 오마이뉴스에 쓴 1300여 글 모아 4권의 책 '꿈꾼적 없던 길이' 출간
▲ 오마이뉴스에 16년 동안 쓴 1300여 편의 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을 모아 시리즈 4권을 출판했다. 일주일간 독도에 머물며 동도와 서도를 탐사하는 동안 낙석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안전모를 썼다 ⓒ 오문수
 
"신 사장! 내 나이도 있고 이제는 쉬고 싶으니 글 그만 쓸래."
 
"무슨 소리입니까? 아직 젊고 우리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데 그 열정을 그만두다니요. 정 그렇다면 책 한 권 만들게 그동안 썼던 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들을 모아 보내주세요. 제가 편집을 해서 보내드릴게요."
 
가까이 지내는 신익재 사장과의 대화 내용이다. 서울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신익재 사장은 고조선유적답사 회원으로 필자와 함께 몽골을 여러 차례 다녀왔다. 그의 권유를 받고 기억에 남는 글을 모아 신 사장이 편집한 책 가본을 받아든 나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니 제대로 된 책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을 뭘로 정할까 고민하던 내게 퍼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기자를 꿈꿔본 적이 없는데 기자가 됐으니 '꿈꾼적 없던 길이'로 정하자. 그리고 나머지 세 권은 시리즈로 출판하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다
 
나이 30에 여수 모 사립고등학교 영어교사가 된 나는 3년 후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세운 중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좋은 학생, 좋은 동료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나는 2005년말 교감 승진에 도전했지만 비리에 휘말려 피눈물을 흘렸다.
 
평가 점수 1등인 나보다 8점이나 아래인 2위를 교감으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평가 기준이 소수점 세 자리부터 시작하니 8점 차이면 하늘과 땅 차이다. 부당함에 맞선 동료 교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섰고 연합뉴스와 한겨레에서도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보도했다.
 
분노한 내가 변호사를 찾아가 승산에 대해 물으니 "승산은 50대 50입니다. 정당성에는 무조건 이기지만 사학법 때문에 질 수도 있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법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대기업 소속 이사장과 싸울 힘이 없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역류성식도염에 걸려 기진맥진해 복수를 꿈꾸던 내게 가까이 지내던 후배가 "형님, 그 억울한 심정을 기사로 써보라"고 권유했다. 언론의 힘을 확인한 나는 혼자 외치는 자의 한계를 절감하며 대중과 공유하고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기로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도록 논리정연한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기자 소양을 쌓기 위해 준비했다. 육법전서 요약본을 다섯 번 읽고 나서야 내가 법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알 수 있었다. 30권에 달하는 글쓰기 책을 읽으면서 공부에 매진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글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생겼다.
 
꿈꾼 적 없던 길이 만든 변화
 
 
내가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게 된 동기는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다. 따라서 내 글의 프레임은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횡포에 맞서 분연히 일어서는 굴기였다. 강자가 억누를 때 반항하지 못한 채 울기만 하는 약자 편에 서는 것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자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주변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사건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도 기사 소재였다. 어린아이의 일상부터 폐지 줍는 할아버지의 애환도 기사가 됐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던 노인에게서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들으며 '책 한 권을 써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78억 목숨 중 한 사람의 목숨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며 발길에 닿는 들풀 하나도 소중하게 여겨졌다. 예쁜 꽃을 찾아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아픈 마음을 달랬다.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세계여행에 나서 5대양 6대주를 다니는 동안 세계 3대 미항과 세계 3대 폭포도 구경하며 글을 썼다.
 
▲ 몽골 중국 카자흐스탄의 3국 국경선인줄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국경경비대에 불려간 후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수백개의 암각화를 찾았다. 흥분해 배고픈 줄도 모르고 탁본을 뜨고있는 데 어디에선가 카자흐 소년 두명이 나타나 탁본작업을 지켜본 후 여기저기 널린 암각화를 안내해줬다. 인근에는 유목민 집이 두세채 밖에 없었다 ⓒ 오문수
 
몽골 알타이산맥 인근에서 청동기시대의 암각화 탁본을 뜰 때 너무 흥분해 배고픈 줄도 몰랐다. 스페인군의 학살을 피해 페루 2350미터 산 정상에 공중도시를 세운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를 탐방하면서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친김에 지인들과 힘을 합쳐 언론사를 창간해 대표가 되기도 했다. 글을 쓰자 여기저기서 제보도 들어오고 좋은 글을 써달라는 부탁도 들어왔다. 평범하게 지내는 교사였으면 결코 만나지 못할 훌륭한 사람도 만나 인터뷰하는 동안 숭고한 삶에 고개 숙여지기도 했다.
 
깨달은 것도 있다. 강자 앞에서는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강했던 기관장의 위선을 보며 세상을 알았다. 자신들이 죽으면 무인도가 될 것이라며 달관한 듯 섬을 지키는 노부부의 삶에 머리가 숙여지기도 했다.
 
'괜찮게 살다 간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보람도 있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어느 분야이든 위대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법칙으로 하루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16년 동안 글 쓰는 데 전력했더니 수많은 글이 보이기 시작했다. 9시 뉴스를 보도하는 앵커가 전하는 말을 듣다가 "저렇게 보도하면 안 되는데!" 하는 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왔다.
 
명강의로 소문난 교수의 저서를 읽다가도 눈에 거슬리는 글들이 보였다. KBS, MBC, SBS 방송에도 출연했고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종편 리포터들의 전화도 받았다. 내가 쓴 글이 <인간극장>의 소재로 선정돼 몇 편이 방영되기도 했다. 문화재청에서 발간하는 월간지에 실리기도 했다.
 
중학교 이후 헤어져 40년간 연락이 끊겼던 고향 친구가 기사를 보고 전화를 했다. 10여 년 전 졸업한 제자가 "선생님, 기사 잘 보고 있어요"라는 쪽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누군가 '글이란 피떡을 토해내는 작업이다'라고 얘기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내 핏속에 흐르는 피떡을 토해내며 얻은 결론은 '억울하게 당하고 있지만 말고 분노하라!'이다.
 
레지스탕스 출신 프랑스 외교관 스테판 에셀(Stephane Hessel)은 그의 저서 <분노하라!>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던 동기는 분노였다"고 썼다. 분노가 저항을 낳았고 결국 승리했다. 진정한 복수는 나를 울린 자보다 열 배나 잘 되는 것이다.
 
12월 10일 출판한 4권 중 1편이랄 수 있는 <꿈꾼적 없던 길이>에는 세계 여행하며 쓴 글이, 2편 <한국은 멋진 나라>에는 국내 여행하며 쓴 글이, 3편 <저 인물들 한이 많아>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특히 4편 <흉허물없는 사람 있소?>는 내 곁을 떠나간 사람들을 못내 아쉬워하며 썼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프다. 그분들 중에는 여러 곳을 함께 여행하며 삶을 공유한 분도 있다.
 
나는 요즈음 새로운 길을 간다. 분노로 치를 떨며 복수를 다짐했던 길에서 승화의 길을 택한 지금의 나를 뒤돌아보니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한 싸움이었다. "이사장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파면시키겠다"고 협박해도 끝까지 나를 지켜준 수호천사들에게 보답하는 여정이었다. 미움도 증오도 잊고 건강을 되찾은 내게 퍼뜩 떠오르는 생각 하나가 있다.
 
걸레스님으로 알려진 중광스님이 묘비명에 "괜히 왔다 간다"고 썼지만 나는 "괜찮게 살고 간다"라고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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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오문수 oms114kr@daum.net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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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