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정은 형조참의 예문관을 지낸 경주김씨 김위(金偉) 선생이 선조 5년(1572)에 지은 정자이다. 만취 김위(晩翠 金偉) 선생은 조선 개국공신인 계림군 김균의 7대손으로 중종 27년(1532) 11월 23일에 태어났으며, 우계 성혼의 문인으로 율곡 이이 등과 교유하였다. 명종 13년(1558)에 문과에 등급 하였고, 예조정랑에 오른 후 명종17년(1562) 합천군수를 시작으로 아홉 고을의 부사를 지내면서 선정을 베풀어 각 고을마다 선정비가 지금도 남아있다. 선조 25년(1592) 홍문관 부교리 및 예문관에 올랐으며 그 후 후진양성에 전력하였다. 만취정은 선조5년(1572)에 짓고 선조23년(1590)에 단청을 하였다. 순조14년(1814)과 순조34년(1848)에 중수되었으며, 상량에 '숭정기원후정유'(丁酉)라 씌어 있는 것을 보아 1897년에도 중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만취정의 서액(書額) 선조13년(1580)에 김 위가 명나라 사신 서계신(徐繼申)으로부터 받은 것인데, 이 때 김위는 자신의 호를 만취(晩翠)로 바꾸었다고 한다. 만취정은 팔작지붕 아래 겹처마를 두르고 정면 3칸, 측면 3칸의 규모이며, 왼쪽에는 2칸의 환도실(環堵室)을 두었으며, 빙 둘러 난간과 네 귀에 추녀 받침이 있다. 정자 안에는 송강 정철(松江 鄭澈), 율곡(栗谷) 이이, 고봉 기대승(高峰 奇大升), 백호 임제(白湖 林悌), 만헌 정염(晩軒 丁焰) 등과 주고받은 헌시 등, 16개의 현판과 4개의 주련이 걸려있다. 잘 정돈된 조선식 담장과 동. 서. 남으로 세 곳의 같은 크기의 출입문이 있고, 서쪽에는 재실인 첨모재(瞻慕齋)가 있다. 만취정은 1983년 8월 24일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06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개요 - 2014.11 자료 추가】
衰蘋敗葦滿江潭 松首昻藏翠自含 綠野堂成何日退 潯陽酒熟暮年酣 孱孫思述遙懷忉 諸老並生雅契參 舊額更隨新榭好 藹然風韻入詩淡 十代孫 敎漘
시든 마름과 마른 갈대가 강가에 가득한데, 衰蘋敗葦滿江潭 소나무머리는 앙증맞게 비취빛을 머금었네. 松首昻藏翠自含 녹야에 집 완공하니 언제 퇴직해서 지었을까, 綠野堂成何日退 심양에 술이 익으니 노년에 즐기려는 술이네. 潯陽酒熟暮年酣 잔손(孱孫)들이 추모하니 멀리 회포가 울적하고, 孱孫思述遙懷忉 제노(諸老)들은 함께 살았기에 교분이 돈독하네. 諸老並生雅契參 옛 편액 다시 내걸리고 새 정자가 보기 좋으니, 舊額更隨新榭好 문득 선생의 풍운(風韻)이 시에 담담히 들어오네. 藹然風韻入詩淡
10대 후손 교순(敎漘),
棠湄舊月入秋潭 積翠亭陰晩景含 綠墅終成裵相志 剡湖應待賀仙酣 明宣際遇恩啣重 牛栗門庭講學參 先德藏修爰有地 百回嗣葺尙遺談 七代孫 敎愼
해당화 물가에 옛 달은 가을연못에 반사해 비추고, 棠湄舊月入秋潭 짙은 비취빛 정자 그늘은 저물녘 경치를 머금었네. 積翠亭陰晩景含 녹야(綠墅)를 마침내 낙성하니 배(裵)정승 같은 뜻이었을까, 綠墅終成裵相志 섬호(剡湖)에서 응당 기다렸으니 하(賀)신선과 즐기려했겠지. 剡湖應待賀仙酣 명종(明宗)·선조(宣祖)와 잘 만났으니 특은(特恩)이 막중했고, 明宣際遇恩啣重 우계(牛溪)·율곡(栗谷)의 문하생으로서 학문을 사사(師事)받았네. 牛栗門庭講學參 선대께서 끼친 덕을 간직하여 이 땅에 있으니, 先德藏修爰有地 백번을 보수하고 끼쳐주신 말씀을 숭상하리라. 百回嗣葺尙遺談
칠대손(七代孫) 교신(敎愼)
石作懸崖水作潭 遲遲春色古松含 後孫東國風猶在 大老南江酒共酣 白首歸來亭已晩 靑雲上去位高參 登欄慕仰先人蹟 稧史千年尙有談 九代孫 鼎義
돌은 가파른 벼랑을 만들고 물은 못을 만들어, 石作懸崖水作潭 더디 오는 춘색(春色)을 고송(古松)이 머금었네. 遲遲春色古松含 후손(後孫)들은 동국(東國)에서 기풍이 여전한데, 後孫東國風猶在 대로(大老)들은 남강(南江)에서 술 찬치를 즐기네. 大老南江酒共酣 백수(白首)로 귀향하니 정자는 만년에 지었고, 白首歸來亭已晩 청운(靑雲)에 올랐으니 높은 벼슬을 지냈노라. 靑雲上去位高參 난간에 올라가 선인의 유적을 앙모하니, 登欄慕仰先人蹟 계사(稧史)는 천년토록 담소를 숭상하리. 稧史千年尙有談
9대 후손 정의(鼎義).
憶昔孤亭枕碧潭 太平煙月鏡中含 大明學士楣頭篆 東國群賢座上酣 古壁蒼松遲莫托 淸班玉筍早年參 千秋堂構遺孫在 聚首新欄往事談 九世孫 定義
고정(孤亭)이 벽담(碧潭)에 누웠던 것 기억하니, 憶昔孤亭枕碧潭 태평 세상 뿌연 달은 거울 같은 물에 잠겼었지. 太平煙月鏡中含 대명(大明)의 학사(學士)는 사무실에서 공무를 보는데, 大明學士楣頭篆 동국(東國)의 군현(群賢)은 자리에서 잔치를 즐기더라. 東國群賢座上酣 고벽(古壁)의 창송(蒼松)은 늦은 나이에 의탁했고, 古壁蒼松遲莫托 청반(淸班)에 옥순(玉筍)으로 젊은 나이에 올랐네. 淸班玉筍早年參 천추토록 당구(堂構)할 유손(遺孫)을 두었으니, 千秋堂構遺孫在 새 난간에서 머리를 맞대고 지나간 일 말하더라. 聚首新欄往事談
9세 후손 정의(定義).
良友高峯與石潭 一般孤節老松含 蘭陵幾日黃金散 蓮社當年白首酣 休道舊亭無地起 政看新榭與雲參 衣冠南國千秋事 竊聽家庭長老談 九代孫 聲義
좋은 친구로 기고봉(奇高峰)·이석담(李石潭)과, 良友高峯與石潭 일반적인 고절(孤節)은 노송(老松)이 머금고 있네. 一般孤節老松含 난능(蘭陵)에서 며칠 동안이나 황금을 베풀었던가, 蘭陵幾日黃金散 연사(蓮社) 당년에 머리 흰 노인은 잔치 즐겼노라. 蓮社當年白首酣 옛 정자를 지을 땅이 없다고 말하지 말게나, 休道舊亭無地起 새 정자가 구름이 닿도록 우뚝하게 보이네. 政看新榭與雲參 의관(衣冠)은 남국의 천추에 사업이라고, 衣冠南國千秋事 집안 어른들 하신 말씀을 넌지시 들었노라. 竊聽家庭長老談
9대 후손 성의(聲義).
山作邱園水作潭 依然亭子景中含 庶將葺理圖年久 每到登臨覺興酣 宦業支離雲與淡 道心皎潔月同參 夜深淅瀝松風起 疑是先生尙笑談 十一代孫 正洙 敬次
산은 구원(邱園)이고 물은 담(潭)이 되어, 山作邱園水作潭 의연(依然)히 정자는 경치 속에 들어있네. 依然亭子景中含 바라건대 장차 보수하여 오래가기를 도모했고, 庶將葺理圖年久 매번 올라왔을 때 감흥의 즐거움을 느꼈노라. 每到登臨覺興酣 환업(宦業)은 지리(支離)하게 높은 벼슬했고. 宦業支離雲與淡 도심(道心)은 깨끗하기가 달빛처럼 희였노라. 道心皎潔月同參 심야에 철썩철썩 솔바람이 일어나니, 夜深淅瀝松風起 선생의 담소(談笑)인가 의아해 하네. 疑是先生尙笑談
11대 후손 정수(正洙)가 삼가 차운함.
移來松樹碧如潭 廣覆仁天雨露含 晩節誰爭千歲茂 早華不作片春酣 杖屨知還今隱老 簪纓如在舊刑參 葉葉枝枝追慕意 嗟嗟無狀敢何談 十代孫 敎㻇
옮겨다 심은 소나무는 푸르기가 강물 같은데, 移來松樹碧如潭 널게 덮은 어진 하늘이 비와 이슬 내려주네. 廣覆仁天雨露含 만년에 절개 지키니 누가 천년 푸름을 다투랴, 晩節誰爭千歲茂 초년에 화려한 벼슬하니 한 봄도 놀지 못했네. 早華不作片春酣 장구(杖屨) 착용한 모습에서 은거했다는 알겠고, 杖屨知還今隱老 잠영(簪纓) 착용한 모습은 옛 벼슬할 때와 같네. 簪纓如在舊刑參 나뭇잎도 나뭇가지도 추모하려는 마음이니, 葉葉枝枝追慕意 아아, 주변 없는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嗟嗟無狀敢何談
10대 후손 교전(敎㻇).
吾家亭子碧松潭 永世遺陰晩翠含 十里晴烟心界淨 一山明月夢魂酣 念玆後裔香蘭芝 憶昔先人玉筍參 花樹年年團會日 風流勝事古今談 十代孫 敎友
우리 집안 정자에 소나무와 못이 푸르러, 吾家亭子碧松潭 영세토록 끼친 음덕은 늦게까지 푸르렀네. 永世遺陰晩翠含 십 리에 비 개이니 심계(心界)가 청정하고, 十里晴烟心界淨 온 산에 달 밝으니 몽혼(夢魂)에서 즐겼네, 一山明月夢魂酣 생각건대 후손들은 난초·지초처럼 잘 자랄 것인데, 念玆後裔香蘭芝 기억컨대 선인(先人)은 옥순(玉筍)에 선발되었네. 憶昔先人玉筍參 화수회에 해마다 단한하게 모이는 날, 花樹年年團會日 풍류(風流)하는 좋은 일 고금을 담소하네. 風流勝事古今談
10대 후손 교우(敎友).
棠溪垂釣 沙雨霏殘照 棠花落古磯 紅腮穿綠荇 收得釣綸歸
澗邊蒼松 澗底風霜苦 東君不主張 蒼然古鬚髯 堪砭俗膏盲
佛寺晨鍾 遠雞初報曉 孤寺又鳴鍾 應有幽人起 開門雪滿松
楓岳晴雲 天際脩眉泛 微茫上有楓 岳扉渾不辨 膚寸羃晴空
蓮塘夜雨 急雨跳荷葉 空山皆夜鳴 亂珠圓復碎 宿鷺夢頻驚
竹逕淸風 密竹藏山逕 淸風爲掃塵 餘涼携滿袖 傲睨熱中人
平沙曉月 曉風褰宿霧 寒月浸平沙 的爍迷霜暈 輕盈綴露華
西山暮雪 天醞雲容慘 風驅雪勢豪 暮江人去盡 漁屋沒銀濤
鐥淵秋砧 秋峽空雲水 寒砧殷翠微 香秔看落杵 不解搗邊衣
新店村燈 小野牛鳴外 孤村亂樹層 夜深風雨黑 明滅績麻燈
鬱屈雙虬偃碧潭 太陰雷雨想中含 孤高不受千霜戰 蒼翠寧同萬木酣 陶逕就荒終未忘 藍田對樹可相參 乍窺亭扁寒侵骨 紅紫何人失口談 霽峯 高敬命
십영(十詠) 당계(棠溪)에 낚싯줄 드리우고[棠溪垂釣] 백사장에 비는 석양에 부슬부슬, 沙雨霏殘照 해당화 꽃은 낚시터에 떨어지네. 棠花落古磯 붉은 꽃잎이 푸른 마름에 떨어지자, 紅腮穿綠荇 낚싯줄을 거두어서 돌아가네. 收得釣綸歸
시냇가 창송(蒼松) [澗邊蒼松] 시냇가 창송은 풍상이 모지니, 澗底風霜苦 동군(東君)이 주장한 것 아니네. 東君不主張 창연(蒼然)히 오래된 수염은, 蒼然古鬚髯 세속의 고질병을 치료할만하네. 堪砭俗膏盲
불사의 새벽종[佛寺晨鍾] 멀리 닭울음소리 첫 새벽 알리고, 遠雞初報曉 외딴 사찰에서 또 새벽종 울리네. 孤寺又鳴鍾 응당 유인(幽人)이 일어나 있어, 應有幽人起 문 열면 소나무에 눈 쌓였으리라. 開門雪滿松
풍악에 구름 걷히고 [楓岳晴雲] 하늘 끝에 긴 눈썹 같은 산이 떠있고, 天際脩眉泛 아스라하게 그 위에 풍악산이 있네, 微茫上有楓 풍악산 입구가 뿌옇게 구분 안 되고, 岳扉渾不辨 엷은 구름이 청공(晴空)을 덮었네. 膚寸羃晴空
연당에 밤 비[蓮塘夜雨] 소낙비가 연잎에서 나뒹구니, 急雨跳荷葉 밤중에 빈 산 도처에 울리네, 空山皆夜鳴 어지럽게 구슬이 모아졌다 또 부서지니, 亂珠圓復碎 잠자던 해오라기는 꿈에서 자주 깨더라. 宿鷺夢頻驚
대숲 길에 맑은 바람[竹逕淸風] 산길을 뒤덮은 빽빽한 대나무는, 密竹藏山逕 청풍을 일으켜 티끌 쓸어내고, 淸風爲掃塵 서늘한 기운이 옷소매를 당겨, 餘涼携滿袖 더운 사람을 거만하게 흘겨보네. 傲睨熱中人
평사에 새벽 달[平沙曉月] 새벽바람에 자욱한 연무가 걷히고, 曉風褰宿霧 차가운 달빛 평사(平沙)에 비추네. 寒月浸平沙 햇살이 서리에 햇무리를 쏘아서, 的爍迷霜暈 가볍게 이슬로 꽃을 점철했더라. 輕盈綴露華
서산의 저녁 눈[西山暮雪] 하늘이 구름을 무자비하게 빚어내더니, 天醞雲容慘 바람을 몰아 눈이 올 기세가 등등하네, 風驅雪勢豪 저물녘 강에 사람들은 모두 떠나가고, 暮江人去盡 어부의 집은 은빛 파도에 덮였더라. 漁屋沒銀濤
선연에 가을 다듬이소리[鐥淵秋砧] 가을 산골짜기 쓸쓸히 구름과 물인데, 秋峽空雲水 차가운 다듬이소리 푸른 산을 울리네. 寒砧殷翠微 메벼가 절굿공이에 떨어지는 것 보니, 香秔看落杵 변방에 보낼 옷 때문에 안 찧어지네. 不解搗邊衣
신점 마을에 등불[新店村燈] 작은 들에 소 울음소리 5 리 밖까지 들리고, 小野牛鳴外 외진 마을에 무수한 나무들은 들쭉날쭉하네. 孤村亂樹層 밤 깊어지자 비바람이 새까맣게 몰아치고, 夜深風雨黑 삼베를 길쌈하는 등불만 깜박깜박 보이네. 明滅績麻燈
웅크린 한 쌍 규룡이 벽담(碧潭)에 누어서, 鬱屈雙虬偃碧潭 컴컴한 하늘에 천둥과 비 내릴 것 상상하네. 太陰雷雨想中含 고고하여 천년 풍상에도 꺾이지 않았는데, 孤高不受千霜戰 짙푸른 것 어찌 만 종류 나무와 같을쏘냐. 蒼翠寧同萬木酣 도연명의 길[逕]은 황폐했으나 끝내 잊지 못했었고, 陶逕就荒終未忘 남전(藍田)의 무성함을 대하니 지켰다고 할 만하네. 藍田對樹可相參 잠깐 정자 편액만 보아도 뼈골이 오싹해오는데, 乍窺亭扁寒侵骨 어떤 사람이 천홍만자(千紅萬紫)로 실언을 하겠는가. 紅紫何人失口談
제봉(霽峯) 고경명(高敬命).
亭下泓際百丈潭 遙看萬景此中含 徒聞爽塏供多興 不獲登臨倚半酣 佳境風光誇自擅 塵客俗狀愧難參 要將椽筆題華帖 故事無由問籍談 垂胡子 林芑
장자 아래에 연못깊이가 백 자쯤 되는데, 亭下泓際百丈潭 멀리 모든 경치가 이 가운데 들어있더라. 遙看萬景此中含 시원히 트여서 감흥이 좋다고 들었건만, 徒聞爽塏供多興 올라가보지 못하고 중간에서 즐겼노라. 不獲登臨倚半酣 아름다운 지역이라 풍광(風光)만을 자랑하는데, 佳境風光誇自擅 풍진세상 속된 몰골로서는 오르기가 부끄럽구려. 塵客俗狀愧難參 서까래만한 큰 붓으로 시첩에 시를 적으려는데, 要將椽筆題華帖 고사(故事)에 전거(典據)를 물을 방법이 없노라. 故事無由問籍談
수호자(垂胡子) 임기(林芑)
溪雲從夜起 雨點鬧荷塘 莫恨頻驚夢 飜令枕簟香 俛仰亭 宋純
연당에 밤 비[蓮塘夜雨]
시내에서 구름이 밤에 일어나더니, 溪雲從夜起 빗방울이 연당(蓮塘)에 요란하게 내리네, 雨點鬧荷塘 자주 단꿈을 깬다고 탓하지 말게나, 莫恨頻驚夢 잠자리에 향기 풍기도록 해서라네. 飜令枕簟香
면앙정(俛仰亭) 송순(宋純)
蒼髥相對古溪潭 晩影澄波日夜含 瑤砌玉闌春有意 碧桃紅杏夢方酣 風生雪壑龍吟遠 桂冷霜天黛色參 安得高亭一樽酒 後凋心事細論談 白湖 林悌
푸른 솔잎은 옛 시내를 서로 마주보고, 蒼髥相對古溪潭 저녁 그림자 맑은 파도에 밤낮 잠겼더라. 晩影澄波日夜含 섬돌과 난간에는 봄기운을 머금었고, 瑤砌玉闌春有意 복사와 살구는 단꿈을 한창 꾸더라. 碧桃紅杏夢方酣 눈 구렁에 바람 부니 용의 신음소리 아슬하고, 風生雪壑龍吟遠 서리 맞아 언 계수나무는 검은색으로 변했더라. 桂冷霜天黛色參 어떻게 높은 정자에서 한 두루미 술을 마시고, 安得高亭一樽酒 만취(晩翠)의 심사(心事)를 세세히 담론할거나. 後凋心事細論談
백호(白湖) 임제(林悌).
平崗斗起控澄潭 鬱鬱雙松晩翠含 楊柳春光風不定 溝塍秋色露爭酣 悄無車馬來相繞 謾有禽魚與共參 聞說葺完堪繼志 曲欄何日對淸談 高峯 奇大升
평평한 등성이 우뚝 솟아 맑은 못에 숙이고, 平崗斗起控澄潭 울창한 두 소나무는 만취(晩翠)를 머금었네. 鬱鬱雙松晩翠含 버드나무에 봄빛은 흔들려 진정하지 못했고, 楊柳春光風不定 개울두둑에 가을빛은 이슬에 한껏 젖었었지. 溝塍秋色露爭酣 거마타고 친구가 찾아오지 않아 초조해서, 悄無車馬來相繞 그런대로 새랑 물고기랑 있어 함께 지냈노라. 謾有禽魚與共參 중건공사 완공하여 선대의 뜻 이었다던데, 聞說葺完堪繼志 굽은 난간에서 어느 날 만나 청담(淸談)을 할까. 曲欄何日對淸談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
玉友忽來翔 握手滄溟涘 山榭罷登臨 蘭舟泛綠水 煩暑此焉滌 微風疊縠起 山川四圍闊 興入烟霞裏 采蓮曲初歇 殘暉遠峀紫 酒醒人已遠 相思渺千里 一葉載玉軫 相期天上郞 風潮阻柔櫓 悵望烟蒼茫 栗谷 李珥
남강(南江)에서 배를 타며[南江泛舟]
좋은 친구가 홀연히 찾아와서, 玉友忽來翔 바닷가에서 만나 악수를 했네, 握手滄溟涘 산사(山榭)에 올라가 보고 와서는, 山榭罷登臨 난주(蘭舟)를 녹수(綠水)에 띄웠노라. 蘭舟泛綠水 무더위가 여기에서 씻기고, 煩暑此焉滌 실바람에 물결무늬 일어나네. 微風疊縠起 산천이 사방을 널리 에워싸고, 山川四圍闊 감흥은 노을 속으로 빠져드네. 興入烟霞裏 채련곡(采蓮曲)이 막 끝나가니, 采蓮曲初歇 석양이 멀리 산굴에 붉었더라, 殘暉遠峀紫 술에서 깨니 사람은 멀리가고, 酒醒人已遠 아득히 천리 밖에서 생각하네. 相思渺千里 조각배에 옥진(玉軫)을 싣고, 一葉載玉軫 천상에 선랑(仙郞)과 기약했는데, 相期天上郞 풍조(風潮)가 노를 방해하므로, 風潮阻柔櫓 쓸쓸히 바다안개만 바라보노라. 悵望烟蒼茫
율곡(栗谷) 이이(李珥).
長松似盖傍淸潭 凌雪蒼蒼晩節含 百世精靈如陟降 一團和氣尙醇酣 簾前川勢衝崖闊 屋後山光入戶參 顧我餘生無限感 洋洋在耳舊時談 十一代孫 正德
장송(長松)은 옆에 청담(淸潭)을 덮을 듯이, 長松似盖傍淸潭 눈 속에서 창창히 만절(晩節)을 머금었더라. 凌雪蒼蒼晩節含 백세토록 정령(精靈)께서 오르내리는 듯, 百世精靈如陟降 한 덩어리 화기(和氣)가 순일(純一)하더라. 一團和氣尙醇酣 문발 앞 냇물기세는 산을 뚫을 만큼 거세고, 簾前川勢衝崖闊 집 뒤에 산의 빛깔은 문까지 침입해 비추네. 屋後山光入戶參 나의 여생에 무한한 감회를 돌이켜보면, 顧我餘生無限感 옛적에 담소가 귀에 생생하게 남아있네. 洋洋在耳舊時談
11대 후손 정덕(正德).
棠溪垂釣 自愛一竿竹 行尋垂柳磯 前溪風雨足 日暮坐忘歸
澗邊蒼松 雪後誇奇節 風前作怒濤 於焉樂相對 冷笑狄門桃
佛寺晨鍾 梵宇藏深峽 䟽鍾趂曉催 隨風聲斷續 十里渡溪來
楓岳晴雲 雲葉在山腹 夕陽生晩風 須臾多變態 松檜有無中
蓮塘夜雨 半夜山鳴雨 陂塘翠盖傾 跳珠亦多事 幽枕夢難成
竹逕淸風 亭逈晩凉透 飜驚蒼玉鳴 幽人步苔逕 得句有餘情
平沙曉月 翠竹江村外 明沙十里長 秋窓驚睡夢 雪色鬪蟾光
西山暮雪 山暝暮雲合 風驕瓊屑飛 千林宿鳥斷 江上有蓑衣
鐥淵秋砧 天淡雁橫塞 葉稀風滿林 孤村隔江水 月下送寒砧
新店村燈 隔岸小村在 黃昏風雨暝 林䟽露燈火 竹外燦明星
上有靑冥下有潭 鳶魚至樂靜中含 平生早識林泉勝 畢竟寧爲富貴酣 脩竹受風涼不廢 長松排雪翠常參 他年浪咏歸來賦 却把塵機付笑談 淸溪 梁大樸
십영(十詠) -당계(棠溪)에 낚싯줄 드리우고-[棠溪垂釣] 한 낚싯대를 좋아하면서부터, 自愛一竿竹 능수버들 낚시터를 찾아갔네, 行尋垂柳磯 앞 시내에 비바람이 흡족히 내리는데, 前溪風雨足 해 저물도록 앉아 돌아가는 것 잊었네. 日暮坐忘歸
-시냇가 창송-[澗邊蒼松] 눈 온 뒤에도 기이한 절개 과시하더니, 雪後誇奇節 바람 앞에서는 성난 파도가 되는구려. 風前作怒濤 어느덧 즐기다가 서로 마주대하니, 於焉樂相對 적인걸이 문하에 인재도 냉소하듯 하네. 冷笑狄門桃
-불사의 새벽종소리- [佛寺晨鍾] 사찰이 깊은 골짜기에 있어서, 梵宇藏深峽 성긴 종소리 새벽을 재촉하네, 䟽鍾趂曉催 바람결에 소리 끊겼다 이어져, 隨風聲斷續 10리쯤 시내건너까지 들리네. 十里渡溪來
-풍악(楓岳)에 비 개이고- [楓岳晴雲] 구름덩어리가 산허리에 뭉쳐서, 雲葉在山腹 석양에 만풍(晩風)을 일으키네, 夕陽生晩風 순식간에 자주 모습이 변하니, 須臾多變態 소나무 회나무 보일 듯 말듯하네. 松檜有無中
-연당(蓮塘)에 밤비- [蓮塘夜雨] 한밤중 산에 빗방울 떨어지고, 半夜山鳴雨 연못두둑에 푸른 일산 모였네, 陂塘翠盖傾 구슬방울 튕겨나가 소란스러워, 跳珠亦多事 숙면하면서 꿈을 꾸기 어렵네. 幽枕夢難成
-대나무 숲길에 청풍- [竹逕淸風] 정자에 저녁청풍이 날카롭게 부니, 亭逈晩凉透 창옥(蒼玉) 소리인가 깜짝 놀랐네, 飜驚蒼玉鳴 유인(幽人)은 이끼 낀 길 산보하며, 幽人步苔逕 글귀를 떠올리는데 여유가 있더라. 得句有餘情
-평사에 새벽달- [平沙曉月] 취죽(翠竹)은 강촌 밖에 있고, 翠竹江村外 명사(明沙)는 10 리나 멀더라, 明沙十里長 가을 창에 꿈꾸다가 깨어보니, 秋窓驚睡夢 설색(雪色)이 달빛과 교차했더라. 雪色鬪蟾光
-서산에 저녁 눈- [西山暮雪] 산 어둡고 저녁구름이 뭉치더니, 山暝暮雲合 거센 바람 옥가루 날리는 듯하네, 風驕瓊屑飛 천만 숲에 자려고 깃드는 새 없고, 千林宿鳥斷 강둑에 도롱이 입은 사람만 있구나. 江上有蓑衣
-선연에 가을 다듬이소리- [鐥淵秋砧] 하늘이 맑으니 기러기 변방에 날고, 天淡雁橫塞 잎사귀 성기니 바람이 숲에 불어서네, 葉稀風滿林 고촌(孤村)이 강물 건너에 있는데, 孤村隔江水 달밤에 차가운 다듬이소리 들리네. 月下送寒砧
-신점촌에 등불- [新店村燈] 언덕 건너에 소촌(小村)이 있는데, 隔岸小村在 황혼에 비바람이 불어 안 보이네, 黃昏風雨暝 숲 성기니 등화(燈火)가 보이고, 林䟽露燈火 대숲 밖에 명성(明星)이 빛나네. 竹外燦明星
위에 푸른 하늘 아래에 연못이 있어, 上有靑冥下有潭 솔개 물고기는 고요히 세상을 즐기네. 鳶魚至樂靜中含 평생 임천(林泉)이 좋은 것 일찍 알았으면, 平生早識林泉勝 필경 어찌하여 부귀(富貴)를 즐기려했을까. 畢竟寧爲富貴酣 수죽(脩竹)은 바람 불면 한없이 서늘하고, 脩竹受風涼不廢 장송(長松)은 눈이 내려도 항상 푸르더라. 長松排雪翠常參 다음에 부질없이 귀거래사를 읊게 된다면, 他年浪咏歸來賦 되려 세속풍진 따위 담소에 부쳐버리련다. 却把塵機付笑談
청계(淸溪) 약대박(梁大樸)
卜築菟裘棠水湄 宦情從此薄於絲 世間榮辱渾閒事 只信吾天不自欺
春晩邱園麗景暄 萬邨桃李落紛紛 蒼然老髥雙松樹 雪後知心獨有君
波向亭前別樣深 濯纓兼復濯塵襟 扶藜更踏溪邊草 嬴得濂翁萬古心
원운(原韻)
은거할 집을 해당화 물가에 지어놓으니, 卜築菟裘棠水湄 이제 벼슬할 생각 털끝만큼도 없노라. 宦情從此薄於絲 세간에 영욕(榮辱)은 모두 부질없는 일이고, 世間榮辱渾閒事 다만 나는 하늘이 속이지 않을 것을 믿는다. 只信吾天不自欺
늦은 봄 구원(丘園)은 좋은 햇볕 따뜻하고, 春晩邱園麗景暄 마을마다 도리(桃李)는 분분하게 떨어졌지. 萬邨桃李落紛紛 창연(蒼然)히 늙은 수염 두 그루 소나무여, 蒼然老髥雙松樹 유독 그대가 눈 내린 뒤 마음을 말아주네. 雪後知心獨有君
파도는 정자 앞을 향하여 별도 모양 만들어, 波向亭前別樣深 갓끈을 씻고 겸하여 다시 세속 마음도 씻네. 濯纓兼復濯塵襟 지팡이 짚고 다시 시냇가 풀밭 거닐면서, 扶藜更踏溪邊草 족히 염옹의 만고심(萬古心)을 터득하네. 嬴得濂翁萬古心
泬廖高架壓澄潭 暮影微微水半含 白鳥盟深機可息 高粱炊熟夢何酣 花陰滿地淸香旺 松盖于霄黛色參 多取勝區爭怪殺 不須誇與俗人談 松溪 權應仁
쾌청한 하늘 높은 시렁이 맑은 연못을 진압하니, 泬廖高架壓澄潭 저물녘 그림자 미미하게 물에 반쯤이나 잠겼더라. 暮影微微水半含 백조와 맹세 깊으니 기심(機心)도 쉴만하고, 白鳥盟深機可息 황량(黃粱)은 익었는데 꿈에 언제 빠져들거나. 黃粱炊熟夢何酣
꽃·녹음 땅에 가득하니 맑은 향기 풍기고, 花陰滿地淸香旺 소나무가 하늘을 덮으니 짙푸른 색갈이네. 松盖于霄黛色參 대부분 명승지 가지고 괴이함 다투는데, 多取勝區爭怪殺 속인과 담소하며 자랑할 필요는 없노라. 不須誇與俗人談
송계(松溪) 권응인(權應仁)
棠溪垂釣 釣魚魚戱我 垂釣亦無心 釣罷歸來晩 燈明酒可斟
澗邊蒼松 蒼松古澗底 歲暮更精神 與爾同心事 風霜見幾人
佛寺晨鍾 古寺秋雲裏 鍾聲趂曉風 睡罷多深省 塵心已覺空
楓岳晴雲 秋雲生嶺上 卷舒任天風 坐看朝暮態 山色古今同
蓮塘夜雨 入夜顚風起 江雲萬朶輕 急雨飜輕盖 明珠散有聲
竹逕淸風 脩竹千竿碧 涼風一陣淸 行尋有一逕 戞玉聽寒聲
平沙曉月 淸氣當樓爽 涘虛月滿沙 却訝秋天雪 還疑蘆荻花
西山暮雪 玄雲從夕起 飛雪暗山村 須臾銀闕聳 巖逕已暮昏
鐥淵秋砧 獨夜秋砧急 偏驚節序催 禾稼登場足 家家喚酒盃
新店村燈 山暗孤燈逈 林深路轉斜 夜來人語鬧 遙認是漁家
원운(原韻) 십영(十詠) -당계(棠溪)에 낚시 드리우고-[棠溪垂釣] 고기 낚으니 고기가 나를 희롱하기에, 釣魚魚戱我 낚싯줄 드리우고 또 무심(無心)하노라. 垂釣亦無心 낚시를 파하고 저물녘에 돌아와서, 釣罷歸來晩 등불 밝히니 술 부어 마실만하네. 燈明酒可斟
-시냇가에 푸른 소나무-[澗邊蒼松] 시냇가에 오래된 푸른 소나무는, 蒼松古澗底 세모(歲暮)에 정신이 더욱 새롭네. 歲暮更精神 너와 심사(心事)를 같이하면서, 與爾同心事 풍상을 몇 사람이나 겪었을까. 風霜見幾人
-불사에 새벽 종-[佛寺晨鍾] 옛 사찰이 구름 속에 덮여 있을 때, 古寺秋雲裏 종소리가 새벽바람을 타고 들리네. 鍾聲趂曉風 자고 나서 깊은 성찰을 흔히 하는데, 睡罷多深省 티끌마음은 이미 부질없음을 알았네. 塵心已覺空
풍악의 비갠 구름[楓岳晴雲] 가을구름이 고개에서 피어나, 秋雲生嶺上 말았다 펴기를 바람 따라하네. 卷舒任天風 앉아서 아침저녁 그 형태 보니, 坐看朝暮態 산색(山色)은 고금(古今)이 같네. 山色古今同
연당에 밤 비[蓮塘夜雨] 밤이 되자 거센 바람이 불더니, 入夜顚風起 강의 구름 일만 덩어리 가볍네. 江雲萬朶輕 소낙비는 일산을 가볍게 뒤집고, 急雨飜輕盖 빗방울 쏟아져 소리가 나더라. 明珠散有聲
-대나무 길에 맑은 바람-[竹逕淸風] 긴 대나무 천 개 장대 푸르러, 脩竹千竿碧 서늘한 바람 불어서 청량하네. 涼風一陣淸 한 길이 있어 찾아갔더니, 行尋有一逕 구슬 구르는 소리 차갑게 들리네. 戞玉聽寒聲
평사에 새벽 달[平沙曉月] 맑은 기운이 누각에 상쾌하고, 淸氣當樓爽 잔잔한 물가 모래에 달뜨니, 涘虛月滿沙 가을에 눈이 내리나 했더니, 却訝秋天雪 다시 갈대꽃인가 의심했네. 還疑蘆荻花
서산에 모설[西山暮雪] 검은 구름이 저녁에 피더니, 玄雲從夕起 눈발 날려 산마을 깜깜하고, 飛雪暗山村 순식간에 은궐(銀闕)이 솟았고, 須臾銀闕聳 바윗길은 벌써 저물어 어둡네. 巖逕已暮昏
선연에 가을 다듬이소리[鐥淵秋砧] 외로운 밤 가을 다듬이소리 다급하니, 獨夜秋砧急 새삼 절서(節序)를 재촉할까 놀랐노라. 偏驚節序催 벼농사는 타작하여 수확이 넉넉하니, 禾稼登場足 집집마다 사람을 불러서 술을 마시네. 家家喚酒盃
신점촌에 등불[新店村燈] 산이 어두워 외딴 등불 아득하고, 山暗孤燈逈 깊은 숲에 길이 굽어 경사졌네. 林深路轉斜 밤에 사람들 말소리 시끄러우니, 夜來人語鬧 멀리 어부의 집인 것을 알겠네. 遙認是漁家
孤松鬱鬱倒寒潭 晩翠亭新落照含 小子有懷千古感 先生退老六旬酣 衣冠故宅曾何盛 花樹南州恨未參 㤼後爛編餘幾許 風流勝事至今談 十代孫 奭源
울창한 고송(孤松)이 한담(寒潭)에 누었으니, 孤松鬱鬱倒寒潭 상큼한 만취정(晩翠亭)은 낙조를 머금었더라. 晩翠亭新落照含 소자(小子)는 회포 있어 천고토록 느끼고, 小子有懷千古感 선생(先生)은 늙어 물러나 육순을 즐기더라. 先生退老六旬酣 의관(衣冠)하고 고택(古宅)에 있으니 얼마나 훌륭했던가, 衣冠故宅曾何盛 화수(花樹)모임 남주(南州)에서 하니 참석 못해 아쉬웠네. 花樹南州恨未參 풍상을 겪어 좀 먹은 책 얼마 남았으니, 㤼後爛編餘幾許 풍류 읊은 좋은 일 지금까지 담소하더라. 風流勝事至今談
10대손 석원(奭源)
阿山亭子俯澄潭 白首相羊晩景含 風雨西灣千里覲 烟霞南國幾時酣 傳家懿範藝篇在 衛社高勳竹史參 鬱鬱古松何處見 荒墟惟有老農談 十代孫 益源
아산(阿山)의 정자에서 맑은 연못 굽어보고, 阿山亭子俯澄潭 백수(白首)로 배회하니 저녁 경치 머금었네. 白首相羊晩景含 서만(西灣)의 비바람 천리까지 쏟아지는데, 風雨西灣千里覲 남국(南國)의 연하(烟霞)는 어느 때 즐길까. 烟霞南國幾時酣 의범(懿範)을 가문에 전하니 서책에 실렸고, 傳家懿範藝篇在 고훈(高勳)은 사직을 지켜 역사에 기록되었네. 衛社高勳竹史參 울창한 고송(古松)을 어디에서 볼 것인가, 鬱鬱古松何處見 황폐한 집터에 노농(老農)의 담소만 있더라. 荒墟惟有老農談
10대손 익원(益源)
晩翠亭臨百尺潭 太平休暇聖恩含 文成大老同舟泛 明彦先生合席酣 紅米濟窮千戶散 蒼松葆節半空參 至今邱隴雲仍在 肯搆新楹供笑談 十代孫 稷源
만취정은 백 자나 깊은 연못에 임해있는데, 晩翠亭臨百尺潭 태평시대 휴가는 성은(聖恩)을 얻어서이네. 太平休暇聖恩含 문성(文成) 대노(大老)와 함께 배를 띄웠고, 文成大老同舟泛 명언(明彦)선생과 합석하여 잔치 즐겼노라. 明彦先生合席酣 묵은쌀을 일천 가구에 주어 궁핍 구제하고, 紅米濟窮千戶散 푸른 소나무 허공에 뻗어 절개를 보존하네. 蒼松葆節半空參 고향에는 지금까지 후손들이 살고 있으니, 至今邱隴雲仍在 선대를 이어 새 정자 짓고 함께 담소하더라. 肯搆新楹供笑談
10대손 직원(稷源).
溪到懸崖便作潭 平鋪一畝水天含 非無勝致幽亭飾 故取貞操晩翠酣 是實菟裘君固有 誰煩句漏陸辭參 我今身歷臺中遍 不比諸公信筆談 晩軒 丁焰
시내물이 벼랑에 이르러 연못이 만들어져, 溪到懸崖便作潭 평평한 한 이랑에 물이 하늘을 담고 있네. 平鋪一畝水天含 좋은 경치는 유정(幽亭)이 꾸며주어서인데, 非無勝致幽亭飾 짐짓 정조를 취하느라 만취(晩翠)를 즐겼네. 故取貞操晩翠酣 필시 토구(菟裘)는 그대 고유 소유인데, 是實菟裘君固有 누가 번거롭게 구루(句漏)을 하직했는가. 誰煩句漏陸(陛)辭參 나는 지금 몸소 대(臺)에 가서 두루 보았으니, 我今身歷臺中遍 제공(諸公)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필담하노라. 不比諸公信筆談
만헌(晩軒) 정염(丁焰).
噫我先祖醉睡堂先生 當昏朝彛倫之變 棄官入山之時 於智異作月波軒 於阿山 搆醉睡堂 遺落世事 嘯詠溪山 著現於龍 鳳兩城邑誌 而當時儒賢 相與詠嘆者多 矣 逮夫 純廟壬辰 因道內章甫之意 建祠於杖屨所 龍臺之上 士林尊慕 於斯遂矣 惟我子孫 之追感咨嗟者 以若吾先祖平生 未了溪 山之樂 萬年幽宅之下 幸有此淸溪白石 之勝 不昧精靈 想必陟降於斯矣 自吾先 父兄 每營一亭臺于此 累世未遑矣 不肖 孱孫 欲如先人之志 搆此小亭 而扁其顔 曰降仙者 公之再從姪文貞公松崖先 生哀辭曰 醉睡仙翁駕鶴去 白雲千載好 溪山 文靖公澤堂李先生誄詞曰 不覺留 仙舄 頭流戶外靑 當時族人故舊 皆以仙 翁稱之 故因以是揭號焉 崇禎二百三十九年丙寅 七代孫 星爀 謹記
강선정기(降仙亭記)
아, 우리 선조(先祖)이신 취수당선생(醉睡堂先生)께서는 광해조(光海朝)에 이륜(彛倫)이 혼란할 때에 관직을 버리고 입산(入山)하였다. 지리산(智異山)에 월파헌(月波軒)을 짓고, 아산(阿山)에 취수당(醉睡堂)을 짓고, 세상사를 등한시하고 산수를 노래했으니, 시(詩)가 용성(龍城)·봉성(鳳城) 두 읍지(邑誌)에 보인다. 그리고 당시 유현(儒賢)들이 서로 시를 지어 탄식하는 사람이 많았다. 순조(純祖) 임진(壬辰)년 도내(道內) 장보(章甫)들의 의견으로 인하여 장구(杖屨)가 모셔진 용대(龍臺) 위에 사당(祠堂)을 건립하였으니 사림(士林)들이 존모(尊慕)할 곳이 이에 이루어졌다. 오직 우리 자손(子孫)이 추모하고 탄식하는 것은, 우리 선조 같은 분이 평생 산수의 낙을 즐기지 못하고 만년(萬年)동안 유택(幽宅)에 계셨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 청계(淸溪)와 백석(白石)이 좋은 승지(勝地)에 모시게 되었으니 어둡지 아니하신 정령(精靈)께서는 꼭 이 사당에 오르락내리락하실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돌아가신 부형(父兄)께서도 늘 이곳에 한 정대(亭臺)를 건립하고자 하였으나 수대에 걸쳐서 겨를이 없었다. 불초한 잔손(孱孫)들이 선인(先人)의 유지(有志)대로 이곳에 작은 정자를 얽어짓고 안면(顔面)에 편액을 ‘강선(降仙)’이라 한 것은, 공의 재종질(再從姪) 문정공(文貞公) 송애선생(松崖先生)이 지은 공의 애사(哀辭)에 ‘술에 취해 잠든 선옹(仙翁)이 학을 타고 가셨으니, 백운에서 천년토록 산수를 즐기리라.’라고 하고, 문정공(文靖公) 택당(澤堂) 이선생(李先生)이 지은 공의 뇌사(誄詞)에 ‘부지불식간에 신선발자국이 머물더니, 두류산 문 밖이 파랗더라.’라고 기록되었으니 당시 족인(族人)과 고구(故舊)들이 모두 ‘선옹(仙翁)’이라고 일컬었다. 그러므로 인하여 이로써 호(號)하여 내걸었다.
숭정(崇禎) 239년 병인(丙寅) 7대손 성혁(星爀)은 삼가 기(記)하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