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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놀이터 ::【임실문화원의 지식창고 임실의 정자 (2013)
저작물 (목치)
【향토】 임실의 정자 (2013)
◈ 11. 관란정(觀瀾亭) - 오수면 대정리
관란정은 오수의 대정리 대말 저수지 옆에 위치하고 있다. 4차선 국도를 따라 남원 쪽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둔기와 대정마을로 들어가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마을 입구에서 동쪽으로 500m 지점에 풍치 좋고 아담한 저수지가 보인다. 관란정은 저수지 동편에 위치하여 저수지의 풍광을 멋들어지게 꾸며 주고 있으며, 가을에는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풍치를 더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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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란정은 오수의 대정리 대말 저수지 옆에 위치하고 있다. 4차선 국도를 따라 남원 쪽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둔기와 대정마을로 들어가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마을 입구에서 동쪽으로 500m 지점에 풍치 좋고 아담한 저수지가 보인다. 관란정은 저수지 동편에 위치하여 저수지의 풍광을 멋들어지게 꾸며 주고 있으며, 가을에는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풍치를 더하곤 한다.
 
관란정은 해주 오씨와 전주이씨가 금성계를 조직하여 세워진 정자이며 계원 57명의 명단이 적혀진 현판을 비롯하여 14개의 현판이 있다. 건립연대는 오래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최근에 정자를 개보수하여 주위의 환경과 더불어 말끔하게 정돈되어있다.
 
관란정에 있는 현판 중 이창의가 무진년(1928)에 지은 서문을 보면 남원의 북쪽 성산인 남쪽에 하나의 대(臺)가 있으며 송호(松湖)가 있었다. 이 호수 위에는 오금사가 있었으며 우측에는 칠성암이 있고 울창한 노송이 있었다. 이곳은 아름다운 나무와 기이한 바위가 잘 어울려 산수가 기이하였다 한다. 그리하여 호수위에 정자를 세우고 관란정이란 편액을 붙였다.
 
관란(觀瀾)이란 말은 따스한 봄날 경치가 밝을 때 호수의 광명은 지극히 맑고, 파도는 현란하여 하나로 천광에 다 비쳐 상하(上下)가 담탕(淡蕩)하여 스스로 이루어져 혹 물결이 뛰기도 하고 잠기기도 해 양양혼연(洋洋渾然)함이 하늘과 물결이 하나로 되었다고 역설하고 있다.
 
1927년에 맹추에 오병수가 지은 관란정 기문이 있고, 1928년에 해주 오병규가 지은 상량문이 있으며, 중원 임자에 이기열이 지은 관란정 중창서문이 있다. 또 오인수의 기문을 비롯하여 계원들이 지은 시(詩)로는 오희선 원운을 비롯해서 54명의 시가 사방에 붙어있다.
 
대말저수지의 명물은 아무래도 방죽 안에 몇 줄로 늘어선 노송과 버드나무들이다. 멀리서 보면 한 폭의 산수화를 방불케 하며 특히 방죽 안에 늙은 왕버들은 방죽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이곳 저수지를 대말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큰 마을이란 뜻으로 한문과 한자를 섞여 부른 말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마을 안에 큰 우물이 자리를 잡고 함께 물을 먹었기에 큰 대(大) 우물 정(井)을 써서 대정리(大井里)로 부르면서 대정이란 말이 새롭게 생기게 되었다. 대말 방죽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가시연꽃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가시 연꽃은 이곳과 함께 만경강 회포다리를 비롯해서 고창 용대저수지 등지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다.
【개요 - 2014.11 자료 추가】
 
 
 
 
 
 

1. 1. 原韻

修稧當年起此亭 蕙蘭同色帶襟靑
沙晴水闊浮沈鷺 夜靜天空上下星
暇日登臨塵念遠 幾人放曠道心醒
流觴曲水餘分事 有術觀瀾更欲聽
吳喜善
 
有此名區有此亭 數間軒敞四檐靑
三春柳暗嚶嚶鳥 五夜池淸點點星
逃世身忙來復往 觀瀾心似醉還醒
新增契案詩聯板 將使後人永久聽
李康和
 
曾占此地築斯亭 潭水深深草樹靑
寺已先天餘石佛 波當半夜印河星
多年修稧情尤密 暇日携筇醉且醒
觀水眞工誰有識 心如歷歷聖言聽
吳甫泳
 
 
원운(原韻)
 
계(稧)를 결성한 당년에 이 정자 지었으니, 修稧當年起此亭
혜초 난초와 한가지였고 띠와 옷깃은 푸르렀네. 蕙蘭同色帶襟靑
모래 깨끗하고 물 광활하니 해오라기가 노닐고, 沙晴水闊浮沈鷺
밤 고요하고 하늘 공활하니 별들이 반짝였더라. 夜靜天空上下星
한가한 날 정자에 오르니 티끌마음 멀어졌는데, 暇日登臨塵念遠
몇 사람이나 호방하게 도심(道心)을 깨우쳤을꼬. 幾人放曠道心醒
곡수(曲水)에 술잔 띄우는 일 여가의 일이고, 流觴曲水餘分事
관란(觀瀾)에 술(術) 있으니 다시 듣고 싶구려. 有術觀瀾更欲聽
 
오희선(吳喜善)
 
이리 좋은 명구(名區)에 이 정자 있으니, 有此名區有此亭
두어 칸 높은 헌(軒)은 사방처마 푸르네. 數間軒敞四檐靑
삼월이라 버들 숲에서 새가 앵앵 노래하고 三春柳暗嚶嚶鳥
오경 밤 맑은 못에는 별이 점점이 비추네 五夜池淸點點星
세속을 떠난 몸은 바삐 왕래하고, 逃世身忙來復往
관란(觀瀾)하는 마음은 취했다가 깬듯하네 觀瀾心似醉還醒
계안(契案) 새로 더하고 시는 판에 연이어 적어 新增契案詩聯板
장차 후인으로 하여금 영구히 듣도록 하네. 將使後人永久聽
 
이강화(李康和)
 
이 땅에 터 잡아 이 정자 지으니 曾占此地築斯亭
못 물은 깊고 , 초목은 푸르네 潭水深深草樹靑
사찰은 선천(先天) 때 것이니 돌부처만 남아있고, 寺已先天餘石佛
물결에는 한밤중에 은하(銀河) 별이 찍혀있더라. 波當半夜印河星
다년간 계(稧)를 치러 정이 더 친밀하니, 多年修稧情尤密
여가에 지팡이 짚고 가서 취했다 깼노라. 暇日携筇醉且醒
관수(觀水)하는 참 공부 누가 알고 있을까, 觀水眞工誰有識
마음에 또렷이 성인의 말씀 들리는 것 같더라. 心如歷歷聖言聽
 
오보영(吳甫泳)
 
 
 

2. 2. 觀瀾亭記

夫地不可獨靈 而固有衆形之同美 亭不
可必勝 而只得一景則自多 故不可以亭
之拙而短其觀也 不可以觀之勝而譽其
亭也 今立榭者 或林巒之秀川原之高 峭
而壁崖 奇而巖石者 以適圖覽謀賞之自
志而已 余於古湖上得一小阜 突怒陡起
雖無林巒壁崖巖石之異 艶然瀰然 汪
焉洋焉 雖出於人造之舊 而亦無異於天
成之今也 卽與同志 僅搆數架而臨觀
則吾亭之勝狀 在面前一湖 靜以活源 則可
以察秉彛之眞 動以鼓浪 則可以驗義氣
之正 其或樹竹蘸影 若畵者之運筆興月
入暎 若端士之奉璧 平滿而色者 求於目
瀏亮而聲者 索於耳 恬澹而虛者 凝於神
靜深而本者 謀於心 至若鉤美挹芳 較短
護長 指不勝屈者 亭外之餘觀也 噫 使智
者登 則有周流無滯之益 仁者觀則悟靜
深有本之學 憂怒者則思渾淪包含之量
貪吝者則動淸淨無汙之意 過情者則悔
溝涸無源之恥 知臨履之戒 則愼修庶興
思淡 如之交則友道可扶 一觀之下 百感
隨變 故聊以名觀瀾 非敢以鄒訓有術之
觀也 一以警自修之未及 所示後登人同
志者云爾
强圉單閼 孟秋下澣 吳秉秀 記
 
 
관란정기(觀瀾亭記)
 
무릇 땅은 홀로 신령(神靈)할 수 없고 진실로 뭇 형태(形態)가 함께 아름다워야 신령할 수 있다. 정자(亭子)는 꼭 경치가 좋을 수는 없고 다만 한 좋은 경치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경치가 좋아진다. 그러므로 정자가 졸렬하다고 해서 그 외소하게 볼 수 없고, 보기에 좋다고 해서 그 정자를 칭찬할 수도 없다. 오늘날 정자를 짓는 자가 숲이 수려하고 내가 높고 벼랑이 가파르고 암석(巖石)이 기이한 곳에 짓는 것은, 관람하기 좋도록 도모하고 감상하기 좋도록 꾀하는 데에 뜻을 둔 것일 뿐이다.
夫地不可獨靈 而固有衆形之同美 亭不可必勝 而只得一景則自多 故不可以亭之拙而短其觀也 不可以觀之勝而譽其亭也 今立榭者 或林巒之秀川原之高 峭而壁崖 奇而巖石者 以適圖覽謀賞之自志而已
 
내가 옛날 호수위에 한 작은 언덕이 날렵하게 우뚝 솟은 곳을 봤다. 비록 숲이나 벼랑, 암석의 기이함은 없으나, 물이 가득 넘실넘실 흘렀다. 비록 옛적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또한 오늘날 하늘이 만든 것과 다름이 없었다. 곧바로 동지(同志)들과 겨우 두어 시렁을 얽어 놓고 바라보니 우리 정자가 보기 좋은 장관이었다. 앞에는 한 호수가 있어서 활원(活源)이 고요할 때에는 참된 병이(秉彛)를 관찰할 수 있고, 물결이 고동(鼓動)칠 때는 바른 의기(義氣)를 증험(證驗)할 수 있었다.
余於古湖上 得一小阜突怒陡起 雖無林巒壁崖巖石之異 艶然瀰然 汪焉洋焉 雖出於人造之舊 而亦無異於天成之今也 卽與同志 僅搆數架而臨觀 則吾亭之勝狀 在面前一湖 靜以活源 則可以察秉彛之眞 動以鼓浪 則可以驗義氣之正
 
그 대나무를 심어 그림자가 물에 잠기거든 그림 그리는 사람이 붓을 움직이는 듯하고, 달이 떠서 물에 반사하거든 단아한 선비가 구슬을 받드는 듯하네. 물 평면에 가득한 물색은 눈을 끌게 하고, 일렁이는 소리는 귀를 쫑긋하게 하며, 담담히 공허한 것은 정신을 집중하게 하고, 고요하고 깊어서 근본이 있는 것은 마음을 도모하게 한다. 저 아름다움을 취하고 꽃다운 향기를 맡으며 단점을 비교하여 장점을 보완하는 등 이루 손꼽아 셀 수 없는 것에 이르러서는 정자 이외에 별도 경관이다.
其或樹竹蘸影 若畵者之運筆 興月入暎 若端士之奉璧 平滿而色者 求於目 瀏亮而聲者 索於耳 恬澹而虛者 凝於神 靜深而本者 謀於心 至若鉤美挹芳 較短護長 指不勝屈者 亭外之餘觀也
 
아, 지자(智者)가 올라가면 두루 흘러 정체함이 없는 유익함이 있을 것이고, 인자(仁者)가 관람하면 정심(靜深)하여 근본이 있는 학문을 깨닫게 할 것이다. 근심하고 노여워하는 자는 혼륜하여 포함(包含)하는 아량을 생각하게 할 것이고, 탐내고 인색한 자는 청정(淸淨)하고 더러움이 없는 마음을 동(動)하게 할 것이며, 실정보다 지나치게 하는 자는 물길이 마르고 근원이 없는 수치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조심하는 가르침을 알면 삼가 몸을 닦아 거의 생각이 담담하게 될 것이고, 그런 마음으로 벗과 사귄다면 우도(友道)를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니, 한번 관람하면 백가지 생각이 따라서 변하게 될 것이다.
噫 使智者登 則有周流無滯之益 仁者觀則悟靜深有本之學 憂怒者則思渾淪包含之量 貪吝者則動淸淨無汙之意 過情者則悔溝涸無源之恥 知臨履之戒 則愼修庶興思淡 如之交 則友道可扶 一觀之下 百感隨變
 
그러므로 에오라지 ‘관란(觀瀾)’이라 이름을 짓고, 감히 맹자(孟子)의 ‘유술지관(有術之觀)’을 본받지 못했으나, 한결같이 자수(自修)에 못 미치는 사람을 경계하고, 나중에 올라온 동지(同志)들에게 보이려고 말했을 뿐이다.
故聊以名觀瀾 非敢以鄒訓有術之觀也 一以警自修之未及 所示後登人同志者云爾
 
정묘(丁卯) 맹추(孟秋) 하한(下澣) 오병수(吳秉秀)는 기(記)함,
强圉單閼 孟秋下澣 吳秉秀 記
 
 
 

3. 3. 觀瀾亭序

龍北城山之南 有一帶松湖 湖上則五金
寺 寺右則七星巖 巖畔則鬱蒼老松 切切
交峙 此是不記年之古蹟 而嘉木異石錯
置 皆山水之奇者也 因起亭于湖上 揭之
曰觀瀾 作亭者誰 樹金星契而鳩金爲資
乃吳李兩姓名之者誰 有術者記焉 蓋亭
之爲亭者 留待其人而起 契之爲契者 相
孚其志而修也 故古之竹林蘭亭之契事
必待晉之淸狂逸士之起後 千載爲勝事
則以今視昔 何有殊焉 至若春暖景明之
時 湖光澄淸 波瀾潾潾 一碧天光 上下淡
蕩 自成錦文 銀鱗萬族 或躍或潛 自得洋
洋 渾然天機之一大觀也 有時乎松風吹
急波面 則激溢勢而前驅 以鼓怒而作濤
逆走橫擊 虹月隱見 頗有龍吟鯨呑之聲
此亦機變之一可觀矣 須瞬之間 風靜浪
宿 盈科而進 則決諸西方灌漑 數百畝歲
熟累豊 豈不云白公渠銘塘水鍾池之規
耶 四時眷戀之景不同 樂亦無窮也 登亭
詞客忘歸吟哦 垂釣漁翁 忘筌而不歸 盲
然如愚 不知日之夕矣 老之將至 古之愚
公谷愚溝堂耶 眞可謂風潮間一區遺世
之地也 居常有志而未能矣 幸因吳秉秀
李萬儀李倫儀吳淇秀 幹旋斯亭言成 故
遂序其顚末云爾
戊辰三月日 松湖 李昌儀 序
 
관란정서(觀瀾亭序)
 
용성(龍城) 북산(北山)의 남쪽에 띠처럼 긴 송호(松湖)가 있고 호수 가에 오금사(五金寺)가 있다. 사찰 오른쪽에는 칠성암(七星巖)이 있고 칠성암 두둑에는 울창한 노송(老松)이 층층이 교차해 있다. 이곳은 연대를 알 수 없는 고적(古蹟)이고, 아름다운 나무와 기이한 돌이 섞여 있으니, 모두 산수의 기이한 곳이다. 인하여 호수 가에 정자를 짓고 ‘관란(觀瀾)’이라 편액을 내걸었다. 정자를 지은 사람이 누구인가. 금성계(金星契)를 결성하여 돈을 저축하고 자본을 마련한 사람은 바로 오(吳)·이(李) 두 성(姓)씨이다. 이름은 누구인가. 필자가 기록하겠노라.
龍北城山之南 有一帶松湖 湖上則五金寺 寺右則七星巖 巖畔則鬱蒼老松 切切交峙 此是不記年之古蹟 而嘉木異石錯置 皆山水之奇者也 因起亭于湖上 揭之曰觀瀾 作亭者誰 樹金星契而鳩金爲資 乃吳李兩姓名之者誰 有術者記焉
 
대개 정자가 정자답게 지어지는 것은 그 사람을 기다려서 지어진다. 계(契)가 계다운 계로 결성되는 것은 서로 그 뜻을 성실히 해야 결성된다. 그러므로 옛 죽림(竹林)·난정(蘭亭)의 계 모임은 반드시 진(晉)의 청광(淸狂)이나 일사(逸士)를 기다려서 결성되고 또 지어졌다. 그런 이후에 천년토록 유명해졌다. 그렇다면 오늘날을 옛날과 비교했을 때 뭐 다른 게 있는가.
蓋亭之爲亭者 留待其人而起 契之爲契者 相孚其志而修也 故古之竹林蘭亭之契事必待晉之淸狂逸士之起後 千載爲勝事 則以今視昔 何有殊焉
 
저 봄 날씨 따뜻하고 쾌청할 때에는 호수에 광채가 맑고 물결이 넘실넘실 온통 파란 하늘빛으로 상하가 깨끗해서 비단물결 일렁이고, 은빛 같은 물고기 수만 가지 종류가 뛰고 잠수하며 유유히 노는 모습에 이르러서는 혼연(渾然)한 천기(天機)기 하나의 대단한 장관이라고 할만하다. 때로 솔바람이 물결위로 휘몰아치면 넘치는 물결이 격하게 앞으로 몰아쳐 성난 파도가 되기도 하고 거꾸로 가로질러 공격하기도 하고 무지개와 달이 은은하게 비춰 보이면 자못 용이 울고 고래가 삼키는 소리가 들리니 이 또한 기(機)가 변(變)하는 하나의 장관이라고 할만하다.
至若春暖景明之時 湖光澄淸 波瀾潾潾 一碧天光 上下淡蕩 自成錦文 銀鱗萬族 或躍或潛 自得洋洋 渾然天機之一大觀也 有時乎松風吹急波面 則激溢勢而前驅 以鼓怒而作濤 逆走橫擊 虹月隱見 頗有龍吟鯨呑之聲 此亦機變之一可觀矣
 
순식간에 바람은 자고 풍랑은 잠잠해져서 잔잔히 가득 흘러가면 서쪽 방향에서 물꼬를 터서 수백이랑 농지에 물을 보내주어 매년 풍년이 들었으니 어찌 백공거(白公渠)의 명(銘)에 말하지 않았던가. ‘당(塘)의 물이 지(池)에 모이는 법이다.’라고. 사시사철 돌아보는 경치가 다르니 즐기는 것 또한 무궁무진하다.
須瞬之間 風靜浪宿 盈科而進 則決諸西方灌漑 數百畝歲熟累豊 豈不云白公渠銘 塘水鍾池之規耶 四時眷戀之景不同 樂亦無窮也
 
정자에 올라오는 사객(詞客)은 돌아갈 것도 잊고 읊조리며 어옹(漁翁)은 낚싯줄 드리우고 망전(忘筌)하고 돌아가지 않는다. 마치 멍청히 어리석은 사람처럼 해가 저무는지, 늙음이 장차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옛 우공곡(愚公谷)이 지은 우구당(愚溝堂)이 아닌가 생각된다. 진실로 풍진 세상에 남겨진 유일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도다. 항상 뜻은 있었으나 이루지 못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오병수(吳秉秀)·이만의(李萬儀)·이윤의(李倫儀)·오기수(吳淇秀)가 주선하여 이 정자를 건립했다. 그러므로 그 전말(顚末)에 대해 마침내 서문(序文)을 적는다.
登亭詞客忘歸吟哦 垂釣漁翁 忘筌而不歸 盲然如愚 不知日之夕矣 老之將至 古之愚公谷愚溝堂耶 眞可謂風潮間一區遺世之地也 居常有志而未能矣 幸因吳秉秀李萬儀李倫儀吳淇秀 幹旋斯亭言成 故遂序其顚末云爾
 
무진(戊辰) 3월 송호(松湖) 이창의(李昌儀)는 서(序)하노라.
戊辰三月日 松湖 李昌儀 序
 
 
 

4. 4. 原韻

經始有年起此亭 參同白髮聯衿靑
階級湖平開水鏡 欄干柳拂掛筌星
詩意登臨多友勝 禪心來坐覺身醒
不息淵源流渾渾 憑觀以術我曾聽
吳海秀
 
觀瀾揭號煥新亭 繞平成潭鏡面靑
欄腰隔水先迎月 簷角凌雲可摘星
兒童講禮宜風俗 野老乘凉共醉醒
亞聖千年(片+庸)後學 盈科至理自生聽
吳泰述
 
萬千狀具一孤亭 先看湖心鏡面靑
階級苔深前夜雨 簾鉤月落又晨星
詩花四壁文章醉 漁笛數聲俗累醒
間有黃鸝飜過水 益之以友報新聽
吳秉圭
 
吾輩同心有此亭 登臨日日眼相靑
澄潭漭若太湖水 衆峀羅如初夜星
甫里吟詩情不盡 竹林嗜酒醉難醒
漁歌誰唱江南曲 笑向斜陽倚棹聽
李光儀
 
十頃烟波一笠亭 老松新柳不勝靑
農談還至鳩呼雨 漁笛遲回鷺踏星
聲譽非求人力助 登臨能使客魂醒
觀瀾許久還無術 先聖遺言更欲聽
吳秉秀
 
臨潭新築數間亭 凭檻觀瀾鏊面靑
經始由來曾日月 告成未滿一霜星
魚龍有識能涵泳 風物無邊輒醉醒
名義非徒棲息爲 願從洙泗聖言聽
吳吉默
 
山下小湖湖上亭 波瀾廣闊接天靑
松風隔水時時雨 荷露傾珠轉轉星
吾何從俗同泥醉 君亦棲山與石醒
春宜講禮秋宜讀 古事詩鄕百世聽
李萬儀
 
十載經營起一亭 層欄壓水鏡中靑
西流去作人間雨 入夜浮來波底星
取趣活源觀有術 以文同樂醉能醒
浪花滔盡斜陽沒 却把漁竿晩笛聽
李起善
歲在己巳四月日
 
 
원운(原韻)
 
공사 시작 1년 만에 이 정자를 건립하니, 經始有年起此亭
백발(白髮)과 청금(靑衿)이 합심 동참했네. 參同白髮聯衿靑
층층 계단 위 평평한 호수는 거울같이 펼쳐지고, 階級湖平開水鏡
난간의 버들 나부끼니 통발에 별이 걸리었네 欄干柳拂掛筌星
시인이 오르면 경치와 벗하기 좋고, 詩意登臨多友勝
선승이 와서 앉아면 몸이 깨는 것 느끼네 禪心來坐覺身醒
쉬지 않는 연원(淵源)이 한없이 흘러가니, 不息淵源流渾渾
관수(觀水)하는 술(術)을 내 일찍이 들었네. 憑觀以術我曾聽
 
오해수(吳海秀)
 
환한 새 정자 관란(觀瀾)이란 호(號)를 내거니, 觀瀾揭號煥新亭
빙 둘러 조성한 연못은 거울처럼 푸르네. 繞平成潭鏡面靑
난간 저만치 잠긴 물은 먼저 달을 영접하고, 欄腰隔水先迎月
처마 모서리 높은 구름은 별을 딸만하네. 簷角凌雲可摘星
아동(兒童)은 예를 강독하니 풍속이 화목하고, 兒童講禮宜風俗
야노(野老)는 시원한 여가에 취했다가 깨네 野老乘凉共醉醒
맹자께서는 천년토록 후학들을 가르쳤으니, 亞聖千年牖後學
웅덩이를 채우는 지극한 이치 자연히 들린 듯 하네. 盈科至理自生聽
 
오태술(吳泰述)
 
천만 가지 모양을 갖춘 고정(孤亭)은, 萬千狀具一孤亭
먼저 호수가 보이니 거울처럼 푸르네. 先看湖心鏡面靑
층층계단 이끼 깊으니 간밤에 비가 내렸고, 階級苔深前夜雨
문발에 달이 지니 또 새벽 별이 떴네. 簾鉤月落又晨星
시인의 글 사방 벽에 적혀 있어 문장에 심취하고, 詩花四壁文章醉
어부의 젓대소리 몇 곡조에 속루가 씻기더라 漁笛數聲俗累醒
간간히 꾀꼬리는 물위를 지나 푸닥거리며, 間有黃鸝飜過水
유익한 벗이 되어서 희소식을 들려주더라. 益之以友報新聽
 
오병규(吳秉圭)
 
우리들 합심하여 이 정자 건립하고, 吾輩同心有此亭
날마다 올라가서 반가이 만나네. 登臨日日眼相靑
맑은 못은 태초의 호수처럼 아득하고 澄潭漭若太湖水
뭇 봉우리는 초저녁 별처럼 벌려 있네 衆峀羅如初夜星
보리(甫里)에서 시 읊조리니 정을 다하지 못했고, 甫里吟詩情不盡
죽림(竹林)에서 술 즐기니 취기가 깨기 어렵네. 竹林嗜酒醉難醒
어부의 노래 누가 강남곡을 부르는가 漁歌誰唱江南曲
석양을 향하여 웃으며 탁자에 기대어 듣노라. 笑向斜陽倚棹聽
 
이광의(李光儀)
 
열 이랑 물안개 위 삿갓 같은 정자에, 十頃烟波一笠亭
노송과 새 버들은 다투어 푸르네. 老松新柳不勝靑
농부의 담소가 다시 이르니 산 비둘기 울고, 農談還至鳩呼雨
어부의 젓대소리 맴도니 해오라기 백사장을 밟고 있네 漁笛遲回鷺踏星
이름난 명성은 사람의 힘으로 구할 수 없지만, 聲譽非求人力助
정자에 오르는 나그네 정신 번쩍 들게 하더라. 登臨能使客魂醒
허구한 날 물결 관찰해도 도리어 방법 없으니, 觀瀾許久還無術
성인께서 남긴 말씀을 다시 들어보고 싶었노라. 先聖遺言更欲聽
 
오병수(吳秉秀)
 
연못가에 새로 건립한 두어 칸 정자는, 臨潭新築數間亭
난간에 기대어 물결 보니 푸르른 철판일세. 凭檻觀瀾鏊面靑
착공한지는 언제 였던가 經始由來曾日月
1년이 못되어 낙성 하였네 告成未滿一霜星
어룡(魚龍)은 능히 무에 잠겨서 유영하고, 魚龍有識能涵泳
풍물(風物)은 가없이 취했다가 깨는구나 風物無邊輒醉醒
명의(名義)는 한갓 은거할 뿐이 아니니 名義非徒棲息爲
수사(洙泗)의 성인말씀 듣고자 하네 願從洙泗聖言聽
 
오길묵(吳吉默)
 
산 아래 작은 호수 있고 호수위에 정자 있어, 山下小湖湖上亭
광활한 파란(波瀾)이 푸른 하늘에 닿았네 波瀾廣闊接天靑
강물 건너 솔바람은 때로 비를 뿌리듯 하고 松風隔水時時雨
기울어진 연잎의 구슬 별이 구르는 듯 하네 荷露傾珠轉轉星
내 어찌 속세 쫓아 함께 빠져 취할쏜가, 吾何從俗同泥醉
그대 또한 산에 깃들어 돌과 깨닫게나. 君亦棲山與石醒
봄에는 예 강론하고 가을에는 독서하기 좋으니 春宜講禮秋宜讀
고사(古事)와 시향(詩鄕)은 백세토록 알려지리. 古事詩鄕百世聽
 
이만의(李萬儀)
 
10년 경영하여 한 정자를 일으키니 十載經營起一亭
층층난간 진압한 물은 거울처럼 푸르더라. 層欄壓水鏡中靑
서쪽으로 흘러가 인간에게 비가 되었다가, 西流去作人間雨
밤에는 파도 밑의 별을 뜨게 하네 入夜浮來波底星
활원(活源)을 취하는 데에도 살피는 방법이 있고 取趣活源觀有術
문(文)으로 동낙(同樂)하니 취했다가도 능히 깨네 以文同樂醉能醒
물결은 도도히 흐르고 석양도 기울어졌는데, 浪花滔盡斜陽沒
어부 낚싯대 매고 가니 저녁 젓대소리 들리네. 却把漁竿晩笛聽
 
이기선(李起善)
기사(己巳)년 4월 일.
 
 
 

5. 5. 上樑文

述夫
擇處仁爲美里結芳隣於州閭
觀有術必其瀾溯淵源於河海
 
蓋是厚風土觀感之盛
猗歟古君子漸磨之休
 
遹追于今
罔專於古
 
恭惟雲水南大村
李吳華族
滕薛古家
 
果驗人高而地名
敦尙氓淳而壤沃
 
綠楊明月分同白元隣情親
紅桃仙源頻結朱陳村姻誼
 
士夫之園林相望春誦而夏絃
隣比之農桑兼豊朝耕而夜讀
 
文以會友以輔追杏壇仁敎之方
德相勸過相規效藍田鄕約之制
 
肇營基礎有始而克終
迺自里閭設稧而殖本
 
同德相孚克勤兩家積累之功
有志竟成必致一日居然之美
 
粤若擇勝而卜吉
肆乃相地而拓基
 
八公之原脈來頭神鬼之秘藏始著
三溪之衿帶廻抱仙老之遺蹟可尋
 
環大澤而渟蓄洄泓像想古基之宏傑
背倉庫而藏包寬闊利占居民之富饒
 
鰲川烏岑風景不殊於今古龍頭鼠齒地靈幷萃於前後
 
人謀則鳩材董功非但於我龜爰契
衆工之鴻匠巨手何難乎如翬斯飛
 
室堵西南迨同周斯干美制
棟宇風雨蓋取羲大壯遺規
 
事有待時佇見庶務之極備
成之不日剩賀衆力之攸同
 
喜吾亭之適成閒便是主
揭觀瀾之華額名之者誰
 
助擧百尺之修樑
恭疎六偉之短唱
 
兒郞偉抛樑東
天皇峯出御蒼空
巨靈鎭掃妖氛惡
萬國淸明瑞日紅
 
兒郞偉抛樑西
露積山光一字低
如許追思雲谷願
家家倉廩與之齊
 
兒郞偉抛樑南
方疊出沒滴蒼嵐
扶輿淑氣同流注
鍾出斯間碩德男
 
兒郞偉抛樑北
星斗蒼蒼衆拱極
皇猷建歸能體行
敷民歛福頌恩德
 
兒郞偉抛樑上
上有穹蒼覆萬像
福禍善淫冥裏存
吾人相戒示嘉貺
 
兒郞偉抛樑下
下有川瀾檻外瀉
隻手挽回狂倒波
澄淸流派湊中夏
 
伏願上樑之後
人文宜朗
禎祥注臻
 
奚但登臨而遊觀
第見爰處而修德
 
沛然決莫御予何人舜何人
至於道非難齊一變魯一變
歲在戊辰仲夏之月 海州吳秉圭 識
 
 
상량문(上樑文)
 
찬술(撰述)하노라.
택해 사는 인(仁)한 곳 아름다운 마을이니 좋은 이웃을 주려(州閭)에서 맺고, 관찰하는 방법 반드시 그 물결에 있으니, 연원(淵源)을 하해(河海)에서 찾네. 대개 풍속이 도타워 선비들의 관찰하는 감성 넉넉하니, 아름답도다 옛 군자의 점점 연마함이여. 지금 것만 쫓거나 옛것만 전념하지 말라.
述夫 擇處仁爲美里結芳隣於州閭 觀有術必其瀾溯淵源於河海 蓋是厚風土觀感之盛 猗歟古君子漸磨之休 遹追于今 罔專於古
 
삼가 생각건대 운수(雲水) 남쪽 대촌(大村)에 이(李)씨·오(吳)씨 번화한 집안은, 등(滕)·설(薛)같은 고가(古家)라네. 과연 증험된 것은 사람이 고상하고 땅이 유명함이고, 도탑게 숭상한 것은 백성은 순박하고 토양이 비옥함이네. 녹양(綠楊)에 달 밝으면 헤어졌다 만나니 백(白)씨·원(元)씨 이웃 간에 정이 친해서이고, 홍도(紅桃) 피는 선원(仙源)에서 자주 맺었으니 주(朱)·진(陳)마을 사돈사이가 좋아서이네.
恭惟雲水南大村 李吳華族 滕薛古家 果驗人高而地名 敦尙氓淳而壤沃綠楊明月分同白元隣情親 紅桃仙源頻結朱陳村姻誼
 
사대부의 원림(園林)을 서로 바라보면 봄에 글 외우고 가을에 거문고 탔었고. 이웃의 농잠에는 아침에 밭 일구고 밤에 글 읽네. 글로써 모이고 벗으로써 도우니 행단(杏壇)의 어진 가르침 추종해서이고, 덕은 서로 권하고 허물은 서로 바로잡아주니 남전(藍田)의 향약(鄕約)을 본받아서이네.
士夫之園林相望春誦而夏絃 隣比之農桑兼豊朝耕而夜讀 文以會友以輔追杏壇仁敎之方 德相勸過相規效藍田鄕約之制
 
비로소 초석(礎石)을 놓고 시작하여 마침내 공사를 완공하니, 이에 마을에서 계(稧)를 조직하고 자본을 불려서 지었도다. 동덕(同德)을 서로 믿으니 양가(兩家)가 여러 해 동안 공을 쌓아왔고,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니 하루 동안에 거연(居然)히 아름답게 이룩했도다. 이에 좋은 곳 가려서 길지(吉地)를 잡고, 비로소 이내 터를 봐서 집터를 개척했네.
肇營基礎有始而克終 迺自里閭設稧而殖本 同德相孚克勤兩家積累之功 有志竟成必致一日居然之美 粤若擇勝而卜吉肆乃相地而拓基
 
팔공산(八公山)의 원맥(原脈)은 신귀(神鬼)가 비장(秘藏)한 곳부터 비로소 드러났으며, 삼계(三溪)의 금대(衿帶)는 선노(仙老)가 유적(遺蹟)을 감싸고 있어 찾을 수 있었네. 빙 둘러싼 대택(大澤)에 물이 모였다가 돌아나가니 옛 집터가 굉걸(宏傑)한 것을 상상하겠고, 뒤에 창고(倉庫)는 포장(包藏) 공간이 넓으니 사는 백성이 부요(富饒)했다는 것 알겠네.
八公之原脈來頭神鬼之秘藏始著 三溪之衿帶廻抱仙老之遺蹟可尋 環大澤而渟蓄洄泓像想古基之宏傑 背倉庫而藏包寬闊利占居民之富饒
 
오천(鰲川)·오잠(烏岑)의 풍경(風景)은 고금이 다르지 아니하고, 용두(龍頭)·서치(鼠齒)의 지령(地靈)은 앞뒤에 아울러 모였네. 사람의 도모는 재물 모으고 공사 감독하이 거북점에 들어맞을 뿐만이 아니고, 뭇 공인은 명장(明匠) 거수(巨手)로서 날렵하게 짓는 것 뭐 어렵겠는가.
鰲川烏岑風景不殊於今古龍頭鼠齒地靈幷萃於前後 人謀則鳩材董功非但於我龜爰契 衆工之鴻匠巨手何難乎如翬斯飛
 
실도(室堵)는 서남쪽으로 배치하니 자못 시경(詩經) 사간(斯干)편의 아름다운 제도요, 동우(棟宇)로 풍우(風雨)를 막으니 대개 주역(周易) 대장(大壯)괘의 복희(伏羲)가 남긴 규모를 취했도다. 일은 때를 기다려야 하니 지켜 서서 서무(庶務)가 극비(極備)되는 것을 보아야 하고, 하루도 못 되어 완성하니 한껏 중력(衆力)이 함께 호응한 것을 하례했노라.
室堵西南迨同周斯干美制 棟宇風雨蓋取羲大壯遺規 事有待時佇見庶務之極備成之不日剩賀衆力之攸同
 
우리 정자가 마침 완공되니 한가로운 것은 주인인데, 관란정(觀瀾亭) 화려한 편액 내건 이는 누구인가. 백 자쯤 긴 들보를 함께 들어 올리면서 육위(六偉)의 짧은 창가를 삼가 매기노라.
喜吾亭之適成閒便是主 揭觀瀾之華額名之者誰 助擧百尺之修樑恭疎六偉之短唱
 
어영차 들보를 동쪽에 던지니,
천황봉(天皇峯)은 우뚝 솟아 창공(蒼空)을 방어했네.
거령(巨靈)이 진압하여 악한 요기(妖氣) 쓸어버리니,
만국(萬國)이 청명(淸明)하고 서일(瑞日)이 붉으리라.
兒郞偉抛樑東
天皇峯出御蒼空
巨靈鎭掃妖氛惡
萬國淸明瑞日紅
 
어영차 들보를 서쪽에 던지니,
노적산의 모습 나직하게 뻗었네.
이렇게 추모하여 구름 골짜기에 비나니,
집집마다 창고에 함께 고르게 해주소서.
兒郞偉抛樑西
露積山光一字低
如許追思雲谷願
家家倉廩與之齊
 
어영차 들보를 남쪽에 던지니,
첩첩히 출몰한 산에 푸른 남기 맺히네.
불끈한 좋은 기운 함께 흘러가니
이곳에 석덕(碩德)한 남자들 무성히 배출되리.
兒郞偉抛樑南
方疊出沒滴蒼嵐
扶輿淑氣同流注
鍾出斯間碩德男
 
어영차 들보를 북쪽에 던지니,
북두성 창창하여 뭇 별들이 향하네.
임금이 황극 세워 능히 몸소 실천하고,
백성에게 복 베푸니 은덕(恩德)을 칭송하네.
 
兒郞偉抛樑北
星斗蒼蒼衆拱極
皇猷建歸能體行
敷民歛福頌恩德
 
어영차 들보를 위에 던지니,
위에 푸른 하늘은 삼라만상을 덮고 있네.
화복과 선악은 하늘 속에 있으니,
우리 인간을 경계하여 아름답게 살게 하소서.
兒郞偉抛樑上
上有穹蒼覆萬像
福禍善淫冥裏存
吾人相戒示嘉貺
 
어영차 들보를 아래에 던지니,
땅에는 물결치는 개천 있어 난간 밖에 쏟아내네.
한 손으로 거꾸로 흐르는 급물살을 만회하여,
깨끗한 물의 갈래를 중하(中夏)로 모이게 하네.
兒郞偉抛樑下
下有川瀾檻外瀉
隻手挽回狂倒波
澄淸流派湊中夏
 
삼가 바라건대 상량(上梁)한 뒤에 인간과 문화가 하합하여, 상서로움이 이르게 하소서. 어찌 관란정(觀瀾亭)에 올라가서 놀고 보기만 하랴, 다만 이에 거처(居處)하여 덕(德)을 닦는 것 보리라. 패연(沛然)히 홍수 나면 막을 수 없다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순임금은 어떤 사람인가. 도(道)에 이르는 것 어렵지 않으니 제(齊)나라가 한번 변하고 노(魯)나라가 한번 변하는 것이네.
伏願上樑之後 人文宜朗禎祥注臻 奚但登臨而遊觀 第見爰處而修德 沛然決莫御 予何人舜何人 至於道非難 齊一變魯一變
 
무진(戊辰) 중하(仲夏) 해주(海州) 오병규(吳秉圭)는 지(識)함.
歲在戊辰仲夏之月 海州吳秉圭 識
 
 
 

6. 6. 原韻

天坼區寧別有亭 水光山色接新靑
松聲不斷西南雨 夜氣澄淸上下星
文章輒到詩心大 俗客如登世累醒
漁笛樵歌雙還至 停筇斜日倚欄聽
李再儀
 
靑山臨水水連亭 亭上相看眼拭靑
千年廢寺猶餘佛 七點奇巖自列星
■湖蒼淡詩心癖 烟雨初收世慮醒
兩家團合交如水 非是要人遠邇聽
李倫儀
 
數載經營一小亭 松湖自此倍生靑
眠鷺盟鷗親是友 漁人騷客聚如星
派流谷口源頭活 月到天心鏡面醒
頹乎暇日閑無事 收拾景光任視聽
李起華
 
猥託觀瀾起此亭 衿期只合契蘭靑
竹竿野幕秋禁鳥 松火前村夜列星
階臨淺綠三分畵 檻受微涼一枕醒
能溢能瀏聲與色 亦吾今日視而聽
吳職秀
 
特地尤奇卜此亭 一湖涵白四山靑
浪花烟濕生朝雨 簾箔雲孔納曉星
勝友無多休暇得 幽人何獨等閒醒
群公素昧觀瀾術 曠感傳經記所聽
吳淇秀
 
平挹烟波孤築亭 當簾山色拂雲靑
兒郞抛盡成樑棟 伯子測來耀日星
蒲葉攪頭更亦戱 松聲打夢鶴同醒
春耕秋穫農家說 間接田翁也一聽
李琇儀
 
山下碧地池上亭 十分活畫幻丹靑
溪三關鎖門臨石 巖七呈祥案列星
詩情花草多觀感 物態烟霞任醉醒
爲愛空林斜日樂 故敎禽語助傍聽
吳政秀
 
水好觀瀾固號亭 百媚生態眼中靑
偃柳臥堤深歲月 老松倚檻閱霜星
從迎高士尋源發 許與遊人宴飮醒
波聲如有寒潭活 鳴入層軒枕畔聽
吳昌默
歲在己巳四月日
 
원운(原韻)
 
하늘이 터놓은 좋은 땅에 특별한 정자 있으니 天坼區寧別有亭
물빛과 산색 겹쳐서 푸르네 水光山色接新靑
솔바람소리 끊임없이 서남쪽에 비 몰아오는데 松聲不斷西南雨
밤기운 맑고 깨끗하니 별들이 위 아래로 떠 있네 夜氣澄淸上下星
글 짓는 사람 이르면 시심(詩心)이 커지고 文章輒到詩心大
속객(俗客)이 올라오면 세속 티끌 씻어지리 俗客如登世累醒
어부의 젓대 나무꾼의 노래 소리 쌍쌍히 들려오니 漁笛樵歌雙還至
석양에 지팡이 멈추고 난간에서 귀 기울여 들었노라 停筇斜日倚欄聽
 
이재의(李再儀)
 
푸른 산이 물에 임하고 물은 정자에 연이으니 靑山臨水水連亭
장자에 올라 바라보면 눈이 푸르게 씻어지네 亭上相看眼拭靑
천년된 폐사(廢寺)에는 지금도 불상이 남아있고, 千年廢寺猶餘佛
일곱 기이한 바위는 저절로 북두칠성 이루었네 七點奇巖自列星
송호(松湖)는 푸르고 맑으니 시심이 발동하는데 松湖蒼淡詩心癖
연우(烟雨)가 막 걷히니 세상 근심 씻어지누나 烟雨初收世慮醒
양가의 단란한 모임 물처럼 담담하니, 兩家團合交如水
원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노라 非是要人遠邇聽
 
이윤의(李倫儀)
 
몇 년을 경영하여 작은 정자 지었으니, 數載經營一小亭
송호(松湖)는 이로부터 곱절이나 푸를 걸세. 松湖自此倍生靑
해오라기 졸고 갈매기 맹세하며 벗하고 있고 眠鷺盟鷗親是友
고기잡는 어부와 글짓는 시인이 별처럼 모였구나 漁人騷客聚如星
물결이 계곡에 흐르니 근원이 활기차고, 派流谷口源頭活
달이 천심(天心)에 이르니 거울처럼 깨끗하네 月到天心鏡面醒
한가한 날 물러나 특별한 일 없으니 頹乎暇日閑無事
경관을 감상하는 것도 마음대로 보고 듣네 收拾景光任視聽
 
이기화(李起華)
 
외람되이 관란(觀瀾)하러 이 정자 지었으니, 猥託觀瀾起此亭
기약한 마음은 난초처럼 교의(交誼)가 푸르네. 衿期只合契蘭靑
들판에서는 가을이라 장대로 새떼를 쫓고, 竹竿野幕秋禁鳥
앞 마을은 저녁이라 관솔불이 별처럼 벌려있구나 松火前村夜列星
엷은 신록 섬돌에 삼푼 쯤 덮여있고, 階臨淺綠三分畫
가는 바람 난간에 부니 한 잠이 깨네 檻受微涼一枕醒
일렁이고 잔잔한 물 소리와 색깔을, 能溢能瀏聲與色
내가 또 오늘 보고 들었노라. 亦吾今日視而聽
 
오직수(吳職秀)
 
특별한 땅 더욱 기이한 곳에 이 정자 지었으니, 特地尤奇卜此亭
호수는 사방의 청산을 맑게 머금고 있더라. 一湖涵白四山靑
물결은 안개 젖어 아침 비를 내리고 浪花烟濕生朝雨
문발에는 구름사이로 새벽별이 비추더라. 簾箔雲空納曉星
좋은 벗은 한가한 이 많지 않은데 勝友無多休暇得
유인은 어찌 홀로 하릴없이 깨어났나 幽人何獨等閒醒
뭇 사람들 관란(觀瀾)하는 술(術)에 어두우니, 群公素昧觀瀾術
경전(經傳)에서 널리 느끼고 듣는 바를 기록하네 曠感傳經記所聽
 
오기수(吳淇秀)
 
평평히 연파(烟波) 마주하는 곳에 고정(孤亭)을 지었으니 平挹烟波孤築亭
문발에 비친 산색(山色)은 하늘에 솟아 부르네 當簾山色拂雲靑
젊은이는 떡을 던지니 들보 이루고, 兒郞抛盡成樑棟
어른들은 측량하니 해와 별처럼 빛나네. 伯子測來耀日星
부들 잎 내 머리 흔들고 다시 또 희롱하며, 蒲葉攪頭更亦戱
솔바람은 내 꿈 깨고 학도 깨어나게 하네 松聲打夢鶴同醒
봄에 경작하고 가을에 수확하는 농가의 말은 春耕秋穫農家說
간간히 전옹(田翁)을 만나 한 번씩 듣노라. 間接田翁也一聽
 
이수의(李琇儀)
 
산 아래 초지 연못가에 정자 있으니, 山下碧地池上亭
십분 살아있고 단청은 울굿불긋 十分活畫幻丹靑
삼계(三溪)에 길 막혔으니 문을 돌로 막았고, 溪三關鎖門臨石
칠성 바위 상서로우니 판판한 곳에 별이 벌려있네. 巖七呈祥案列星
화초 마주한 시정(詩情)은 느끼는 마음이 많고, 詩情花草多觀感
연하(烟霞)낀 물색에 마음대로 취했다 깨네 物態烟霞任醉醒
빈 숲에 지는 해 보는 것 좋아하니 爲愛空林斜日樂
짐짓 새들이 옆에서 지저귀는 것 듣는구나 故敎禽語助傍聽
 
오정수(吳政秀)
 
물이 좋아 관란(觀瀾)이라 정자 이름을 지었으니 水好觀瀾固號亭
온갖 풍치를 만들어내니 보는 눈이 새롭구려. 百媚生態眼中靑
능수버들 언덕에 누웠으니 세월이 깊었고, 偃柳臥堤深歲月
늙은 소나무 난간에 기댔으니 풍상을 겪어서라네 老松倚檻閱霜星
고사(高士)를 영접하여 발원(發源)한 곳 찾아갔고 從迎高士尋源發
유인(遊人)과 마음을 허여하여 술 잔치를 벌였네 許與遊人宴飮醒
물결소리는 한담(寒潭)이 콸콸 흐르는 것 같아서 波聲如有寒潭活
층층난간에 울려와 배개 가에 들리더라 鳴入層軒枕畔聽
 
오창묵(吳昌默)
기사(己巳) 4월 일.
 
 

7. 7. 原韻

觀瀾有術築斯亭 澤水如藍照檻靑
瀰滿孚光春帶雨 沈潛靜影夜涵星
項如左陷誰能詒 屈或行吟也獨醒
看取淺深推世俗 流言浪說不須聽
李起元
 
謹避囂盡起一亭 池塘水闊柳絲靑
斜陽有酒鶯求友 淸夜當簾鷺踏星
坐依新檻衿懷冷 臥對浮雲舊夢醒
九曲武夷何處在 仙靈不遠櫂歌聽
李起龍
 
抄掠烟霞輸此亭 層棚棲葉客衿靑
積水深欄添舊雨 新詩疊架降奎星
師門陽德期將復 叔世風潮願獨醒
以其無術求其術 揭額何傷視與聽
李起洪
 
積水連天泛小亭 茫茫眼界數峰靑
斜陽芳草交烟雨 斷岸明沙絡月星
遠客慕名來不去 詩人題品醉難醒
此間兼有漁農樂 叔世風潮獨未聽
吳翰燁
 
水哉奇觀在斯亭 淡淡心期使眼靑
杖屨逍遙方有日 棟樑計劃幾移星
滿山花氣人相醉 繞壑松聲客自醒
却把滄浪歌一曲 尋常魚鳥立如聽
李起淵
 
卄四同心汽一亭 深潭如海眼前靑
松欄月入溪三曲 巖壁雲開斗七星
新夢衆魚占有歲 淸樽看鴨願無醒
抱琴更作伯牙操 流水聲高我友聽
李起烈
 
十載靈區此日亭 湖光岳色炳丹靑
爲開簾幕通雲鳥 不置門扃納月星
酒暈微生今世笑 漁歌相答幾人醒
灌夫每告田家旱 剩借餘流倚杖聽
吳寅秀
 
十載經營起一亭 深潭縹渺接天靑
村烟遠落迷生樹 漁火虛汀點作星
勝地題詩難絶唱 名欄有酒未全醒
衿期淸爽無塵累 苦海風潮不肯聽
李起文
歲在己巳四月日
 
 
원운(原韻)
 
관란(觀瀾)하기 위해 정자 건립하니, 觀瀾有術築斯亭
쪽빛같은 연못물 난간에 비쳐 푸르네 澤水如藍照檻靑
가득한 뿌연 빛 봄에 우수(雨水)를 띠었고 瀰滿孚光春帶雨
물에 잠긴 고요한 그림자 밤에 별을 머금었네 沈潛靜影夜涵星
항우는 왼쪽으로 나아갔으니 누가 속였던가 項如左陷誰能詒
굴원은 거닐며 시 읊조리고 홀로 깨어있었네 屈或行吟也獨醒
물의 천심(淺深)을 보고 세속을 추리하니, 看取淺深推世俗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는 들을 필요 없더라. 流言浪說不須聽
 
이기원(李起元)
 
시끄러운 세속 피해 정자 건립하니, 謹避囂塵起一亭
드넓은 지당에 실버들이 푸르네 池塘水闊柳絲靑
석양에 술을 드니 꾀꼬리가 벗을 찾고 斜陽有酒鶯求友
맑은 밤 발 앞에는 해오라기가 별을 밟네 淸夜當簾鷺踏星
새 난간에 기대고 앉았으니 감회가 맑고 坐依新檻衿懷冷
누워서 뜬구름을 대하니 옛 꿈에서 깨어나네 臥對浮雲舊夢醒
무이구곡(武夷九曲)은 어느 곳에 있을까, 九曲武夷何處在
신선 사는 곳 멀지 않으니 뱃노래 들리더라. 仙靈不遠櫂歌聽
 
이기용(李起龍)
 
연하(烟霞)를 빼앗아 이 정자에 옮겨 놓으니, 抄掠烟霞輸此亭
시렁에 깃든 잎사귀와 객의 옷깃 푸르네. 層棚棲葉客衿靑
깊은 난간에 가득한 물은 비가 보태졌고, 積水深欄添舊雨
새 시가 거듭 쌓이니 규성(奎星)이 내려왔네. 新詩疊架降奎星
사문(師門)의 양덕(陽德) 회복되기를 기약하여 師門陽德期將復
말세의 풍조에서도 홀로 깨어있기 바라네 叔世風潮願獨醒
관란하는 방법 없어서 그 방법을 구하니 以其無術求其術
내건 편액 어찌 보고 듣는 것 손상시키랴 揭額何傷視與聽
 
이기홍(李起洪)
 
하늘까지 푸른 물 닿은 곳에 작은 정자 떠 있고 積水連天泛小亭
아득히 바라 보이는 곳에 두어 산봉우리 푸르네 茫茫眼界數峰靑
석양 방초(芳草)는 안개비 맞고 있고, 斜陽芳草交烟雨
언덕 명사(明沙)에는 달과 별이 연이었네 斷岸明沙絡月星
원객(遠客)은 정자 사모하여 돌아가지 않고 遠客慕名來不去
시인(詩人)은 시 짓느라 한껏 취하였더라 詩人題品醉難醒
이곳은 물고기 잡고 농사짓는 즐거움 겸하였으나 此間兼有漁農樂
말세의 풍조라서 홀로 듣지 못하네 叔世風潮獨未聽
 
오한엽(吳翰燁)
 
물의 뛰어난 장관 이 정자에 있으니 水哉奇觀在斯亭
담담한 마음으로 눈이 푸르러지기를 기약하네 淡淡心期使眼靑
지팡이에 나막신 신고 소요할 날이 있는데 杖屨逍遙方有日
들보 올릴 계획은 몇 해나 지났가 棟樑計劃幾移星
산 가득한 꽃 향기에 사람들 서로 취하고 滿山花氣人相醉
골짜기 휘감는 솔바람에 나그네가 절로 깨네 繞壑松聲客自醒
문득 창랑가(滄浪歌) 한 곡조를 却把滄浪歌一曲
심상한 물고기와 새들도 듣는 것 같구나 尋常魚鳥立如聽
 
이기원(李起淵)
 
스물 네 명 합심하여 우뚝 한 정자 지으니 卄四同心屹一亭
깊은 못은 바다처럼 눈 앞에 푸르네 深潭如海眼前靑
소나무 난간에 달빛은 세 갈래 계곡을 비추고 松欄月入溪三曲
바위 벼랑에 구름 개니 북두칠성이 보이네 巖壁雲開斗七星
꿈속에 뭇 물고기 나타나니 풍년을 점치고 新夢衆魚占有歲
술 들고 오리 보니 깨지 않기를 바라네 淸樽看鴨願無醒
거문고 안고 다시 백아의 곡조를 타니 抱琴更作伯牙操
유수곡(流水曲)의 고상한 소리 내 벗이 듣네 流水聲高我友聽
 
이기열(李起烈)
 
천년 영험한 땅 이날 정자는 千載靈區此日亭
호수 빛과 산색이 붉고 푸르게 빛나네 湖光岳色炳丹靑
염막(簾幕)을 걷어 올리니 구름과 새가 보이고 爲開簾幕通雲鳥
빗장 채우지 않으니 달과 별빛 들어오네 不置門扃納月星
술 기운 오르면 지금 세상 비웃는데 酒暈微生今世笑
어가에 화답하는 사람 몇이나 깨어있나 漁歌相答幾人醒
물 대는 농부 늘 농가 가뭄을 고하니 灌夫每告田家旱
남은 물 빌리자는 말 지팡이 짚고 들었노라 剩借餘流倚杖聽
 
오인수(吳寅秀)
 
십년 경영하여 한 정자 지었으니, 十載經營起一亭
깊은 연못은 아득히 푸른 하늘에 닿았네. 深潭縹渺接天靑
멀리 지는 마을 안개는 희미하게 숲에서 생기고 村烟遠落迷生樹
빈 물가의 고기잡이 불은 점점이 별을 이루네 漁火虛汀點作星
명승지에서 시 지으니 절창이 어렵고 勝地題詩難絶唱
이름난 정자에 술이 있으니 온전히 깨이질 않네 名欄有酒未全醒
마음속 맑고 상쾌하여 세속 티끌 없으니, 衿期淸爽無塵累
고해의 풍조(風潮)는 듣고 싶지 않구나 苦海風潮不肯聽
 
이기문(李起文)
기사(己巳) 4월 일
 
 
 

8. 8. 原韻

築得人間物外亭 襟蘭帶蕙倍增靑
千年石老西天佛 七點巖排北斗星
月露題詩賓燕賀 風情忘世夢鷗醒
道人如有來觀此 至理源源尙或聽
吳秉儔
 
背山有沼又加亭 竹樹芝蘭繞岸靑
法界宛然餘石佛 精光怳惚照南星
一竿影裏斜陽晩 數笛聲中午夢醒
仁智眞工觀有術 不關俗累耳邊聽
房太源
 
水好觀瀾起此亭 楣顔粉墨勝丹靑
繁華佳節絃歌地 俯仰淸宵上下星
瓦角凌雲塵念遠 階頭近石醉眼醒
丁寧有術人誰識 千載庶幾聖訓聽
吳順默
 
物外優遊水上亭 亭名已好眼輪靑
奔流不息到滄海 停滀無涯涵日星
犢飮能追高士隱 澤吟欲學大夫醒
更宜月朗人眠後 繞枕濙濙夜入聽
李起種
 
爲要觀瀾起一亭 然然物態自生靑
簾前碧水開金鏡 檻外群峰拱斗星
蘭稧山陰修復會 泉聲滁上醉能醒
登斯誰識江湖樂 斜日漁歌遠遠聽
吳仁默
 
五五同營一小亭 水光山色暎相靑
庭除老立先天佛 潭底深涵半夜星
俗累關心榮與辱 風情忘世醉還醒
晩來托稧胸襟闊 軟語閒談共君聽
吳時泳
 
積水連天欲泛亭 一望春樹繞潭靑
鶯啼垂柳聲聲管 鷗列淸波點點星
塵累物情同世醉 名區形勝使人醒
巡畦餘憵倚欄坐 樵笛漁歌傾耳聽
吳在貴
 
 
원운(原韻) 혜란(蕙蘭)
 
사람이 지었지만 세속을 벗어난 정자 築得人間物外亭
난초와 혜초 띠로 두르니 배나 더욱 푸르네 襟蘭帶蕙倍增靑
천년 동안 돌이 늙으니 서역의 부처이며 千年石老西天佛
일곱 점이 바위에 찍히니 북두의 칠성이네 七點巖排北斗星
달과 이슬을 읊조리니 제비가 손님되어 하례하고, 月露題詩賓燕賀
풍치에 세상 망각하니 갈매기도 꿈에서 깨어나네 風情忘世夢鷗醒
도인(道人)이 만일 관란정에 와서 살핀다면 道人如有來觀此
원원한 지극한 이치 혹 들을 수 있을까 至理源源尙或聽
 
오병주(吳秉儔)
 
산 등진 연못에 또 정자 있으니 背山有沼又加亭
대나무와 지란(芝蘭)이 언덕을 푸르게 둘렀네 竹樹芝蘭繞岸靑
법계(法界)에는 완연히 석불(石佛)이 남아있고 法界宛然餘石佛
정광(精光)이 어렴풋하니 남성(南星)이 비추네 精光怳惚照南星
장대 그림자 속에 석양이 저물고 一竿影裏斜陽晩
두어 곡 젓대 소리에 낮잠이 깨었노라 數笛聲中午夢醒
인지(仁知)의 참된 공부 관(觀)하는 방법 있으니 仁智眞工觀有術
번잡한 세속의 일 귀가에 듣지 않는 것이라네 不關俗累耳邊聽
 
방태원(房太源)
 
물이 좋아 관란(觀瀾)하려고 이 정자 지었으니, 水好觀瀾起此亭
분칠한 문미 현판에 단청이 좋구나 楣顔粉墨勝丹靑
꽃이 만발한 가절(佳節)에는 현가(絃歌)하는 곳이고 繁華佳節絃歌地
맑은 밤에 오르내려 보면 위아래가 별이더라. 俯仰淸宵上下星
용머리가 구름에 솟구치니 티끌생각이 멀고 瓦角凌雲塵念遠
계단 머리가 석문에 가까우니 취한 잠이 깨네 階頭近石醉眼醒
정녕 방법이 있으니 어느 누가 알까 丁寧有術人誰識
아마도 천 년 전 성인의 가르침에서나 들으리 千載庶幾聖訓聽
 
오순묵(吳順默)
 
세속 벗어나 물가 정자에 노니니 物外優遊水上亭
정자 이름도 좋고 보기에도 새롭구나 亭名已好眼輪靑
세찬 물살 쉼 없이 푸른 바다에 당도하고, 奔流不息到滄海
고요한 물에 가 없이 해와 별을 담그더라. 停滀無涯涵日星
송아지에게 물 먹이니 허유(許由)의 은거를 따를 수 있고, 犢飮能追高士隱
못가에서 읊조리니 굴원(屈原)의 홀로 깸을 배우고자 하네 澤吟欲學大夫醒
다시 달빛 환하여 사람이 잠든 후에는 更宜月朗人眠後
관란정 물소리 베개를 돌아 밤에 들리네 繞枕濙濙夜入聽
 
이기종(李起種)
 
관란(觀瀾)하기 위하여 한 정자 건립하니 爲要觀瀾起一亭
자연스러운 만물의 자태 저절로 파랗더라 然然物態自生靑
문발 앞에 벽수(碧水)는 거울을 펼친 듯 하고 簾前碧水開金鏡
난간 밖에 군봉(群峰)은 북두성을 껴안구나 檻外群峰拱斗星
산음(山陰)의 난정계를 다시 모여 치루고 蘭稧山陰修復會
저상(滁上)의 물소리에 취했다가 깨네 泉聲滁上醉能醒
누가 관란정에 올라와 강호(江湖)의 낙을 알까 登斯誰識江湖樂
날 저물자 어부의 노래 멀리 멀리 들려오네 斜日漁歌遠遠聽
 
오인묵(吳仁默)
 
삼삼오오 합심해서 작은 정자 지었으니, 五五同營一小亭
물빛과 산색이 서로 비춰서 푸르더라. 水光山色暎相靑
뜰 섬돌에는 선천의 부처가 늙도록 서 있고 庭除老立先天佛
연못 밑엔 한 밤 중 별이 깊이 잠겨 있네 潭底深涵半夜星
세속에서는 영(榮)·욕(辱)에 마음을 쏟았는데 俗累關心榮與辱
좋은 풍치에 취했다가 깨어나 세상을 잊네 風情忘世醉還醒
만년에 계(稧)에 의탁하여 흉금이 넓어지니, 晩來托稧胸襟闊
은근한 말과 한가한 담소를 그대들과 듣는구나 軟語閒談共君聽
 
오시영(吳時泳)
 
하늘까지 가득찬 물 정자를 띄우려 하고 積水連天欲泛亭
한 눈에 바라보이는 봄 초목 연못을 빙 둘러 푸르네 一望春樹繞潭靑
능수버들에 꾀꼬리 우니 피리 부는 소리이고 鶯啼垂柳聲聲管
맑은 물결에 갈매기 나니 점점히 별 모습이네 鷗列淸波點點星
티끌에 얽매인 물정은 세상과 휩쓸리는데 塵累物情同世醉
명승지에 좋은 경치는 사람을 깨우게 하네 名區形勝使人醒
둑을 거닐다가 무료하여 난간에 앉아 巡畦餘憵倚欄坐
나무꾼의 피리소리와 어부의 노래 귀 기울여 듣네 樵笛漁歌傾耳聽
 
오재귀(吳在貴)
 
 
 

9. 9. 原韻

水滿長堤堤上亭 高松不改四時靑
綠絲垂拂成千柳 浮石分來作七星
至聖觀瀾心自透 今人言術理難醒
春閣且有淸閒味 漁笛弄鶯頻入聽
李甲儀
 
大也東頭特立亭 儉淳何用色丹靑
洋洋池似海滄浪 點點石如天七星
忘世觀瀾閒是術 携朋暇日醉難醒
適時一決爲功大 流入田間不厭聽
李起勳
 
春風試步上孤亭 垂柳長松匝自靑
葉底流鶯爭軟滑 庭間老佛飽霜星
狂瀾眞理觀難測 今世誰能術有醒
日暮漁翁收釣處 不妨短笛兩三聽
李炳官
 
高瀾觀處況加亭 列坐珍襟共染靑
春及農筇穿大野 夜深漁火耿殘星
名區風月人同樂 佳節盃盤客未醒
胸次無塵淸若許 水聲終日倚欄聽
吳翰默
 
同心齊力築斯亭 水瀾山深望眼靑
短砌石人西域佛 平地漁火一天星
鷗盟自與詩情款 鶯語頻敎友誼醒
期待千秋嗣以葺 樂吾所樂復何聽
李起浹
 
蕭灑泉林新結亭 超然楣榜眼先靑
一簷淑氣千峰月 雙沼精光萬點星
三春幽興非歌舞 半世蕩情暫醉醒
意會泓渟眞像外 鶴鳴魚吹亦宜聽
吳泰鍾
 
觀來有術起瀾亭 萬態千形眼忽靑
暇日放蹤多水石 永年修稧稱金星
烟沉碧沼龍吟冷 風打䟽松鶴夢醒
誰識斯間盈達理 源流滾滾自生聽
吳甲泳
 
 
원운(原韻)
 
물 가득한 긴 둑에 정자가 있으니 水滿長堤堤上亭
고송(高松)은 사시사철 푸르름 변치 않네 高松不改四時靑
푸른 실 드리워져 일천 버들 이루고 綠絲垂拂成千柳
떠낸 돌은 나뉘어 일곱 별이 되었구료 浮石分來作七星
위대한 성인 물결 바라보며 마음이 절로 통했지만 至聖觀瀾心自透
오늘날 사람은 방법을 말해도 이치를 깨닫지 못하네 今人言術理難醒
봄 누각에 또한 청한(淸閒)한 맛이 있으니 春閣且有淸閒味
어부의 피리소리와 희롱하는 꾀꼬리 소리 자주 들리네 漁笛弄鶯頻入聽
 
이갑의(李甲儀)
 
대야촌 동쪽 머리에 우뚝 서 있는 정자여 大也東頭特立亭
검소하고 수수하니 무어 단청을 칠하랴 儉淳何用色丹靑
일렁거리는 연못은 바다의 푸른 물결과 같고 洋洋池似海滄浪
점점이 박힌 돌은 하늘의 북두칠성 같구나 點點石如天七星
관란하여 세상 잊으니 한가히 사는 방법이요 忘世觀瀾閒是術
여가에 친구와 함께 하니 취하여 깨기 어렵네 携朋暇日醉難醒
때 맞춰 물꼬 터 공이 막대하니 適時一決爲功大
밭고랑에 흘러가는 물소리 싫지 않구나 流入田間不厭聽
 
이기훈(李起勳)
 
봄바람 불자 한번 걸어서 고정(孤亭)에 오르니, 春風試步上孤亭
능수버들과 큰 소나무가 빙 둘러 푸르네. 垂柳長松匝自靑
나무 잎 속 꾀꼬리는 간드러지게 우짖는데 葉底流鶯爭軟滑
뜰 사이에 늙은 부처는 모진풍상을 겪었더라 庭間老佛飽霜星
광란의 진리 헤아리기 어려우니 狂瀾眞理觀難測
지금 세상에 누가 깨달을 수 있을까 今世誰能術有醒
날 저물자 어옹(漁翁)이 낚싯대 거둔 곳은 日暮漁翁收釣處
짧은 젓대 두 세곡 듣기 무방하더라 不妨短笛兩三聽
 
이병관(李炳官)
 
높이 관란하는 곳에 정자까지 있어 高瀾觀處況加亭
옷깃 나란히 앉으니 모두가 푸르네 列坐珍襟共染靑
봄에는 농부가 지팡이 짚고 들판으로 향하고 春及農筇穿大野
깊은 밤에는 어화(漁火)가 잔별처럼 깜빡이네 夜深漁火耿殘星
명승지의 풍월(風月)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名區風月人同樂
가절(佳節)의 술자리에 나그네 깨지 못하네 佳節盃盤客未醒
흉금이 티끌 없이 저처럼 맑아지니 胸次無塵淸若許
물소리를 종일토록 난간에 기대어 듣네 水聲終日倚欄聽
 
오한묵(吳翰默)
 
한 마음으로 협력하여 이 정자 건립하니 同心齊力築斯亭
물 일렁이고 산 깊어 시야가 푸르네 水瀾山深望眼靑
짧은 섬돌의 석인(石人)은 서역의 부처이고 短砌石人西域佛
평평한 연못의 어화(漁火)는 하늘의 별이로다 平池漁火一天星
갈매기와 언약하니 절로 시정(詩情)이 곡진해지고 鷗盟自與詩情款
꾀꼬리가 울어대니 자주 우의(友誼)를 일깨워주네 鶯語頻敎友誼醒
천추토록 기대하는 것은 이어 보존하는 것이니 期待千秋嗣以葺
내가 즐긴 바를 즐길 뿐 다시 무슨 말을 들을까 樂吾所樂復何聽
 
이기협(李起浹)
 
소쇄(蕭灑)한 천림(泉林)에 새 정자 얽었으니, 蕭灑泉林新結亭
환한 문미(門楣)에 편액이 먼저 눈에 보이네. 超然楣榜眼先靑
처마의 맑은 기운 일천 산봉우리의 달빛이요 一簷淑氣千峰月
연못의 정광은 일만 별이 비춘 것이네 雙沼精光萬點星
춘삼월 그윽한 흥에 가무(歌舞)하지 아니하리 三春幽興非歌舞
반평생 방탕한 마음 잠시 취했다 깨었노라 半世蕩情暫醉醒
잠긴 물 참된 모습을 마음으로 아노니 意會泓渟眞像外
학 울고 물고기 놀아서 또한 듣기 좋더라. 鶴鳴魚吹亦宜聽
 
오태종(吳泰鍾)
 
관란(觀瀾)하기 위해 관란정(觀瀾亭) 지으니, 觀來有術起瀾亭
천만 가지 형태 눈에 번쩍 뜨이네 萬態千形眼忽靑
한가한 날 노니니 수석(水石)이 좋고 暇日放蹤多水石
오래 세월 수계하니 금성(金星稧)이라 일컬었네. 永年修稧稱金星
안개 잠긴 푸른 연못 용이 차가움 뿜어내고 烟沉碧沼龍吟冷
바람 치는 성긴 소나무 학이 꿈을 깨더라 風打䟽松鶴夢醒
누가 알리, 이 사이 채워 이르는 이치를 誰識斯間盈達理
근원에서 졸졸 흘러 자생(自生)하는 소리 듣는다네 源流滾滾自生聽
 
오갑영(吳甲泳)
 
 
 

10. 10. 原韻

萬頃波濤一笠亭 高松垂柳接天靑
東南海勢春堤水 上下天光夜倒星
頻往誰能知我術 靜觀心自覺塵醒
斜陽更有淸閒意 罷釣歸歌歷歷聽
李起八
 
百畝池塘數仞亭 高松垂柳雜相靑
半天葉密鶯留客 五夜波平鷺踏星
夫子明言瀾有理 幾人觀感術能醒
最宜日晩陰濃處 漁笛樵歌不絶聽
吳龍善
 
十載經營築此亭 江山如畵自丹靑
城春長在多花鳥 湖夜淸虛任月星
詩伯誰先題絶勝 酒狂我亦似初醒
何來漁笛斜陽外 欲起未能傾耳聽
吳健默
 
觀瀾有術起吾亭 亭對蛟山萬仞靑
鷺白沙晴宜水月 鶴玄松老幾霜星
衆人從古榮還辱 萬事于今醉復醒
登斯如敎南州承 雖與洞庭不入聽
吳賢善
 
城山盡處有名亭 此日登臨眼忽靑
舊國治平無歲月 吾生離合幾霜星
千條柳暗鶯歌滑 萬頃波飜鷺夢醒
石佛儼然庭上立 五金寺蹟使人聽
李起南
 
龍北雲南有一亭 洋洋水漲樹靑靑
鬱蒼松老寒餘歲 的歷夜多波底星
憂國身常違世踽 觀瀾術亦問誰醒
五金廢刹千年蹟 石佛無言人自聽
吳仁善
 
觀瀾嘉額揭吾亭 物理生生自得靑
臨水照心明似月 登欄定坐列如星
楓根浴鷺斜陽動 荇蔕游魚細雨醒
言水言山餘外事 前人有術耳難聽
吳吉泳
 
 
원운(原韻)
 
만경(萬頃) 파도에 삿갓 모양의 정자 萬頃波濤一笠亭
고송(高松)과 수양버들이 하늘에 닿아 푸르네 高松垂柳接天靑
동남쪽 해세(海勢)는 봄에 물이 가득해서이고 東南海勢春堤水
위 아래 천광(天光)은 밤에 별이 쏟아져서이네 上下天光夜倒星
자주 가 보니 내가 관란하는 것 누가 알리 頻往誰能知我術
조용히 관찰하니 티끌 마음이 절로 깨이네 靜觀心自覺塵醒
석양에 또 한가한 생각 있으니 斜陽更有淸閒意
낚시 끝내고 돌아가는 노래 또렷이 들리더라 罷釣歸歌歷歷聽
 
이기팔(李起八)
 
백 이랑 연못에 두 어 길 되는 정자 百畝池塘數仞亭
고송(高松)과 수양버들 어우러져 푸르네 高松垂柳雜相靑
하늘까지 빽빽한 숲에서는 꾀꼬리가 객을 만류하고 半天葉密鶯留客
오경 밤 고요한 물결에는 해오라기가 별을 밟고 있네 五夜波平鷺踏星
맹자께서 분명 관란(觀瀾)하는 방도 있다고 했건만 夫子明言瀾有理
몇 사람이나 보고 느껴 능히 깨달았을까. 幾人觀感術能醒
가장 좋더라, 저물녘 그늘 짙은 곳에서 最宜日晩陰濃處
어부 젓대 나무꾼 노래 끊임없이 들리는 것 漁笛樵歌不絶聽
 
오용선(吳龍善)
 
십 년 경영하여 이 정자 지었으니 十載經營築此亭
강산이 그림 같아 자연스런 단청일세 江山如畵自丹靑
성안에 봄 오래가니 꽃과 새가 많고 城春長在多花鳥
호수에 밤 청허(淸虛)하니 달과 별이 떴네. 湖夜淸虛任月星
시인들은 누가 먼저 뛰어난 경치 읊조렸나 詩伯誰先題絶勝
주광(酒狂)인 나도 처음으로 깬 듯 하여라 酒狂我亦似初醒
석양 어디선가 어부 피리소리 들려서 何來漁笛斜陽外
일어나려다 귀를 기울여 듣는구나 欲起未能傾耳聽
 
오건묵(吳健默)
 
관란(觀瀾)하는 방도 있어 정자 지었으니 觀瀾有術起吾亭
정자는 교산(蛟山)을 대하고 만 길[仞]이나 푸르네 亭對蛟山萬仞靑
흰 해오라기와 밝은 모래는 수월(水月)이 어울리는데 鷺白沙晴宜水月
검은 학과 노송은 얼마만한 성상(星霜) 지났을까 鶴玄松老幾霜星
중인(衆人)은 예로부터 영화가 도리어 욕되었는데, 衆人從古榮還辱
만사(萬事)는 오늘날 취했다가 다시 깨어나네 萬事于今醉復醒
이 정자 올라서 남주(南州)를 흠모하게 되면 登斯如敎南州承
비록 동정호를 준다 해도 귀담아 듣지 않으리라. 雖與洞庭不入聽
 
오현선(吳賢善)
 
성산(城山) 다한 곳에 명정(名亭)이 있으니 城山盡處有名亭
이날 올라와 보니 눈이 문득 새롭네 此日登臨眼忽靑
구국(舊國)의 치평(治平)은 세월이 허무한데 舊國治平無歲月
우리들 이합(離合)은 얼마의 성상(星霜)이 지났나 吾生離合幾霜星
천 가지 버드나무 숲에서 꾀꼬리는 재잘대고 千條柳暗鶯歌滑
일만 이랑 치는 파도에 해오라기가 꿈에서 깨더라 萬頃波飜鷺夢醒
돌부처가 엄연(儼然)히 뜰 가에 서 있어서 石佛儼然庭上立
오금사(五金寺) 사적을 사람에게 들었노라. 五金寺蹟使人聽
 
이기남(李起南)
 
용성(龍城) 북쪽 운수(雲水) 남쪽에 정자 있으니 龍北雲南有一亭
넘실넘실 물 가득하고 나무도 청청하네 洋洋水漲樹靑靑
울창한 노송은 추운 뒤에도 푸르고 鬱蒼松老寒餘歲
또렷한 밤중의 별은 물결 밑에 반짝이네 的歷夜多波底星
우국하는 몸은 늘 세상과 어그러져서 외롭고 憂國身常違世踽
관란하는 방도 또한 누구에게 물어 깨달을까 觀瀾術亦問誰醒
오금사(五金寺)의 폐허 된 천년 사적(事蹟) 五金廢刹千年蹟
석불(石佛)은 말이 없으니 사람들에게 들었노라. 石佛無言人自聽
 
오인선(吳仁善)
 
관란(觀瀾)이라는 좋은 편액 정자에 내거니 觀瀾嘉額揭吾亭
사물의 이치 생생하여 절로 푸르네 物理生生自得靑
물에 임하여 마음을 비추니 밝음이 달과 같고 臨水照心明似月
난간에 올라 좌정하니 별이 펼쳐있는 것 같네 登欄定坐列如星
단풍나무 밑에 목욕하던 해오라기는 석양에 움직이고 楓根浴鷺斜陽動
마름풀에 노닐던 물고기는 가랑비에 깨더라 荇蔕游魚細雨醒
물과 산을 말하는 그 이외의 일은 言水言山餘外事
전인(前人)의 방도 있지만 귀로 듣기 어렵네 前人有術耳難聽
 
오길영(吳吉泳)
 
 

11. 11. 原韻

觀瀾記得世閒亭 遊士難言讀史靑
何日相逢非舊雨 今生謫下是奎星
曲水流觴依古事 滄浪獨釣有誰醒
不息洋洋能如此 聖師詔鑑與君聽
李聖儀
 
欲圖風詠起斯亭 溢架瓊章照眼靑
斷續汽聲吼若霆 滅明漁火爛如星
莫云擧世衆皆醉 惟此名區獨自醒
可愛登臨塵想遠 滄歌隱隱暮朝聽
李康國
 
觀瀾有術卜斯亭 鏡面無風照眼靑
天地浮空人影月 東南美盡客儀星
便同玉漵花爭發 不下平泉石可醒
唱晩漁舟時互答 棹歌一曲幾閒聽
吳賢鍾
 
別區絶勝又加亭 萬像森羅入眼靑
池面虛明浮瑞靄 浪花平穩點䟽星
浴風逸趣追沂樂 吟澤放爲學楚醒
又有眠沙和月客 一聲欸乃幾時聽
李起錫
 
佳麗南州特許亭 天長水闊又山靑
魚吹細浪依然雨 鷺立崩沙宛是星
幽人騷客閒來往 明月淸風任醉醒
須向滄浪歌一曲 囂塵恐或耳邊聽
吳珍默
 
天借靈區築此亭 觀瀾名與史同靑
野夫春貯農閒水 漁子夜掀波底星
洗耳人無能擇潔 行吟誰復獨爲醒
而今增稧分新舊 聯板明書使後聽
李起俊
 
今人增稧古人亭 亭畔高松老益靑
栽植已經天雨露 防堤不記歲霜星
釣絲拂拂魚爭躍 柳幕沈沈鶯自醒
聯板明書當日事 欲令來世久傳聽
李成八
 
 
원운(原韻)
 
관란(觀瀾)해 온 세상의 한가로운 정자 觀瀾記得世閒亭
유사(遊士)는 그 역사를 말하기 어렵네 遊士難言讀史靑
어느 날 상봉(相逢)해도 구우(舊雨)가 아니랴 何日相逢非舊雨
지금 태어나 귀양 오니 필시 규성(奎星)이리라 今生謫下是奎星
곡수(曲水)에 술잔 띄우는 것 고사(古事)대로 하지만 曲水流觴依古事
창랑(滄浪)에서 홀로 낚시하니 누가 깨우쳐줄까 滄浪獨釣有誰醒
쉬지 않고 넘실넘실 이와 같이 흐르는데 不息洋洋能如此
성인께서 일러주신 말씀 그대와 들으리라 聖師詔鑑與君聽
 
이성의(李聖儀)
 
풍영(風詠) 도모하려 이 정자 지으니 欲圖風詠起斯亭
시렁 가득한 문장에 눈이 새롭네 溢架瓊章照眼靑
칙칙폭폭 기차 소리 천둥처럼 토해내고 斷續汽聲吼若霆
깜박이는 어화(漁火)는 별빛처럼 찬란하네 滅明漁火爛如星
온 세상 모두가 취했다 말하지 말게나 莫云擧世衆皆醉
오직 이 명구(名區)만은 절로 깨어 있다네 惟此名區獨自醒
사랑스러운 것은 올라보면 티끌생각이 멀어지고 可愛登臨塵想遠
창랑가(滄浪歌) 은은히 조석으로 들리는 것이네 滄歌隱隱暮朝聽
 
이강국(李康國)
 
관란(觀瀾)하는 방도 있어 이 정자 지으니 觀瀾有術卜斯亭
바람 없는 잔잔한 수면 눈에 새롭게 비추네 鏡面無風照眼靑
천지가 허공에 떠 있으니 사람과 그림자, 달이 天地浮空人影月
동남쪽에 아름다움이 극진하니 나그네와 거동이 별이네. 東南美盡客儀星
문득 옥서(玉漵)처럼 꽃이 다투어 피어나고 便同玉漵花爭發
평천(平泉)처럼 돌이 사람을 깨우칠만하네 不下平泉石可醒
저녁 고깃배가 선창하면 때로 상호 화답하니, 唱晩漁舟時互答
뱃노래 한 곡조를 얼마나 한가롭게 들었던가. 棹歌一曲幾閒聽
 
오현종(吳賢鍾)
 
별천지 절경에 또 정자 있어 別區絶勝又加亭
삼라만상이 눈에 새롭네 萬像森羅入眼靑
연못 수면 허명하니 성서로운 아지랑이가 떠있고, 池面虛明浮瑞靄
물결 평온하니 성긴 별빛이 점점이 잠겨있네 浪花平穩點䟽星
목욕하고 바람 쏘이는 흥취는 기수(沂水)의 낙을 따른 것이고 浴風逸趣追沂樂
못가에서 읊조리며 추방된 것은 초나라 굴원(屈原)을 배운 것일세 吟澤放爲學楚醒
또 모래에서 졸고 달을 벗삼는 객이 있으니 又有眠沙和月客
한 가닥 뱃노래 어느 때나 듣는고 一聲欸乃幾時聽
 
이기석(李起錫)
 
아름다운 남쪽 고을에 우뚝한 정자 있으니 佳麗南州特許亭
아득한 하늘과 넓은 물가에 산도 푸르네 天長水闊又山靑
물고기가 물방울 뿜으니 비오는 것 같고 魚吹細浪依然雨
해오라기 모래에 서 있으니 꼭 별 같더라 鷺立崩沙宛是星
유인(幽人)과 소객(騷客)은 한가로이 왕래하고 幽人騷客閒來往
명월(明月)과 청풍(淸風)은 마음대로 취하고 깨네 明月淸風任醉醒
모름지기 창랑가(滄浪歌) 한 곡조를 찾는데 須向滄浪歌一曲
세속 소란한 소리 귓가에 들릴까 두렵네 囂塵恐或耳邊聽
 
오진수(吳珍默)
 
하늘이 빌려준 영구(靈區)에 이 정자 건립하니 天借靈區築此亭
관란(觀瀾)이란 이름 청사에 길이 남으리 觀瀾名與史同靑
농부는 봄 되면 농한기에 물을 비축하고, 野夫春貯農閒水
어부는 밤 되면 파도 밑에 별을 낚더라. 漁子夜掀波底星
허유가 귀를 씻었으니 깨끗한 사람 가릴 수 없고 洗耳人無能擇潔
굴원이 창랑가 불렀으니 누가 다시 깰 것인가 行吟誰復獨爲醒
지금은 계원이 늘어 신구(新舊)로 나누고 而今增稧分新舊
연판(聯板)에 밝게 기록해서 후대에 듣도록 하네 聯板明書使後聽
 
이기준(李起俊)
 
오늘날 사람들 계원 늘어 고인의 정자 지으니 今人增稧古人亭
정자 두둑의 고송(高松) 늙을수록 푸르네 亭畔高松老益靑
나무는 이미 하늘의 우로(雨露)를 맞고 자랐고 栽植已經天雨露
제방은 얼마만한 세월이 흘렀는지 아지 못하네 防堤不記歲霜星
오르락내리락 낚싯줄에 물고기는 다투어 뛰고 釣絲拂拂魚爭躍
무성한 버들 숲에서 꾀꼬리는 절로 깨네 柳幕沈沈鶯自醒
당일 있었던 일을 연판(聯板)에 기록하여 聯板明書當日事
후대로 하여금 오래 전해 듣도록 하련다 欲令來世久傳聽
 
이성팔(李成八)
 
 
 

12. 12. 觀瀾亭重創序

妖畵蓋世 觀瀾之風 興於雲水南龍城
之北 此愈大井里北也 里仁而美 以耕
沙釣月爲生理 先天之世 築堰蓄水 不用
天而養命 隨水性而不迎逆 中元丁卯
亭搆於瀾頭 以爲士農休憩之所 名曰
觀瀾 余以客觀之疑 先自爲念 或以進
常童觀有認之者 知其位置 見波湍急
則庶有測之 以趣志闚觀者 見其士君
子 取象進學 知理勸業 乘天機而就人
功然後 得知其瀾之奇觀者 蓋鮮矣 然
斯堰之築 應添海屋之籌 而上世功績
同歸于天工 而已置天工而人不蓄 則
築將頹而功自去矣 故築轉爲蓄 而其
斯爲誓 由堰立亭 而達于契者 亦瀾之
術其可尙矣 亭立之初 若干出資殖散
卽後俗磨心刃斮 喪竭源本 亡之實歎
也 歲甲辰吳李兩姓 爲念于此 以人不
謀 以謀聚人 凡義氣之下 必有人也 壯
袒呼出 追入增員 倍前揭板 姓名昭晰
上世功績復赫然 於乎 士誓于此 知道
德之有本 農協于此 食灌漑之利 此里
之綱 自此振焉 士多登壇 而農必自
稔也 一般兩樂 奚似于此世之閑散老
遊 不知其幾處 而忽影子也 嗟我同志
尙知術乎觀瀾久 則至於觀海 觀海以居
下卑而長於百川 道可進也 財可阜也
凡就成功 一致尤難 今日則穀二本者頂
中元壬子七月日 全州人 李起烈 識
 
관란정중창서(觀瀾亭重創序)
 
요화(妖畵)가 세상을 뒤덮자, 관란(觀瀾)하는 풍속이 운수(雲水) 남쪽, 용성(龍城) 북쪽에서 일어났다. 이곳 보다 더한 곳은 대정리(大井里) 북쪽이었다. 마을이 인(仁)하고 아름다워서 모래밭에 농사짓고 달밤에 낚시하는 것으로 생계를 영위하였다. 선천(先天)시대에는 보를 쌓아 물을 비축하였으니 천수(天水)로써 생명을 양생(養生)하지 않았고, 수성(水性)을 따르되 물길을 거슬리지 않았다.
중원(中元: 백중절) 정묘(丁卯)일에 물결 앞에 정자를 얽어짓고 선비와 농부가 휴게하는 장소로 삼고 이름을 관란(觀瀾)이라 하였다. 내가 객관적인 뜻을 먼저 스스로 생각해보았다. 혹여 일상적인 동관(童觀)을 가지고 인식하는 자는 그 위치를 알고 물결이 빠르고 급한 것을 보면 거의 헤아릴 수 있지만, 지취를 살피는 자로서 사군자(士君子)를 보면 상(象)을 취(取)하여 진학(進學)하고 이(理)를 알아서 권업(勸業)하고 천기(天機)를 틈타서 인공(人功)을 성취한 연후에 그 물결의 기이한 관찰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대개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이 보가 축조된 것은 응당 해옥(海屋)에 주첨(籌添)하는 오랜 세월이 경과하였고 상세(上世)의 공적(功績)은 천공(天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천공(天工)에 맡겨두고 사람이 쌓지 않으면 전에 쌓았던 보는 장차 무너질 것이고 공(功)은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쌓아서 다시 물을 비축하기로 하고 이에 맹세코 둑에 정자를 세우고 계를 조직하기에 이르렀으니 또한 관란(觀瀾)하는 방도가 가상하다고 할 것이다.
정자를 건립하던 초기에 약간 금액을 출자(出資)하여 식리(殖利)한 것은 곧 후대 세속에서 점점 깎아지고 줄어들어서 원본이 다 고갈되는 실상을 탄식한 것이다.
갑진(甲辰)년 오(吳)·이(李) 양성(兩姓)이 이 점을 염려하여 사람 때문에 모의(謀議)하지 않고 모의(謀議)를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무릇 의기(義氣)가 있는 곳에 반드시 사람이 있으니, 씩씩하게 호출(呼出)하여 계원을 더 입회하여 두 배로 증원하였다. 게시판에 성명을 게시하니 상세(上世)의 공적(功績)이 다시 혁연하게 빛났다. 오호라. 선비가 이에 맹세하니 도덕(道德)에 근본이 있음을 알았고, 농민이 이에 협조하니 관개(灌漑)하는 이로움을 얻을 수 있었으니 이 마을 기강(紀綱)이 이때부터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선비는 등단(登壇)하는 사람이 많았고 농민은 자연히 풍년을 기필하게 되었다. 이러한 두 가지 즐거움이 어찌 이 세상의 한가로운 노유(老遊)처럼 어느 곳에 있는지도 모르고 홀연 그림자와 같은 것과 같겠는가.
아아, 우리 동지들은 오히려 관란(觀瀾)할 줄을 아는구나. 관란을 오래하면 바다를 살피는데 이르고, 바다는 낮은 데에 있으면서도 모든 물의 어른이 되는 것을 알아서 도(道)에 나아갈 수 있고 재물도 쌓을 수 있다. 무릇 성공을 일치하기는 더욱 어려운데 오늘날에는 두 근본을 잘하게 되었으니 정례(頂禮)하노라.
 
중원(中元) 임자(壬子) 7월 일 전주인(全州人) 이기열(李起烈)은 지(識)함.
 
 
 

13. 13. 觀瀾亭記

雲水南古龍城之北也 古山大川左
右百里 (山+蹇)嵼焉濙洄焉 精氣徘徊於
其間者 大井也 洋溢千頃 如海而漲
矮柳交松 蟠結堤岸者 堰也 棟宇矢
棘 綉甍參差 懸額名律 月彩不寢者
亭也 士農休憩之所也 亭之前後 蒼
羅勝狀 醒出空外 名士喫緊多活潑
潑處 庸余妄發 漸入佳竟 志則魚得
水也 時則莫春者也 雲霄門閥 優龍
劣虎 風浴洗累 樂業无怨 御天機而
逍遙 呼歡伯而咏歎 余以樗櫟 抗衡
而來愧也 乃若以所得乎己 而惟禮
不繩 故耕者先飮 醉呼嗚嘑 今何天
之雨露歟 士者酬飮 和之以虞絃之
曲 一治一養之趣 往來於盃上也 已
而西招通仙之士 並悅之以能天之
農 有餘酌而勸之 有一老夫 坐看戱
鷗而睡 突然爭席曰 和之虞絃 瀾之
而海者也 耕者之醉 治下之飽也 何
敢先飮乎 耕者就忙 釣士繼至 獻脩
鱗於俎頭 伸之以觀水之術 數千載
之下 鄒聖名敎之風 興於無君之世
陶唐氏之民歟 夏后氏之民歟 竊窺
先覺者而記
庚午春三月日 海州人 吳寅秀 識
 
관란정기(觀瀾亭記)
 
운수(雲水) 남쪽은 옛 용성(龍城) 북쪽이다. 높은 산과 큰 내가 좌우로 백리를 구불구불 흘러가는데 정기(精氣)가 그 중간에 서린 곳이 대정(大井)이며, 넘실넘실 천 이랑의 물이 바다처럼 일렁이고 자잘한 버드나무가 소나무와 섞여 제방(堤防) 언덕에 엉켜있는 것은 보[堰]이다. 용마루는 날렵하고 추녀 기와는 들쑥날쑥하며, 현판은 이름난 시구이며, 달빛이 잠들지 않는 것은 정자이니, 선비와 농민이 휴게(休憩)하는 장소이다.
정자 앞뒤로 푸르름이 펼쳐진 뛰어난 모습이 깬 듯 허공 밖에 솟아있고, 명사들의 긴요하고 활기찬 곳이 많다. 나의 망발(妄發)로서도 점점 아름다운 지경에 들어가니 뜻은 물고기가 물을 만나는 겪이고 때는 늦은 봄이었다. 하늘처럼 우뚝한 문벌(門閥)의 용과 같고 호랑이 같은 자제들은 바람 쏘이고 목욕하여 세속 티끌을 씻고, 업을 즐겨하고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또한 천기(天機)를 어거하여 소요(逍遙)하며 환백(歡伯: 술)을 불러다가 마시고 읊조리는구나. 나는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서 상대하러 왔으니 부끄러웠다.
자기가 얻은 바로서 하고 예에 구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작하는 사람이 먼저 술 마시고 노래하기를 ‘오호라. 지금은 어느 시대의 우로(雨露)인가’라고 하니, 선비가 술을 마시고 순 임금 노래로서 화답하니, 다스림과 농사짓는 뜻이 술잔위에서 왕래하였다.
이윽고 서쪽으로 신선같은 선비를 불러 아울러 기뻐하고, 천성대로 사는 농부에게 남은 술잔이 있어서 권하였다. 한 노부(老夫)가 갈매기가 노는 것을 구경하고 놀다가 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기를 ‘순임금의 음악으로 화답하니 바다를 관란(觀瀾)하는 곡조였다. 농사를 경작하는 사람이 취한 것은 고을 치하(治下)의 백성들의 삶이 넉넉해서이니, 어찌 감히 먼저 마시겠는가’라고 하였다.
농사짓는 사람은 바삐 가고, 낚시꾼이 이어 이르렀다. 포(脯)와 물고기를 도마에 올리고 관수(觀水)하는 방도를 펼쳤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 추성(鄒聖:맹자)께서 명교(名敎)하신 학풍이 무군(無君)의 세상에 부흥했으니 도당시(陶唐氏)의 백성일까. 하후씨(夏后氏)의 백성일까. 은근히 선각자(先覺者)를 기대하면서 기문(記文)을 적는다.
【향토】 임실의 정자 (2013)
• 10. 반환정(盤桓亭) - 오수면 용정리
• 11. 관란정(觀瀾亭) - 오수면 대정리
• 12. 청세정(淸洗亭) - 오수면 대정리
(2018.07.16.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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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