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반석
거제 아주동 옥녀봉 밑에 가면 승지산이 있어요. 그 산 맞은편에는 거위처럼 생긴 당등산이 있고요. 거기서 십리길 아래에 옥녀좌석, 비파반석이라 불리는 2평 남짓 널따란 바위가 있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비파바위에 얽힌 이야기예요. 아주 먼 옛날이야기랍니다. 그때는 하늘에서 옥황선녀가 내려와 널따란 이 바위에서 종종 쉬었다 갔어요.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비파를 뜯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곤 했었지요. 그러던 중 어느 날이었어요.
“오! 아름다운지고,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구나!”
한 사미승이 승지산을 오르다 우연히 이 광경을 훔쳐보았습니다. 구슬이 구르는 듯한 해맑은 노랫소리에다 비파의 오묘한 소리에 빠진 나머지 한참을 그러고 있었어요. 자신의 신분을 깡그리 잊고서 아름다운 선녀만 바라보았답니다. 그러다 살금살금 선녀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래, 조금만 더 가까이...’
그때 인기척을 느낀 선녀는 동작을 멈춘 채 뒤돌아보다 바위 아래로 숨고 말았어요. 이에 사미승은 선녀를 찾으려 커다란 바위 아래로 이리저리 더듬어 보았지요. 뒤로 돌아가면 앞으로 나오고, 앞으로 가면 옆으로 나오는 선녀를 잡으려고 널따란 바위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녔지요. 그러다 지쳐 풀썩 주저앉고야 말았어요. 그때 약이 오를대로 오른 사미승의 귓가에는 메아리처럼 들리는 소리가 있었어요.
“네 손이 길어지면 내 손은 짧아지고, 내 손이 길어지면 네 손이 짧아진다....”
반복되는 그 소리와 함께 선녀는 하늘나라로 훨훨 날아올랐어요. 손을 내밀던 사미승을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바랑을 멘 채 그 자리를 떠났답니다.
이렇게 길을 가다가 잠시 한눈을 파는 일이 있겠지요. 그때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지요. 선녀가 남기고 간 한마디는 곁눈질을 하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누구든 한길로 가야만 꿈을 이룰 수 있답니다. 아, 참! 선녀가 놀다간 그 바위가 아직도 있느냐고요? 아주초등학교 정원 한쪽에 놓여 있답니다.
-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0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