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천(川) 전설
장승포 마을에 큰 기와집을 가진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집에는 부모님과 젊은 아들이 살고 있었지요. 부리는 하인도 여럿이나 되는데, 곱단이라는 곱고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습니다.
늙은 주인은 호시탐탐 곱단이를 노렸습니다. 아무래도 큰일이네요. 이러다 주인이 곱단이를 어찌할까 봐서요. 오랜 옛날에는 지금과 달리 신분제도가 있었답니다. 하인은 주인 말을 무조건 들어야 했어요.
어느 날 밤에 주인이 곱단이를 자기 방으로 살짝 불러들였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만 일이 터졌어요. 곱단이의 배가 슬슬 불러오기 시작했으니까요.
“큰일이다. 곱단이와의 일이 소문이 나면 안 될 텐데.”
늙은 주인은 자신과 곱단이와의 일을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곱단이를 처참하게 죽이고 말았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늙은 주인과 그의 아내가 죽고 아들만 남았지요.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우르릉 쾅.”
비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는 그런 밤이었습니다. 그때 죽은 곱단이라는 귀신이 나와 젊은 아들을 죽이려고 했어요. 바로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귀신아, 물러가라! 어디서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려 하느냐!”
마침 시주를 받으러 온 스님이 귀신을 보고서 호통치며 쫓아냈습니다. 날이 밝은 후 청년은 스님에게 집안에 있었던 곱단이의 사연을 자세히 전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자, 이 구슬을 받으시게.”
스님이 가지고 있던 파란 구슬, 빨간 구슬, 흰 구슬을 보따리에서 꺼내 청년에게 주었습니다.
“위험할 때 이 구슬을 차례대로 던지도록 하게.”
며칠이 지나 비가 오면서 천둥번개가 치던 날 또다시 귀신이 나타났습니다. 젊은 아들은 도망쳤습니다.
그러다가 스님이 일러준 대로 귀신이 자신을 위협할 때 파란 구슬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들이 나와 목숨을 젊은 아들을 살려주었습니다. 귀신은 호랑이를 물리친 후 계속 따라왔습니다. 젊은 아들은 이번에는 빨간 구슬을 던지니 불이 나서 귀신을 둘러쌌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귀신이 불길에서 빠져나와 총각을 위협하려 했습니다. 젊은 아들은 마지막 남은 흰 구슬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물이 귀신을 덮쳤습니다. 귀신은 그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많은 물이 구슬에서 봇물 터지듯 흘러나와 큰 하천을 이루었지요. 이를 두고 아주 천(川)이라 한답니다.
-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0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