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가 효자되기
거제 둔덕 마을에 늦도록 자식을 갖지 못한 부부가 살았습니다.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잉태하고, 마침내 자식을 낳았습니다.
“아들입니다.”
내외는 너무 기뻤답니다. 오냐오냐하며 온갖 응석을 다 받아주었지요. 아들이 한창 귀여움을 부릴 때 하도 귀여운 나머지 아버지가 말했어요.
“저기 어무니한테 가서 뺨 한대 때려 줘라.”
그러자 어머니도 말했어요.
“저기 아부지한테 가서 뺨 한대 때려 줘라.”
과연 아들이 어떤 행동을 했을까요?
어릴 때 버릇이 어른까지 간다더니 정말이었어요. 매일 늙은 부부는 뺨을 맞아야 했어요. 귀한 자식이 때리니 아프기보다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나이가 들어도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부모님만 보면, 뺨을 한 대씩 때리지 뭡니까?
하루는 어떤 장수가 와서 이런 상황을 보았습니다. 이상하게 여겨 물어보자 보통 일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노부부에게 말했어요.
“저에게 아들을 주시면 버릇을 고쳐 놓겠습니다.”
고심 끝에 노부부는 아들을 장수에게 맡겼습니다. 장수는 그 아들을 효자로 소문난 집으로만 데리고 다녔습니다. 다른 집 효자들은 공손한 가운데 어른들이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엎드려 있었고요. 고기를 비롯한 맛있는 음식은 부모님께 먼저 드리는 것이었어요.
다른 집 자식들의 됨됨이를 지켜본 아들은 장수에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가자마자 부모님께 맛난 음식을 차려 드리려고 부엌으로 들어갔어요. 그러고는 식칼을 숫돌에 갈았답니다. 이것을 본 부모님은 자신들을 해칠 것이라 생각하며 벌벌 떨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부모님 앞에 한 상 잘 차려 놓고 엎드렸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저도 이제 효자가 되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잘못했습니다. 마음 놓고 편히 잡수세요.”
정말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네요. 뒤늦게 얻은 아들이 뜻밖에도 철이 들어 효자가 된 모양입니다. 자식을 너무 귀하게 생각하고 버릇없이 키우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이야기지요.
-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0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