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치 전설
거제도에 매미섬이 있습니다. 바위로 된 섬이지요. 매미섬은 만조 시에 조금 보인다고 하여 매미섬이라고 하고 간조 시에는 용의 머리와 등처럼 보인다고 ‘용의 치(위로 올라가는 뜻을 나타내는 말의 접두사)’라 하였답니다.
아주 오래된 옛날, 용이 하늘의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아 매미섬에 숨어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벌로 이무기가 되어 백 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백 년이 되고, 곧 승천할 시간만 기다립니다. 용은 가족을 만날 기쁨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드디어 백 년이 되었구나. 이제 하늘로 올라가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어.”
그동안 가족들과 헤어져 있었던 터라 어서 빨리 하늘을 날아가고 싶었습니다. 우리 인간세상의 백 년은 용의 나라에서는 천 일과 같습니다.
“아, 그나저나 걱정이구나. 내가 하늘을 날 때 누군가 보면 어떡하지?”
이무기가 걱정하는 이유는 저 바다에서 하늘로 치솟을 때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용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무기는 하늘을 날기 전에 몸을 사려 사방을 살펴봅니다. 다행히 아무도 없습니다.
“아, 나는 이제 드디어 용이 되어 나의 나라로 돌아가는구나!”
이무기의 몸에서 조금씩 빛이 나기 시작합니다. 황금색 비닐이 광채를 냅니다.
“그래, 이게 원래 내 모습이야.”
“다들 보라고, 찬란하고 매끈한 나의 비늘을.”
“하하하!”
용은 너무나 기뻐서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자신이 승천할 때 아무도 없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얼마나 크게 웃었냐고요? 기세가 너무 등등해서 주변이 시끄러웠어요. 정신이 들어온 용은 몸을 숨겼어요. 그러나 소용없는 일인걸요. 그 난리 통을 본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억새 속에 숨어 똥을 누던 한 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쳤습니다.
“저기 용이 있다.”
그 소리에 용은 다급해졌어요. 있는 힘을 다해 날아올랐어요. 그런데 그만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떨어져 버렸습니다. 용이 되려던 찰나에 마음을 제지하지 못하여 이무기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한 번씩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카악, 휭!’
소리가 나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마을에 비가 안 오면 예전에는 열 동네로 나뉘었지만, 지금은 여섯 동네가 모여서 그 섬에서 제사를 지낸답니다. 이무기를 달래려고요. 그러면 응답을 하듯 비를 내려준답니다.
-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0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