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효부(孝婦)
옛날에 젊은 내외가 홀 시아버지와 갓 낳은 아기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며느리가 효부였다. 시아버지를 아주 극진히 모셨는데, 시아버지는 밤마다 주무시다 말고 냉수를 한 사발씩 먹고 자는 버릇이 있었다. 며느리도 이것을 알아 매일 시아버지가 주무시기 전에, 머리맡에 냉수 한 사발씩을 올려놓았다.
하루는 며느리가 부엌에서 일하던 중에 아기가 막 깨어 울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일하던 며느리를 불러 아기를 재우라고 하였다. 그런데 아기를 재우다가 며느리가 그만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어느덧 깊은 밤이 되어, 시아버지가 물을 찾았으나 물이 없었다. 며느리가 잠이 들었기 때문에, 미처 물을 갖다 놓지 못한 것이었다. 시아버지는 물을 마시러 속옷 차림으로 부엌에 나갔다. 그런데 그 집에는 송아지 한 마리가 있어, 걸핏하면 부엌으로 들어와 살림을 부서뜨리곤 했다. 잠결에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은 며느리는, 또 송아지가 들어온 줄 알고 내쫓으려 부엌으로 뛰어 나갔다. 그러나 그 소리는 물을 먹으러 속옷 차림으로 나온 시아버지가 내는 소리였다. 며느리로서는 시아버지의 속옷을 보았으니, 큰 불효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후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더욱 극진히 모시다가, 시아버지의 부인 될 사람을 찾고 있었다. 소문에 ‘건너 마을에 홀로 사는 늙은 과부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마침 만나러 가는 중에 보따리를 이고 오는 그 과부를 만났다. 며느리가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혼자 살기에 싫증이 난 과부도 기꺼이 승낙을 했다. 집으로 무조건 모시고 와서는 시아버지께 허락을 받아 함께 살게 되었다.
여러 해가 지나서, 며느리와 그 남편은 가난한 살림을 이겨보려고 가지고 있던 땅을 팔았다. 그러나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걱정이 태산같았다. 그 때 시어머니가 그것을 알고 돈을 주면서, 가서 판 땅을 도로 찾아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며느리와 남편은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으로 땅을 다시 찾아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땅을 일구어야 하는 소를 판 것이 걱정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시어머니가 돈을 주면서, 소를 찾아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과부였던 시어머니가 들고 있던 보따리 안에는 돈이 가득 들어 있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효부인 며느리는 효심 때문에, 걱정 근심 다 버리고 부모님 공양하며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 대진대 국문과 제1차 답사 자료집(포천읍), 1992. 10.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