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착한 영감님
옛날 산골에 사는 한 영감님이 하루는 멀리 일이 있어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배가 몹시 고팠다. 그런데 다른 노인이 고개 마루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니 더욱더 배가 고팠다. 영감님은 그 노인에게 다가가
“여보시오, 내가 배가 고파 죽겠으니 밥알이라고 뜯어 먹게 밥싼 보자기라도 날 좀 주오. 배고파 죽겠수.”
하고 말했다. 그러나 그 노인은
“안됩니다.”
하고 퉁명스럽게 말할 뿐이었다.
이미 며칠을 굶었던 영감님은 너무 배가 고파 결국 기절해 버렸다.
기절한 노인은 그렇게 잠이 들어버렸다. 꿈속에서 신이 나타나 말했다.
“너 이렇게 여기 누워 있을 것이 아니다. 저 아래 마을로 내려가면 오막살이 빈집이 하나 있는데 그 집으로 가 보거라. 가면 터줏자리 밑에 금항아리가 있으니 그것을 꺼내거라. 그것만 가지고 있어도 일평생 편히 지낼 수 있을 것이니라. 여기서 이렇게 있지 말고 빨리 일어나 가거라. 여기 오래 있으면 네 목숨이 위태롭다.”
영감님이 깜짝 놀라서 일어나 보니 꿈이었다. 영감님은 ‘희한한 꿈도 다 있구나’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마을로 내려가 보았다. 마을에 내려가 보니 사람의 기척이 없이 텅 빈 집 한 채가 있었다. 영감님은 꿈에서 신이 말해준 대로 터줏자리 밑을 파보았다. 파놓고 보니 과연 항아리가 있는데, 그 안이 보물로 가득하였다. 영감님은 너무나 기뻤다. 그 보물을 가지고 내려온 영감님은 그것을 팔아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감님은 우연히 전에 고갯마루에서 만났던 노인을 만났다. 영감님은 그에게 다가가서
“여보시오, 전에 당신이 밥을 안 줘서 내가 잠시 혼절했다가 꿈을 꾸었소. 그 꿈에서 신이 알려준 곳을 찾아가 보물을 얻어 큰 부자가 되었소. 만일 당신이 내게 밥을 주었다면 산을 곧 내려왔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런 횡재를 하지 못했을 테니 모두 당신 덕이요.”
하고 그에게 감사를 전했고 그 노인에게 함께 살기를 청해 두 사람은 오랫동안 사이좋게 잘 지냈다.
자신에게 밥을 주지 않은 노인을 원망하지 않고 되려 덕으로 감싼 영감님의 이야기는 이후 모든 이들의 칭찬을 받는다.
< 백천근, 83세, 남, 신북면 계류리, 1998. 9. 24.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