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혜로운 선생님
옛날에는 혼인날을 잡아주는 ‘혼사 택일’이 있었는데, 모든 마을에 택일을 해 주는 택일선생이 있었다.
하루는 막내아들을 장가 들이려는 사람이 내달 안으로 혼인을 치루자고 마음먹고 택일 선생을 찾아갔다. 그 집에 가니,
“선생은 멀리 외출을 가셔서 언제쯤 돌아오실지 모릅니다.”
고 했다. 그래서 낙담하고 집에 돌아와 있으려니, 지나가던 객이 하룻밤 묵자고 청하며 들어왔다.
객이 주인 얼굴에 근심이 있음을 알고 그 연유를 물었다. 주인이 막내아들의 택일 때문이라고 대답하니, 객은 자신이 택일을 해 주겠노라고 하며 혼인날을 잡아 주었다. 마침 주인도 그 날이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주인은 감사하다며 혼인날 그 객을 초대했다.
얼마 후, 택일선생이 볼일을 다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택일 선생의 식구들이,
“이런 사람이 와서 날을 잡으려다 잡지 못하고 돌아갔는데 오늘 그 사람의 자식이 혼인을 한답니다.”
고 했다. 택일선생이 부랴부랴 날을 보니 그 날은 ‘홍사날’이었다. 그래서 ‘큰일 났다’ 싶어, 그 홍사를 불러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 홍사는 막내아들을 잡아갈 시기를 놓쳐 버렸다. 그렇게 해서 홍사는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택일 선생이 그 집으로 가서 누가 날을 잡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객이 대답했다.
“저는 선생이 그 홍사를 쫓을 줄 알았습니다.”
< 이종세, 59세, 남, 가산면 방축3리, 1994. 9. 30.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