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꾀 많은 아이
예전에는 이동에서 포천으로 장을 보러 가려면 문안고개나 설치고개를 넘어가야 했다. 그러나 고개에 도둑이 많아서 장을 보고 돌아오기가 힘들었다.
옛날에 한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소를 팔려 해도 도둑 때문에 팔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아이가 아버지께,
“팔기만 하세요. 그러면 돈은 제가 가져오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소를 팔자, 아이는 길쭉한 호박을 하나 샀다. 그리고는 호박의 속을 파내고 소 판 돈을 거기다가 집어 넣어서 가방에 메고 고개를 넘었다.
아이는 오는 도중에 고개에서 도둑을 만났다. 도둑이 호박을 보고는 뭐냐고 물어보자 아이는 냉큼 호박 속에 돈이 있다고 말을 하고 돈을 모두 꺼내줬다. 도둑들이 기뻐하며 아이의 재주를 칭찬했다. 이에 아이는
“아유, 이게 뭐 재주라 할 수 있습니까? 제 아버지는 재주가 더 좋습니다. 저녁에 나갔다가 오시면 돈을 아주 많이 가져오십니다.”
라고 했다.
도둑들은 아이의 아버지가 자기들과 같은 부류로 자기들보다 재주가 나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돈을 돌려주고 ‘아버지를 만나러 언제 찾아가겠다’ 이르고는 무사히 돌려보냈다.
아이는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그 얘기를 하고는 어제까지 술을 담그고 칡을 해 놓으라고 했다.
며칠이 지나자 도둑들이 와서 아버지에게 동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이른 대로 말했다.
“난 혼자하는 게 좋소. 여럿이 하면 잡히기도 쉬울 테니, 난 혼자 하겠소.”
그러자 도둑들은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연습을 핑계 삼아 미리 준비한 칡으로 도둑들을 묶고, 관하에 도둑들을 잡아놨다고 연락하여 도둑들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또 한번은 아이가 소 판 돈을 가지고 오다가 날이 너무 어두워서 친구의 집에 묵어 가기로 했다. 친구네 집에서는 어서 자라고 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누워 있었는데 친구의 아버지가 칼 가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는 그 소리를 듣고 당장 뛰어나가기도 힘들고 그냥 있기도 어려워서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친구가 잠을 자는 사이에 자리를 살짝 바꿔 누운 것이다. 주인이 들어와 자기 아들을 이불에 싸서 나갔다. 그 틈을 타서 아이는 마구간으로 달아나 살았다고 한다.
그 꾀 많은 아이의 성은 이씨라고 전해진다.
< 김동진, 71세, 남, 일동면 길명3리, 1995. 9. 14.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