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바보 신랑
옛날 아주 옛날에 한 떠꺼머리 총각이 있었는데 바보천치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부모님들이 어떻게 해서 장가를 보냈다.
그랬는데 장가를 간 지 삼일 만에 처가에 가게 되었다. 처가 어른들이 있는데 신랑에게는 장인 장모가 되고 또 어머니한테는 사돈 어른들이 되었다. 사돈어른들 찾아 뵙는다는 게 옛날에는 보통의 인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가진 게 너무 없었다. 무엇인가 사돈댁에 선물을 보내야 하는데 그도 걱정이지만, 아들이 처가를 잘 찾아갈까도 걱정이었다.
집을 가르쳐 주기 위하여 머리를 썼는데, 바보천치인 아들에게 장인 성을 가르쳐 주려고 배를 하나 주었다. 사돈 되는 사람의 성이 배씨였다. 근데 이 배씨라는 걸 가르쳐 줘도 기억하지 못할 게 뻔하니까 배를 하나 주었다.
“이 배를 보면 배씨 생각이 날 것이다. 배 서방을 찾아가라.”
그러면서 또 무엇을 주었는가 하니 씨암탉이었다.
“이 씨암탉을 꼭 갖다 드려라.”
“인절미, 이것을 정성껏 만들었으니 인절미도 갖다 드려라.”
그 다음에 막걸리가 있었다.
“동동주를 정성스럽게 담았으니까 잘 갖다 드려라. 사돈 어르신이 약주를 좋아하시니깐 꼭 갖다 드려라.”
그래서 그 바보가
“네, 알겠습니다.”
하고선 처가를 찾아갔다.
찾아가는 길에 개울이 많이 있었다. 열 두 개울이나 건너야 했다. 이런 마당인데 한 걸음 건너뛰고 나니까는 그 배가 뚝 떨어져 나가고 꼭지만 남았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바보는 ‘아, 이거 꼭지서방네를 찾아가는가 보다’ 하고 꼭지서방네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다른 도랑 하나를 건너뛰니까 이번에는 배가 고팠다. 먹을 것은 인절미 뿐이라, 인절미를 다 먹었다. 먹긴 먹었는데 이걸 뭐라 해야 하는지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니까 인절미는 늘어났다 움츠러지는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아, 이건 늘여움츠리기’ 했다.
그러다 또 도랑을 건너뛰었다. 이번에는 목이 말라서 동동주를 마셨다. 마시고 보니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개울을 건너 뛸 때의 기억으론 그 소리가 ‘쫄랑쫄랑’ 했다. 그래서 ‘아, 이건 쫄랑쫄랑이’ 했다.
또 건너뛰는데 배도 부르고 술을 먹어 정신도 없는데, 갑자기 씨암탉이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그것이 씨암탉인지도 모르고 보다가 ‘꼬꼬 푸드득’ 하고 날아가니, ‘아, 이거 꼬꼬 푸드득이구나’ 했다.
이렇게 짜 맞추고는 배서방네를 찾아 나섰다. 배는 꼭지뿐이니 ‘꼭지서방네’를 찾았으나 찾을 길이 없었다. 이렇게 헤매고 다니니 동네 아낙들이 행색이 형편없는 바보 신랑을 가엾이 여겨 물어 물어 ‘꼭지서방네’ 대신 ‘배서방네’를 찾아주었다.
천신만고 끝에 처가에 들어서니 장인, 장모가 반겨하며 묻었다.
“자넨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가?”
“물어 물어 꼭지서방네를 찾아갔는데 아주머니들이 꼭지서방은 없어도 배서방네는 있다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그러더니 ‘인상도 딱하군’하며 국수를 주었다. 바보가 그것을 ‘인상도’라 칭하며 말하기를
“인상도 하나 주어서 먹고 왔죠.”
라고 말하였다. 장인 장모가 기가 막혀서 또 물었다.
“자네, 그냥 빈손으로 왔는가?”
“아,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래, 무얼 가지고 왔는가?”
“글쎄, 가지고 오긴 했는데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까 꼬꼬 푸드득이 날아가고 없어졌죠.”
장인 장모는 ‘꼬꼬 푸드득이가 암탉을 얘기하는 것이니까 자기 사돈 되는 양반이 그래도 씨암탉까지 준비했었구나’ 생각했다.
“자네, 또 무얼 가지고 왔는가?”
“아, 늘어움추리기를 가지고 오다가 다 먹어버렸죠.”
“그럼 그 담엔 또 무얼 준비했는가?”
“아, 쫄랑쫄랑이를 가지고 오다가 목이 마르고 그래서 홀딱 다 먹고 왔죠.”
다 듣고 나니 기가 막혔으나, 혼사는 이미 치른 후라 무를 수도 없고 그저 막막하기만 하였다고 한다.
< 이경렬, 49세, 남, 신북면 심곡리, 2000. 9. 23.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