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명지관 2
옛날 어느 마을에 한 머슴이 있었는데, 갯가에 나갔다가 처녀가 물에 빠져 죽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는 그것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시체를 간(姦)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아무리 죽은 사람이지만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지게에다 시체를 짊어지고 산으로 가서 잘 묻어주었다.
그 뒤에 혼자 어떤 마방에 들어 잠을 자는데, 그 처녀가 꿈에 나타나 곤경에 있는 사람을 거둬줘서 고맙기가 한량없다고 하며 보답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머슴은 처녀가 나타나 가르쳐 주는 대로 지관 노릇을 하며 돈도 모으고 집도 짓고 잘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처녀가 또 나타나 당신과의 운이 다 끝나버렸다고 하며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그때 밖에서 주인을 찾는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 그 머슴이 점을 잘 친다는 소문이 나 얼마나 잘하는지 알아 봐야겠다고 하여 나라에서 부르러 온 것이었다. 그래서 불려 나갔는데 쥐를 한 마리 잡아 상자 안에 넣어놓고,
“여기 쥐가 있는데 몇 마리나 있느냐?”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 머슴은 이제 여자 귀신이 더 이상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이미 이력이 나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는 맞출 수 있었다. 그래서 일곱 마리라고 대답했다. 분명 한 마리인데 일곱 마리라고 대답을 하자, 거짓으로 지관 노릇을 해 왔다고 하여 임금님이 그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때 지혜 있는 한 신하가 먼저 쥐의 배를 갈라보라고 했다. 그래서 갈라보니 그 속에는 새끼가 여섯 마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임금님은 그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얼른 죽이라는 줄 알고, 칼로 머슴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리하여 결국 머슴은 억울하게 죽고 말았다고 한다.
< 조원식, 남, 창수면 주원리, 1995. 8.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