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구렁이 선비
옛날에 딸만 삼형제를 키우는 집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웃집은 가난해서 아이를 하나만 낳아 키운다는 게 그만 구렁이를 낳았다. 구렁이라도 갖다 버리지 못하고 방에서 길렀는데, 얼마만큼 자라나자 하루는 어머니를 불러 말했다.
“어머니, 나 이웃집 아가씨들에게 장가 보내줘요. 그렇지 않으면 한 손에 칼을 들고, 다른 손에는 키를 들고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 갈 거예요.”
어머니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딸만 셋 있는 집에 가서 사정을 얘기 했다.
그 집 어머니와 아버지가 딸 셋을 불러다가 구렁이에게 시집가겠느냐고 하니, 첫째 딸과 둘째 딸은 기겁을 하고 도망갔다. 그러나 셋째 딸이 ‘그러겠다’고 하여 드디어 둘을 결혼시켰다.
결혼을 하고 나서 구렁이는 자기 색시에게 기름 한 동이와 밀가루 한 푸대를 갖다 달라고 하여 색시가 가져다 주었다. 그러자 구렁이가 기름동이에서 헤엄치고 나와 밀가루를 뒤집어 쓰니, 허물을 벗고 늠름한 선비가 되었다. 그리고는 허물을 가지고 들어와 그것으로 색시의 저고리에 안옷고름을 해 주면서 ‘허물을 잃어버리면 같이 못 산다’고 했다.
어느 날 이 사실을 알게 된 언니들이 그 옷고름을 떼어갔다. 허물을 잃어버린 것을 안 그 선비는 말을 타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색시가 바다로 쫓아 들어가 많은 고생 끝에 선비를 다시 만나 잘 살았다고 한다.
< 곽사여, 여, 이동면 도평3리, 1995. 9.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