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소가 된 신하
옛날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임금님이 있었다.
하루는 임금님이 한 신하에게 시골에 가서 아무거나 보고 오라고 했다. 뭐든지 한 가지만 보고 오라는 임금님의 말에 그 신하는 시골로 내려가서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다.
여기저기 다니다가 산골짜기로 가게 되었는데, 들에 노랗게 피어있는 지장을 만지자, 손에 지장의 씨알갱이가 붙었다. 신하는 농부가 힘들여 농사지은 것을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씨알갱이를 입에다 넣었다. ‘지장을 보았으면 됐다’면서 신하는 임금님에게 갔다.
임금님께 가서 인사를 드리자 임금님은,
“그래, 너는 무엇을 보고 왔느냐?”
고 물었다. 신하는 어느 마을 골짜기에 가서 지장을 보았는데, 그것이 너무 예뻐서 만졌더니 손에 씨알갱이가 묻어서 그것을 먹고 왔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임금님은 남이 농사진 것을 공짜로 먹고 왔다고 벌컥 화를 내면서, 소가 되어 그 집에 가서 삼 년 동안 농사를 지어주고 오라고 했다.
임금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신하는 소가 되었다. 소가 된 신하는 다른 사람에게 이끌려서 그 집에 갔다. 소를 끌고 간 사람은 그 집 농부에게 나라에서 소를 빌려주는 것이니 삼 년 동안 농사를 짓고 돌려달라고 했다.
그 집주인은 소가 생겨서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소가 된 신하는 그 집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삼 년째 되는 날, 집주인이 방 안에 앉아 있으려니 밖에서
“여보시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열어보니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들어와 앉아 있으려니,
“여보시오.”
하는 소리가 또 들렸다.
이상한 주인은 마당에 나가서,
“누가 뭐라고 그랬나?”
라고 하니 외양간에 있는 소가,
“네, 제가 그랬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주인은 소가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자 소가 된 신하는 주인에게
“너무 놀라지 마시오. 나는 나라 임금님께서 보내 주었오. 삼 년 전에 당신이 지장 심은 것을 내가 먹었더니 임금님께서 그 죄로 당신네 집에서 삼 년 동안 농사를 지으라고 하셔서 왔소. 임금님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 나를 소로 만드셨다오.”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내 말을 안 들으면 당신은 큰 변을 당하게 될 것이오.”
라고 말했다.
소가 된 신하는 사흘 후에 마적 오백 명이 마을로 들어 올 것이니 오백명 분의 숟가락과 그릇, 그리고 풍족한 음식을 준비해 놓고 멍석을 삼십 리 밖까지 깔아 놓으라고 했다.
사흘 후, 집주인은 그의 말대로 풍족한 음식을 준비하고, 삼십 리 밖까지 멍석을 깔아 놓고 모든 식구가 다 나가서 무릎을 꿇고 앉아서 마적떼가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마적떼가 오고, 집주인은 마적떼에게 풍족한 음식을 대접했다. 마적떼 대장은 오십 년 동안 마적질을 했어도 그런 사람은 처음 본지라 이상히 여겨 그렇게 한 까닭을 물어 보았다.
집주인은 이제까지의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이를 믿지 않은 마적떼 대장은 부하를 시켜서 소에게 말을 걸어보게 하였다. 그러자 그 소가 정말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소의 말을 다 들은 마적떼 두목은, 임금님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 하고 자신도 도적질을 그만 두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소에게 물었다.
“당신은 씨알 하나를 먹고 삼 년 동안 소가 되어 고생을 했으니, 나의 죄는 도저히 씻을 방법이 없겠지요? 행여 죄를 씻을 수 있는 방법이 없겠소?”
마적떼 두목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소는 사람으로 변했다. 신하는 방법이 있을 거라며 마적떼 두목에게 자신을 따라 오라고 했다.
신하를 따라 간 오백 명의 도적은 임금님 앞에 가서 자신들의 죄를 낱낱이 고하고 죄를 씻어 주기를 빌었다. 그러자 임금님은 오백 명에게 각각 나무 한 그루씩을 가져오라고 했다. 오백 명이 오백 그루의 나무를 가져오자, 임금님은 나무를 한 곳에 쌓게 하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오백 명에게 불에 들어가라고 했다.
오백 명의 도적은 ‘죄를 씻지 못하고 드디어 죽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죽기를 각오하고 불에 들어갔다. 그러자 불길이 쫙 갈라지며 오백 명은 불에 타지 않았다.
“너희들이 죽기를 각오했으니 너희들의 죄는 이미 씻겨진 것이다. 앞으로는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착하게 잘 살도록 하여라.”
임금님은 도적들을 풀어주었다고 한다.
< 신현복, 75세, 여, 영중면 거사2리, 1997. 4. 8.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