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관상쟁이
옛날 중국에 관상을 잘 보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중국 제일의 부자인 사람이 관상을 보러 갔다. 그는 돈을 흥청망청 쓰고 다니는 이였는데 관상쟁이가 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굶어 죽을 관상이었다. 부자가 그 이야기를 듣고 자기가 제일 부자인데 굶어 죽을 관상이라니 하며 괴이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관상쟁이에게
“그럼 내가 굶어죽지 않고 살 도리가 무엇이오?”
하고 물었다.
“가난해지거든 볼영산에 들어가시오. 거기 가면 비석이 있는데 그 비석의 탁본을 떠서 팔면 가난을 면하게 될 것입니다.”
부자는 그 말을 머리에 새겨두었다.
과연 몇 년 후 부자는 가난뱅이가 되었다. 밥도 먹지 못해 굶는 날이 많을 지경이 되자 그 사람은 예전에 관상쟁이가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그 길로 볼영산으로 가서 천복비 비문의 탁본을 떠서 시장에 나가 팔기 시작했다. 과연 한 사람이 많은 돈을 주고 그것을 사가겠다고 나서는 것이었다. 그 돈으로 남자는 한 동안 먹고 살았는데 일을 하지 않으니 돈이 또 바닥이 났다.
돈이 없어지니 또 탁본을 떠 팔아볼 마음으로 볼영산 천복비로 갔다. 그런데 갑자기 천복비에 벼락이 치더니 비석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이전에 여러 장 더 탁본을 떠 가지고 왔으면 될 것인데, 어리석은 이가 ‘비석은 늘 그 자리에 있으니 언제든 가면 되려니’하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결국 그 남자는 관상대로 굶어 죽게 되었다.
< 허훈, 69세, 남, 창수면 추동리, 1998. 9. 24.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