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랑이 꼬리
옛날에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가다가 산 속에서 길을 잃게 되었다. 선비는 산 속을 헤매다가 조그만 등불을 발견하고 불빛을 따라 찾아가니 웬 영감이 혼자 살고 있는 오막살이 집이 하나 나왔다. 산중에서 인가를 발견한 것을 천만 다행으로 여긴 선비는 그곳에서 하룻밤 묵기로 하고 여장을 풀었다.
누워 잠을 청하다가 느닷없이 들리는 칼 가는 소리에 잠이 달아나 영감이 하는 양을 가만히 엿보니, 컴컴한 밤에도 눈에 푸르스름한 인광이 도는 것이 틀림없는 짐승의 한가지요, 사람으로 탈바꿈해 행인을 잡아먹으려 드는 것이 산중에 산다는 흉악한 호랑이가 틀림없었다. 이 때 칼을 갈던 호랑이가 선비가 보고 있음을 알고
“늙은이가 잠귀만 밝아서 밤에 놀랄까 저어하여 묻는 것이오만, 혹시 특별한 잠버릇이 있으시오?”
하고 선비에게 말을 건넸다. 선비는 잠이 든 낌새가 보이면 잡아먹으려고 하는 호랑이의 속내를 눈치채고 대답하기를,
“나는 잘 때 계속 부스럭거리는 버릇이 있다고 하더이다.”
하고 대답했다.
호랑이는 선비가 자기의 정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선비의 말대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를 밤새 기다렸으나, 선비는 이미 그 속셈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부스럭 소리를 기다리다 지친 호랑이는 더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잠이 들고 말았다. 동정을 살피던 선비는 그 틈에 호랑이 꼬리에 몰래 방울을 달아 놓았다. 이후 선비가 일부러 부스럭 소리를 내자 호랑이는 선비를 잡아먹기 위해 일어나다가 방울이 딸랑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형체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 등뒤에 붙어 따라오는 방울소리에 호랑이는 대국에서 온 우르릉 귀신이 자기를 잡아 먹으려고 한다면서 도망을 쳤다. 그렇게 도망치는 와중에 그만 방울이 넝쿨에 걸리게 되어 호랑이는 우르릉 귀신에게 덜미를 잡혔다고 생각하여 더욱 당황하였다.
이 때 놀란 호랑이 앞에 토끼가 나타났다.
“호랑이 아저씨, 무슨 일이 있기에 그렇게 체통도 잊고 호들갑을 떨고 계세요?”
하며 당황하는 까닭을 묻기에 호랑이는 이제까지의 일을 토끼에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토끼는
“우르릉 귀신이라니, 그런 귀신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요. 호랑이 아저씨가 다른 것에 놀라 잘못 알았을지도 모르지요. 우리 서로 꼬리를 묶고 다시 집으로 가서 확인을 하는 게 어떻겠어요?”
하며 다시 가 보기를 청했다.
그 말을 듣고 함께 돌아가던 중에 다시 넝쿨을 건드리게 되어 방울 소리가 다시 울렸다. 깜짝 놀란 호랑이는 넝쿨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그렇게 한참을 도망치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호랑이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느라 뼈만 앙상하게 남은 토끼가 있었다. 호랑이는 그 앙상한 뼈를 보고 토끼가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 버럭 화를 내며 토끼를 발로 차버렸다. 원래는 호랑이 꼬리가 짧고, 토끼 꼬리가 길었는데, 이 때 걷어차인 토끼 꼬리가 잘라져 호랑이 꼬리에 붙어 버린 까닭에 호랑이 꼬리는 길어지고 토끼 꼬리는 짧아진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 권분녀, 58세, 여, 가산면 마산2리, 1994. 9.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