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지(호랑이)
할아버지가 너무도 귀여워하는 손주를 방에 데려와 재우려는데 아기가 자지 않고 보채며 울었다. 할아버지가 아기를 달래려고,
“지지야, 와서 애 물어가라.”
했더니 열린 문으로 호랑이가 들어와 아기를 덥썩 물어 갔다. 할아버지는 무척 놀랐으나 며느리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긴 막대기를 깎아 망태기에 넣어 벼랑 위 호랑이 굴로 찾아갔다.
산을 한참 올라가니 바위 밑에 호랑이 굴이 있었다. 굴 속에 들어가 보니 아직 호랑이가 돌아오지 않았는지 아무도 없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호랑이가 꼬리에 손주를 말고 엉금엉금 들어오는 것이었다. 손주는 아무 것도 모르고 새록새록 잠들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냅다 호랑이 꼬리를 잡아채서 손주를 빼내고 준비한 막대기를 호랑이 뱃속에다 집어넣었다.
호랑이는 아파하면서 달아나다가 벼랑으로 떨어졌다. 할아버지는 손주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고, 손주와 함께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동네에는 호랑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누가 호랑이를 죽였는지 아무도 몰랐다. 며느리조차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가족들이 놀랄 것을 염려하여 계속 비밀로 하다가 돌아가실 때 이 이야기를 유언으로 남겼다.
< 서예석, 56세, 여, 가산면 마전리, 1994. 9. 30.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