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퉁소 부는 호랑이
옛날에 한 거지가 누더기를 입고 동냥을 다녔다.
하루는 어떤 집 초가 밑에 앉아 졸고 있었는데, 마침 호랑이 한 마리가 마을로 어슬렁어슬렁 내려오다가 그 거지를 보았다.
호랑이는 원래 죽은 것은 잡아 먹지 않는 특성이 있는지라, 졸고 있는 거지가 죽었나 살았나를 알아보기 위해 꼬리에 물을 축여 거지의 얼굴에 대었다.
첫 번째는 거지가 모르고 계속 잤는데, 두 번째는 얼굴이 축축하여 실눈을 떠보았다. 그랬더니 호랑이가 자기를 잡아 먹기 위해 살았나 죽었나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이럴 땐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는 동냥구실인 대나무 퉁소를 호랑이 똥통에 콱 찔렀다.
호랑이는 눈에 불이 번쩍 나서, ‘아, 여기 있다가는 안되겠구나’ 싶어서 들로 달아났다. 호랑이가 아파서 퉁소를 빼려고 하니 소리가 났다.
호랑이를 보고 도망치려던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에게서 퉁소 소리가 나자 신기하게 여겨 모여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호랑이가 퉁소를 불줄 안다면서 '누가 가르친 게 아니냐'고 했다. 거지가 이 말을 듣고는
“이거 다 내가 호랑이를 길러서 퉁소를 불게 한 거니까 모두들 돈 내시오.”
라고 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 김천석, 74세, 남, 일동면 화대2리, 1995. 9. 5.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