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호랑이 잡은 청년
어느 청년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 나무를 다 하고서는 지게를 걸머졌는데, 저 위에서 호랑이가 노루를 뜯어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이 청년이
“야, 너만 먹느냐?”
하며 호랑이가 먹던 노루를 잡아 당겼다. 그러니까 호랑이가 겁을 먹고는 놓쳐 버렸다.
청년이 노루를 지게에다 얹어서 내려 오고 있었다. 그런데 호랑이가 자기의 먹이를 빼앗겨서 화가 났는지 총각에게 덤벼 들었다. 그런데 호랑이가 너무 서둘렀는지 노루를 낚아채려고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호랑이의 배가 지게에 걸려 버렸다.
그래서 청년은 호랑이 앞다리를 머리 위로 잡고, 뒷다리를 밑으로 잡아서는 집으로 유유히 내려 왔다. 내려와서는 호랑이를 톳에 찧어 죽여 버렸다.
그 소문이 동네 부자의 귀에 들어갔다. 부자가 청년을 찾아가 사정했다.
“내 소원 중 하나가 호피 방석을 갖는 것이니 제발 호랑이를 내게 파시오.”
“그러면 내 소원은 배터지게 한 번 먹어보는 겁니다.”
“그러면 오는 초 보름에 우리 집에 와서 대접 한 번 받으시오.”
약속한 날을 지켜 청년이 그 집에 찾아 갔다. 청년은 워낙 먹성이 좋은지라 술을 한 동이나 먹어 치웠다. 청년이 푸짐하게 먹고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데, 갑자기 한기가 들어 눈을 살며시 떠보았다.
그랬더니 호랑이가 꼬리에 물을 축여서 청년의 얼굴에 뿌려대는 것이었다. 청년을 깨워 잡아 먹을 요량이었다. 그러자 청년은 용기를 내어 호랑이 꼬리를 확 낚아챘다. 이 바람에 그만 호랑이 꼬리가 쑥 빠져나가고 말았다.
다음 날 호랑이 꼬리를 들고 부자에게 갔다.
“내가 간밤에 호랑이 꼬리를 구하였는데 이것을 받으시고 상 한 번 더 차려주시오.”
“한 번 더 차려 주지.”
청년은 호랑이 덕에 또 한 번 푸짐한 상을 얻어 먹었다.
< ○○○, 남, 내촌면 소학1리, 1996. 9. 9.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