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유씨네와 호랑이
마을이 개척될 당시부터 살았던 유씨네 집안은 호랑이와 친했다. 호랑이가 유씨네를 잘 따랐기 때문인데 그 일에는 오랜 내력이 있었다.
옛날 옛적, 유씨와 오씨 가문 자손이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 갈 때 따라 가게 되었다. 길을 가다가 산골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산더미 만한 호랑이가 길을 딱 가로막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과거 보러 가는 양반이 하인들에게 말하기를
“우리 일행 중에 누구를 하나 잡아먹을 욕심을 가지고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니, 우리 일행 중에 누가 잡아먹힐 팔자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각자 자기가 입고 있는 윗도리를 벗어서 팽개쳐 봐라.”
양반의 말에 하인들이 옷을 벗어서 호랑이 앞에 던졌다. 그러나 호랑이는 본 척도 안 하였다. 그 순간 양반은 호랑이가 노리는 것이 자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저 호랑이가 원하는 것이 나로구나’ 생각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그때 유씨가 앞으로 나서서
“나를 잡아 먹던지 어찌 하던지 네 마음대로 해라.”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호랑이가 유씨를 물고 자기 잔등이 위에 실었다.
유씨를 잔등이에 태운 호랑이는 바람같이 달려 산 속으로, 산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얼마 쯤 산 속으로 가다가 멈춘 호랑이는 큰 바위 밑에 있는 벼랑 끝 동굴 속에 유씨를 ‘턱’하고 내려놓았다.
호랑이 굴에 들어선 유씨는 짐짓 겁을 먹고 서 있으려니 자신을 업고 온 호랑이보다 더 큰 호랑이가 아가리를 벌린 채로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유씨는 ‘이제 나를 잡아먹으려 하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호랑이는 아가리를 ‘쩌억’ 벌린 채로 유씨 앞으로 다가와 그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유씨는 호랑이의 입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호랑이 목안에 비녀 같은 물건이 걸려 있는 것이었다.
‘옳거니, 이 녀석이 여인네를 잡아먹었는데 그 비녀가 목에 걸려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로구나.’
유씨는 호랑이에게 조심조심 다가가 비녀를 빼주었다. 그랬더니 호랑이가 입을 다물고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더니 유씨 몸에 자신의 몸을 비벼댔다. 유씨를 업고 갔던 암호랑이와 새끼 호랑이까지 모두 기뻐하였다.
잠시 후 유씨를 물고 갔던 호랑이가 다시 그를 잔등이에 태우고는 감쪽같이 달려 물어간 자리로 데려다 주었다. 일행들에게 돌아온 유씨는 양반을 모시고 한양까지 가서 과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그런 일로 인하여 호랑이가 유씨네 일가에 친절하게 되었다.
< 이순용, 70세, 남, 창수면 가양리, 1998. 9. 24.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