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재와 굼벵이
어느 날 물에서 나온 가재가 굼벵이를 만나 자기 자랑을 했다.
“이봐, 굼벵이. 나는 이렇게 훌륭한 수염을 가졌단 말야. 모두들 이 수염을 보고 부러워하며 나를 점잖다고 하더군.”
“그래? 내게도 자랑할 만한 것이 있지. 이 눈을 좀 보라고. 아, 이 눈이 얼마나 큰가! 이 눈으로 보면 먼 바깥 세상까지도 환히 꿰뚫어 볼 수가 있단 말야. 모두들 내 눈을 부러워한다고.”
이렇게 둘이는 서로 자랑을 하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상대편을 몹시 부러워하고 있었다.
“이봐 굼벵이, 우리가 각각 자랑스러운 것들을 가졌지만, 여태 가지고 있어서 이제 싫증이 나지 않나? 그러니 어때, 우리 그것들을 서로 바꾸어 달지 않을래?”
“그래, 그래. 그게 참 좋겠어.”
말을 마치자 굼벵이는 자기 눈을 쑥 뽑아 가재에게 주었다. 가재가 굼벵이의 눈을 달아보니 정말 눈앞이 환해졌다.
“이봐 가재야, 이제 너도 그 수염을 내게 뽑아 주어야지. 어서 뽑아 줘.”
그러나 가재는 욕심이 생겼다. 즉, 수염과 눈을 다 갖고 싶었다.
“흥, 바보 녀석 같으니라구. 임마, 눈도 없는 놈이 수염은 가져서 뭘 해?”
굼벵이는 가재에게 속은 것이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덤벼들려고 해도 눈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오늘날 개미의 허리가 가는 것은, 그 때 이러한 광경을 곁에서 보고 있다가 너무 웃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 抱川郡誌, 1984.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