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말뚝 귀신
옛날 서울에 소장터가 있었다. 소며, 돼지며, 개를 잡는 곳이었는데, 사람들에게 저녁이면 귀신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몇 사람들이 모여 술을 먹다가 그 귀신 이야기가 나왔다. 그 중에 한 사람이
“그게 말이 되느냐? 귀신이 어디 있느냐? 말도 안된다.”
고 하자, 다른 사람이
“아니 틀림없이 귀신은 있어.”
라고 했다. 서로 그러면서 언쟁을 하다가
“그럼 내기를 하자. 내가 오늘 거길 갔다 올 테니, 내가 살아오면 내일 술을 한 잔 사라.”
고 귀신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 말을 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도 좋다면서 내기에 응했다. 그 때 다른 사람이
“그래, 그럼 너 거기 가서 말뚝을 하나 박아놓고 와라.”
며 말뚝을 가지고 왔다.
그 날은 유달리 비바람이 불어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어서 실은 그 사람도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얼른 갔다만 와야지’하고는 돌맹이를 더듬더듬 찾아서 말뚝을 박았다. 말뚝을 박아놓고는 이제 들고 뛰려는데 뭐가 뒷덜미를 콱 잡았다. 그 사람 생각에 ‘귀신이 나타나 가지곤 잡았구나’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오질 않았다. 그러다가
“이 사람 틀림없이 죽었다, 한 번 가보자.”
고 해서 열 사람이 횃불을 들고 갔다. 그 곳에 가서 보니 그 사람은 죽어 있었다.
왜 죽었는지 자세히 보니 말뚝을 박다가 무서워서 얼떨결에 두루마기 자락을 밑에다 대고 박아서 일어나 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는 상태에서 뭐가 뒤에서 콱 잡으니 놀라 죽은 것이었다.
< 김영수, 67세, 남, 영중면 양문4리, 1997. 4. 8.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