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리석은 도깨비
어느 마을의 한 할아버지가 도깨비와 친하게 사귀었다. 밤만 되면 도깨비가 할아버지네 집으로 찾아와서 놀다가 돌아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할아버지가 냇가로 나가 세수를 하다가 물 속을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할아버지는 몸을 떨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을 들여다 보니, 머리에 뿔이 나 있지 않은가? 참으로 기절초풍을 할 노릇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자기 모습이 영락없는 도깨비 그대로였다.
“아뿔사! 이런 변이 있나. 이건 틀림없이 내가 그 도깨비와 가까이 지내서 그럴 거야. 내 앞으론 그 놈의 도깨비와는 사귀지 말아야 되겠는 걸. 아암, 두고 보라구.”
할아버지는 이렇게 결심을 했다. 그리고는 도깨비를 떼어버리는 방법을 낮에 생각해 두었다.
해가 지고 밤이 되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도깨비가 할아버지네 집으로 놀러 왔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낮에 생각해 두었던 말을 도깨비에게 했다.
“도깨비야, 도깨비야. 넌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뭐니?”
“제일 무서운 것? 제일 무서운 거야 있지만, 아이 무서워. 생각만 해도 몸이 오싹해져.”
“이 겁쟁이야. 내가 있잖아? 그게 뭔지 어서 말해 보란 말야.”
“쇠피. 아이 무서워. 난 소의 피만 보면 겁이 나서 도망을 치게 돼. 헌데, 영감은 이 세상에서 뭐가 제일 무섭냐?”
할아버지는 지체하지 않고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응, 우리 사람들은 돈을 제일 무서워하지. 이 세상엔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게 없단 말야. 어이 무서워.”
이리하여 할아버지는 도깨비를 떨쳐버리는 방책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날이 밝자, 장에 가서 시뻘건 쇠피를 사 왔다. 그러고는 도깨비가 오기 전에 집안 벽은 물론, 마당과 대문과 골목에까지 시뻘건 쇠피를 뿌려 놓았다.
이윽고 밤이 되어 도깨비가 찾아 왔다가, 그 쇠피를 보고 고함을 지르며 도망을 치고 말았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 마당에 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것은 도깨비가 앙갚음으로 할아버지가 무서워한다는 돈을 가져다 놓은 때문이었다.
결국 할아버지는 그 도깨비를 떨쳐버렸고, 뜻밖에도 횡재까지 해서 그 후 잘 살았다고 한다.
< 抱川郡誌, 1984.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