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도깨비와 부자
마을에서 제일 가는 부호 이돈영이라는 이가 있었다. 지금은 초등학교가 들어선 곳이 그의 집터인데, 터의 생김새가 용의 머리를 닮았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이 도깨비와 친해 부자가 되었다고들 한다.
아들은 어려서 작은 나귀를 타고 다녔는데, 나귀의 방울 소리가 날 때마다 일원씩 생겼다는 얘기도 있다. 그는 본시 장사꾼이었다. 곡식을 내다 팔아 광목, 고무신 따위를 사서 팔았는데 부르는 게 값이라 곧잘 땅 흥정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땅 흥정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방에 혼자 앉아,
“야, 이놈아! 어디 어디 계약했다. 돈 내놔라!”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들 한다.
도깨비와 관련된 또 다른 일화로는 가을마다 행해지던 ‘굿’을 들 수 있다. 도깨비를 위로한다는 명목의 큰굿이었다고 한다. 터주간도 여러 채 있어 저마다의 이름이 있있다고는 하나 전해지는 것이 없다.
이 집에도 쇠퇴기가 있었다. 어느 춥지도 않은 날 불을 지폈는데 이상한 것은 굴뚝으로 나와야 할 연기가 되레 아궁이로 뿜어지는 것이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는데도 굴뚝에는 키가 씌워져 있고 솥 안에는 사람 모습의 짚인형이 들어있는 등, 여러 불길한 징조가 보이면서 가세가 기울었다고 한다.
도깨비에 의해 흥하던 집이 도깨비로 인해 망했다는 그런 얘기이다.
< 이현문, 70세, 남, 화현면 화현리, 2000. 9. 22.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