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싱거운 이야기
옛날 어느 산골에 밥술이나 먹고사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몹시도 이야기를 좋아했다. 어찌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지나가는 나그네도 이야기를 하면 대접을 잘하고 하룻밤 묵고 가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 나그네가 이 마을을 지나다가 배도 고프고 날도 저문지라, 이 집을 찾아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원래 입담도 없고 이야기도 잘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저녁을 얻어먹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주인이 나그네를 보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댔다. 참으로 딱한 일이었다. 나그네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할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그런데도 주인의 재촉은 성화같았다.
“주인장, 오늘 제가 여기로 오면서 본 일을 얘기해도 될까요?”
그러자 주인은 그러라고 했다. 마침내 나그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제가 이 마을 쪽으로 올 때, 달구지가 지나가는데 끌고 가는 소가 똥을 누니, 콩을 못 삭여 그대로 나와 똥이 허였습디다.”
옆에 앉아 듣고 있던 주인이 이 이야기를 듣자,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이야기 참 싱겁군요. 아, 그게 무슨 맛이요?”
“주인장! 아, 쇠똥에 그냥 나온 콩이 제가 맛이 있으면 얼마나 맛이 있겠소. 주인장의 말이 맞소.”
나그네는 주인의 말을 아주 재치 있게 되받아 주었다.
< 抱川郡誌, 1984.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