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야기꾼
옛날에 얘기를 아주 좋아하는 대감이 있었다. 이 대감이 얘기를 너무 좋아해서, 얘기를 해주는 사람은 ‘군수 한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단 대감이 얘기를 들을 때 ‘그만하라’ 할 때까지 얘기를 해야 되는 조건이었다.
어느 해에 흉년이 몹시 들었다. 그래도 사람은 먹고 살아야 하니, 어느 젊은이가 대감의 얘기를 듣고 찾아 왔다. 그가 대감에게 다음과 같은 쥐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흉년이 들어 쥐가 만주벌판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쥐도 얻어먹으러 만주로 올라갑니다. 그래 부산에 있던 쥐가 총출동을 해서 만주까지 가는데 가는 장면이 참 기가 막히는 거예요. 그 쥐가 그 꼬리를 물고 그 쥐가 그 꼬리를 물고 종일 가다가 또 가다가 내려가다 또 가다가 내려가다가 자꾸 갑니다 그려.”
이 사람이 이 얘기를 몇 시간쯤 했다.
“인제 압록강에 당도했습니다. 그래 제일 앞에 있던 쥐가 물에 뛰어 들었지요. 건너가야 되니까 말입니다. ‘텀벙 텀벙 텀벙 텀벙’ 몇 시간째 계속 뛰어 듭니다. 그리고 이제 나가기를 합니다. 제일 앞에 있던 쥐가 나가는데 ‘쪼르르 쪼르르’ 따라갑니다. 가는데 뒤쪽은 자꾸 들어가니까, ‘텀벙 텀벙 텀벙 텀벙’ 그래서 ‘텀벙 쪼르르, 텀벙 쪼르르’ 나갔답니다.”
이런 얘기가 계속되니 대감이 소리쳤다.
“예끼 이놈 듣기 싫다.”
그만 하라는 얘기였다. 하긴 ‘텀벙 쪼르르’, ‘텀벙 쪼르르’ 이것을 한 두 시간을 했더니 밤을 새워도 그 이야기만 계속할 것 같으니 대감이 말한 것이다.
“이제 그만 하라.”
“어디로 갈 깝쇼?”
어느 곳 군수 자리를 주시겠느냐는 그런 소리였다. 대감이 약속을 했으니 어쩔 수 없이 어느 군으로 가라고 발령을 내렸다고 한다.
< 이시용, 71세, 남, 영중면 거사리, 2000. 9. 23.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