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호랑이 바위
용감한 총각이 깊은 산골을 넘어 가다가 해가 져서 잘 곳을 찾게 되었다. 그런데 잘 만한 곳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산 속을 한참이나 헤매다가 어떤 집에 당도하게 되었다. 마침 처녀가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하룻밤 재워달라는 청에 곤란한 표정을 짓고 거절하는 처녀에게 총각은 간곡하게 사정하였다.
“제발 부탁 드려요.”
“하지만 안 되요.”
“왜죠?”
여자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사실은 호랑이가 나타나서 우리 집 식구를 모두 잡아먹어 저만 남았답니다.”
“그거 안된 일이군요. 내 이 녀석을 잡아들이리라.”
총각은 위풍당당하게 마당으로 들어섰다.
“당신은 방안에 꼼짝 말고 있어요. 내가 이 위에서 녀석이 나타나면 덮칠 테니까.”
총각의 말에 처녀는 문을 걸어 잠그고 숨을 죽이며 기다렸다.
그 때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왔다. 이에 총각이 몸을 날려 호랑이를 덮쳤다. 호랑이는 기겁을 해서 산 속으로 달려갔다. 총각은 호랑이 등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기겁을 한 호랑이는 낭떠러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총각은 호랑이의 배를 발로 힘껏 찼다. 호랑이가 처음에는 더욱 줄행랑을 치다가 힘이 빠지자 자리에 그대로 서 버렸다.
총각은 호랑이를 어깨에 들쳐 메고는 처녀에게 갔다. 총각은 호랑이를 잡은 구실로 처녀에게 청혼을 했고 처녀는 이를 받아들였다. 순간 호랑이는 희뿌연 연기와 함께 바위로 변했다.
< 김순국, 61세, 남, 내촌면 진목3리, 1996. 9. 9.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