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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문수의 세상이야기     오문수의 지식창고 2019.05.14. 18:49 (2019.05.14. 18:49)

【기사】돌에 난 구멍... 아니고 '회문'입니다

근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전북 임실 회문산
▲ 임실군 용수2리를 따라 1.2킬로미터 쯤 올라가면 덕치면 8경 중 제1경인 회문이 나온다. 커다란 암벽 중간에 생긴 자연동굴로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이동 통로였다. ⓒ 오문수
 
임실군 용수2리를 따라 약 1.2㎞를 올라가면 임실군 덕치면 8경 중 제1경인 회문(回文)이 나온다. 성벽을 드나드는 문처럼 멋지게 생긴 회문은 원래 한자로 '회문(回門)'이었으나 조선시대 대학자인 조평 선생이 '회문(回門)'을 '회문(回文) '으로 바꿔 불렀다고 전해진다.
 
임실 회문산은 회문에 있어 회문산으로 불리고 있다. 회문은 옛사람들이 도보로 길을 찾아 갈 때 넘어야 할 지름길로, 많은 사람들이 이정표로 삼아 넘나들었다고 한다. 한편 다른 골짜기에는 큰 바위가 누워있는 형태를 지닌 '개문(開門)'이 있다고 한다. '개문'도 '회문'처럼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이었다.
 
▲ 회문에서 500여 미터 아래로 내려오면 병인박해를 피해 이곳에 숨어살다 안장된 김대건 신부 동생 김난식과 조카 김현채가 묻힌 내력이 적힌 안내판이 있다. ⓒ 오문수
 
▲ 병인박해(1866년)를 피해 회문 500여미터 아래 개울가에 움막을 짓고 숨어살던 김대건 신부 동생 김난식과 조카 김현채의 묘소를 둘러보는 일행들. 왼쪽부터 신익재(출판인), 조종래(전 면장), 강명자(임실군문화해설사) ⓒ 오문수
 
김대건 신부 동생과 조카가 안장된 묘지를 참배한 후 정상쪽으로 500여 미터 올라가려니 가시덤불이 앞을 가린다. 면장 출신인 조종래씨와 임실군문화해설사 강명자씨를 뒤따라갔지만 회문이 도통 보이지 않았다. 강명자씨가 "이 근방인 것 같은데 못찾겠는데요"라는 말을 던지며 난감해 한다.
 
필자가 사진 속에서 보았던 회문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커다란 암벽줄기를 보고 있는데 나뭇가지와 암벽 사이에 언뜻 파란 하늘이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커다란 암벽 중간에 구멍이 보이고 반대쪽 하늘이 보였다.
 
▲ 전국을 돌며 천주교 성지를 취재하는 신익재씨가 회문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찾았다!"를 외치며 "강 선생! 임실 사람맞아요?" 하고 놀려댔다. 두 분을 탓할 수는 없다. 임실문화원 최성미 원장일행도 회문을 찾으러 왔다가 두 번째에야 찾았다고 하니 나무들이 얼마나 울창하게 우거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개울가 옆에서 회문을 향해 곧바로 다가가려는 데 갈 수가 없다. 온갖 가시덤불이 앞을 가렸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어 가시가 없는 암벽기저부를 따라 회문에 다가가니 멋진 모습의 회문이 나왔다. 회문은 높이 4m, 폭 3m의 원형 석문으로 자연적으로 생겨난 굴이다. 구멍을 통해 반대쪽으로 가서 석문을 살펴보니 성벽처럼 생긴 바위산들이 300m쯤 연결돼 있다.
 
 
근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회문과 회문산
 
회문은 근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돌문이기도 하다. 6.25전쟁 당시 빨치산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석문아래 길목에 돌을 채워 사용했다. 인적이 끊겨 숲과 가시덤불이 우거져 찾기 힘든 곳에 위치했지만 당시에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쉼터역할을 하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회문에서 앞에 높이 솟은 산을 바라보니 회문산에서 가장 유명한 정상들이 보인다. 높은 순서로 장군봉과 깃대봉, 투구봉이다.
 
▲ 회문산으로 가는 길가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 오문수
 
회문에서 아래로 조금 내려오다 보면 동쪽에 골짜기 하나가 있다. 증산교에서는 모악산을 어머니 산으로, 회문산을 아버지 산으로 여겨 도인들이 자주 찾아와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한편 인근의 여분산과 상치는 갱정유도의 발상지로도 알려져 있다.
 
회문산은 구한말에 면암 최익현 선생과 임병찬, 양윤숙 의병대장이 일본군과 치열한 항일투쟁을 벌였던 격전지이기도 하다. 회문산은 6.25전쟁 당시에 남부군 사령부가 설치돼 700여명의 빨치산이 주둔했던 동족상잔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비극의 산이기도 하다.
 
▲ 전국 5대 명산인 회문산을 끼고 있는 임실군에게서는 회문산 정기를 받아서인지 나라사랑과 자주독립정신이 살아 있었다. 임실초등학교 정문 옆에 있는 운암3대 운동기념비에서 임실문화원 최성미 원장(좌측)으로부터 탁본을 배우고 있는 신익재씨 모습이 보인다. 운암3대운동이란 동학농민운동, 3.1독립운동, 무인멸왜운동을 말한다. 무인멸왜 운동이란 무인년(1938년)에 일어난 운동으로 일제지배에 항거한 운동이다. ⓒ 오문수
 
회문에서 500여미터 아래로 내려오면 천주교도들이 병인박해(1866년)를 피해 이곳에 숨어살던 은신처가 있다. 김대건 신부의 동생인 김난식과 조카인 김현채는 '3족을 멸하라!'는 명령을 듣고 화를 피하기 위해 이곳으로 숨어들었다. 숯을 구워 생계를 유지하다 생을 마감한 그들의 묘소가 지금도 있다.
 
인공적으로 파도 이렇게 멋진 모습을 갖출 수 없을 만큼 멋진 자태를 뽐내는 회문도 세월의 흐름과 세태변화에는 어쩔 수 없나보다. 회문을 통과해 오가고 치열한 투쟁을 하며 자신이 지녔던 정신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선열들은 모두 갔다. 내려오는 길에 갑자기 옛 시 한수가 생각났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
【작성】 오문수 oms114kr@daum.net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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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5년 7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