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쯤인가?
당시 한국대학산악연맹 회장으로 봉사하던 이인정 선배 부탁으로 마라톤의 전설 손기정 선생님을 자주 뵙던 때가 있었다.
이인정 회장이 행사나 모임에 자주 손기정 선생님을 초청하며 늘 내게 부탁하여 댁으로 선생님을 모시러 가고 모셔드리곤 했던 일이다.
분당에 사는 따님댁에 기거하셨는데 몇 년을 모시면서 오가는 동안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정이 무척 들었다.
우스갯소리와 덕담이 늘 끊이지 않고 연세에 걸맞은 깨달음과 큰 지혜를 지닌 분이셨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모실 일이 있어 선생님 댁에 들렸더니 투구를 꺼내어 내게 주시는 게 아닌가!
늙은이 생각이 나면 투구를 보며 함께 얘기하던 때나마 기억해 달라고 하시며…
다행히 선생님이 내게 투구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기에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고 지금껏 간직할 수 있었다.
가끔 장식장에 올려둔 투구를 보며 선생님을 추억한다.
비록 세월 탓에 노인이 되셨어도 늘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또한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자 애쓰셨던 것을…
(기록 2017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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