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지식창고 - (바람처럼 스쳐간…) 백운동의 폭우


지식놀이터 ::【바람처럼의 지식창고 】바람처럼 스쳐간…

바람처럼 스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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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바람처럼 스쳐간…

【홍보】 바람처럼 스쳐간…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2018-08-27

【홍보】

내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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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雪嶽山) # 백운동 계곡 # 전두성

【여행】	(2018.06.13. 01:12) █
◈ 백운동의 폭우

72년 여름, 내설악 백운동 무명암벽 개척등반의 베이스 캠프는 계곡 옆에 자리 잡은 작은 동굴이었다.

말이 동굴이지 계곡 바닥보다 조금 올라온 곳에 있는 암반 아래 좀 넓게 팬 곳이다.

낮은 오버행 천장 아래 여덟 명이 간신히 웅크리고 잘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었다.

주변에 텐트를 칠만 한 장소가 없으니 이것도 감지덕지했다.

등반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식량이 떨어졌다. 할 수 없이 백담사까지 내려와 쌀을 구했다.

당시엔 백담사 근처에도 민가가 있었고 요즈음 건축한 영시암 터에도 민가가 있을 때이다.

한 말 쌀을 메고 캠프로 올라가다 수렴동 대피소에서 다른 팀과 산행을 하던 어센트 클럽 선배 김강원 님을 만났다.

반가움에 하루를 그곳에서 쉬고 다음 날 캠프로 올랐다.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가늘게 내리는 가랑비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더니 캠프에 도착하자 비는 폭우로 변했다.

피로감에 침낭에 들어가 오후 한나절 숙면을 취하고 나니 뜻밖의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캠프로 사용하던 동굴이 물로 고립된 것이다.

동굴 입구는 폭포 커튼이 생겼고 몇 미터 아래로 흐르던 계곡물이 동굴 입구까지 차올랐다.

계곡은 급류로 뒤덮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비는 사흘을 계속 내렸다.

그동안 우리는 등반을 포기한 채 하늘만 원망하고 있었다.

덕분에 등반에 함께 모셨던 김정태 선생님께 많은 등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수봉 개척등반, 백두산과 금강산 '집선연봉' 등반,

직접 만드신 산노래, 우리나라 최초의 산악클럽 백령회 발족 등, 모두가 우리나라 등반사이다.

당시 김정태 선생님이 56세의 연세였으니 아하! 지금의 내 나이다.

한 말 쌀이 많은 것 같아도 대원이 많으니 소비도 잠깐이다.

여덟 명의 대원이면 최소한 하루 2.5kg은 먹는데 한 말이 8kg이니 겨우 사흘 분량이다.

쌀이 바닥을 보일 때쯤 우린 탈출 계획을 세웠다.

이 급류에 구곡담 쪽으로 수렴동까지 내려가는 것은 자살 행위다.

우측 능선을 따라 귀때기청봉을 오르고 서북주능을 지나 천불동이나 공용능선을 따라 설악동으로 내려간다는 계획이었다.

다행히 우측 곰능을 따라 귀때기청봉까지는 두 달 전 정찰등반으로 이미 답사해 둔 터였다.

나흘째 되어 비가 멈추었다. 대여섯 시간이 지나자 계곡물이 급속히 줄어든다.

급류가 사라지고 계곡이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계곡이란 게 그렇다. 빗물에 급속히 불어나기도 하지만 그만큼 빨리 줄어들기도 하는 것이다.

물이 빠진 계곡을 따라 우리는 수렴동으로 탈출하였다. 그리고 마등령을 거쳐 설악동으로 내려왔다.

설악동에 내려오니 난리가 났다.

폭우 속 사고로 실종자도 그렇거니와 구조에 나섰던 군 헬리콥터가 권금성 연결하는 곤돌라 케이블에 걸려 추락한 것이다.

작년엔가 준공하였는데 일 년도 못 가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다.

케이블카는 플랫폼 보수공사로 그 뒤 몇 년간 운행을 중단하였다.

이 등반으로 빗속에 계곡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리얼하게 경험했다.

그 후에도 여러 번 폭우 속에 계곡을 등반하였지만, 그때의 경험을 통한 계산된 모험으로 언제나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 설악산(雪嶽山) # 백운동 계곡 # 전두성

【여행】 바람처럼 스쳐간…	█
• 아버지의 마음 • 백운동의 폭우 • 설악을 뛰어다니던 시절

	【작성】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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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