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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7일
첫 번째 히말라야 원정 떠나던 날
2008년 2월 25일
토왕의 추억(1)
2006년 10월
2006년 10월 6일
'열린캠프 등반훈련센터' (월간 '산' 취재기사 2006년 4월)
2006년 10월 5일
손기정 선생님의 선물
about 바람처럼 스쳐간…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2018-08-27
【홍보】
【홍보】
▣ 바람처럼 스쳐간…     바람처럼의 지식창고 2018.06.13. 02:31 (2018.06.13. 02:31)

시인이 되었던 겨울등반

77년, 복학생 2년차로 잠시 수도여자사범대학 산악부를 맡아 지도하고 있을 때다.
 
그해 겨울,
나는 여학생 산악부의 방학 중 훈련등반으로
내설악 길골에서 저항령을 올라 공용능선에서 잦은 바위골로 내려가는 등반을 계획하였다.
 
1월 중순쯤인가? 용대리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그때는 용대리 백담사간 셔틀버스가 있기 전이라 버스에서 내리면 백담사까지도 서너 시간을 걸어야만 했다.
 
백담사를 지나면 백담산장이 있고 조금더 올라 이 처사댁으로 불리던 민가가 한 채 있었다.
여기서 왼쪽으로 뻗은 계곡이 길골이고 연결되는 안부가 저항령이다.
 
길골은 그런대로 쉽게 올라설 수 있었으나 저항령부터는 무릎 이상 빠지는 눈으로 진행이 쉽지 않았다.
일곱 명의 여학생으로 영하의 겨울 기온에 능선에서 눈길을 헤쳐나가는 산행이었다.
 
나흘간의 야영과 등반으로 간신히 북주능을 지나 공룡능선에서 범봉 안부에 내려섰다.
늦은 오후였지만 범봉 안부의 바람이 세차 안부에 있는 야영지를 포기했다.
이제부터는 어차피 하산길이기에 잦은 바위골 쪽으로 좀더 내려가 야영지를 찾기로 했다.
 
계곡의 눈은 생각 밖에 깊은 분설이었다.
아무리 내리막길이라 해도 허리까지 차는 눈을 헤치기엔 대원들이 너무 지쳤다.
날이 어두워 오기에 협곡 속에서 분설을 다지게 하고 야영을 지시했다.
 
비록 여학생 대원들이지만 생존에 대해 본능적인 느낌이 있는 모양이다.
“형! 여긴 눈사태 위험지역 아닌가요?”라고 물어온다.
적당히 둘러대어 안심시키고 그 자리에서 야영하였다.
내심 속으로는 눈사태로 생명을 잃더라도 일곱 처녀와 함께인데 라는 마음이었다.
 
모닥불, 눈으로 다진 급경사 계곡 속에 초 랜턴으로 불 밝힌 텐트,
커피 한잔과 담배 한가치가 있었고 싸늘한 바람 속에 별빛이 그리 고울 수가 없었다.
처녀들에 둘러싸이고 생사를 초월한 잠자리여서인지, 그날 저녁 난 처음으로 시인이 되었다.
 
 
<설악, 잦은바위골의 어느 겨울밤>
 
무척 피곤한 등반을 마치고
내 아늑한 보금자리를 꾸몄던 어느 겨울밤,
 
보이는 건 모두 하얀 채색에
조그맣게 뚫린 하늘 창
 
시공이 다하는 곳까지 검은 세계 속으로
하나, 둘, 별빛 등불이 켜진다.
 
오렌지 색깔의 내 텐트도 스토브 소리에 온기를 더해가고
피워문 담배 한 모금과 커피 끓는 내음이 풍요로움을 한껏 더해줄 때,
나는 밤의 깊이도, 시간도, 심지어 자신마저도 잊어버린다.
 
 
얼이 붙은 하늘가 선녀봉 귀퉁이엔
벗은 몸이 부끄러운지 내 곁에 오길 주저하며 빠끔히 고개 내민 달님
 
우르릉, 눈사태 소리에 흠칫하는 마음을 달래기라도 할 듯,
고운 미소 머금고 밤새 나를 지켜 주겠지.
 
우-욱. 산부엉이 소리,
워어이-, 이리의 울음소리마저도 정다워지고
무엇하나 손대기가 망설여지는…
이젠 생각의 나래마저 접고 싶은 고운 밤
 
배낭을 베게 삼아 가물거리는 촛불 눌러 끄고
황홀한 이 밤 모두 모아 당신께 보낸다.
 
설악, 잦은바위골의 어느 겨울밤
 
 
그 후 한차례의 겨울이 더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때 써둔 시를 읽어줄 그녀를 만날 수 있었고,
그녀는 평생 나의 신이 되었다.
【작성】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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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5년 7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