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원주 산악인들과 함께 술자리 가질 기회가 있었다. 오래전부터 겨울이면 원주 근교 판대에 인공 빙벽훈련장을 만들어 산악인의 겨울훈련을 돕던 원주클라이머스 회장과 회원들이다. 그동안 인공 빙벽훈련장 개설과 진행과정을 들어보니 참 많은 봉사와 노력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비용과 여러 이유로 작년에는 빙벽훈련장을 만들지 못했다. 귀한 것은 없어져야 그 진가를 안다고 판대 훈련장이 없어지고야 산악인들은 그 가치를 확인하였다. 다행히 올해엔 다시 훈련장을 만든다고 한다.
훈련장을 만들려 하니 문제가 생겼다. 컨테이너에 보관해 두었던 펌프 모터와 전선 등, 돈이 꽤 되는 많은 기자재를 도난당한 것이다. 원주클라이머스 멤버들은 그럼에도 실망하지 않고 나름대로 스폰서를 찾고 자체적으로 후원금을 모으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펌프 장비와 시설 설치 등으로 대략 이천만 원가량이 들고 겨울 동안 전기료 등 관리비가 사오백만 원 들어간다. 열린캠프에서도 겨울에 훈련장을 활용하며 교육장으로 사용했던 일도 있고 나름 일조했으면 하여 도울 방법을 생각하였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금전적 도움이다. 서울에 올라와 열린캠프 가족 몇 분과 어울릴 기회에 잠시 원주의 일을 알리고 후원금 모을 방법을 의논하였지만 별 반향이 없다. 혼자라도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얘기하며 자리를 마무리하였다.
우리 캠프 가족인 (정18)김기용 님이 오랜만에 전화했다. 모처럼 만나 식사를 하던 끝에 봉투를 내민다. 오십만 원이 들어있었다. 연유를 알아보니 지난번 협조를 바랐던 원주 판대 빙벽훈련장 개설 후원금이란다. 그동안 열린캠프와 어울려 많은 감동과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 조금이라도 도울 기회라 생각하여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누군들 쉽게 돈을 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기용 님은 트럭 행상으로 누구보다 어렵게 노력하며 삶의 방편을 찾는 분이다. 그런 입장에서 이만한 돈을 마련해 나름 돕겠다고 정성을 보이는 행동에 가슴이 뭉클하다.
그사이 원주에서는 코오롱스포츠와 협의하여 빙벽훈런장 개설을 위한 경비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한다. 12월 중에 원주에 내려가 내용을 확인하고, 후원이 필요하다면 김기용 님의 정성을 얘기하며 모두 백만 원을 전달할 예정이다.
원주에서 신도리코 강원지사장으로 근무하는 (22기)이정현 님도 별도의 후원을 약속했다. 이렇게 서로 나누어 돕는 마음 덕분에 판대 빙벽훈련장은 다시 열리고 우리 마음에는 감동으로 남아 행복의 근원이 된다. 열린캠프 가족 덕분으로 우리 산악사회에도 이런 나눔의 마음이 많이 전염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