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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왕의 추억(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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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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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5일
손기정 선생님의 선물
about 바람처럼 스쳐간…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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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처럼 스쳐간…     바람처럼의 지식창고 2018.06.13. 09:11 (2018.06.13. 09:06)

전두성의 해병 이야기(2)

주당(酒黨) 해병 '한 말' 해병의 탄생
(포항 1해병사단 22대대)
 
내 군대생활은 술로 시작하여 술로 끝을 맺었을 만큼 술과 인연이 많다.
훈련소와 통신학교를 마치고 포항 실무부대에 배치받아 첫 신고를 하던 날!
대대장, 중대장, 통신관 신고를 마치고 내무반 차례다.
 
통신반 내무반장 자리를 지키는 하사관은 전입신고를 하는 우리에게 곧 주량부터 물어왔다.
여섯 명의 동기가 순서대로 대답하며 서서히 내 차례가 다가온다.
 
대답할 순서에 올 때까지 짧은 순간이지만 많은 번민이 교차하였다.
한 잔, 한 되, 한 병, 이윽고 내 차례에서 난 그만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생각 없이 한 말이란 소리가 튀어 나간 것이다.
 
갑자기 내무반이 숙연해지며 정적이 흐른다. 잠시 후 내무반장은 재차 확인하며 다짐하였다.
"정말이야? 너 거짓말이면 죽어!"
내친걸음이다 싶어 정말이라고 다짐하였다.
 
신고 중에 내무반장은 즉시 향도병(내무실 관리를 책임지는 선임수병)에게 PX에서 막걸리 한 말을 사오라 지시를 내렸고
몇 분 되지 않아 주물 버킷으로 막걸리 한 말이 실려왔다.
 
그때는 과업시간 중에도 PX(지금의 충성클럽)에서 막걸리를 팔았었다. 단, 포항 1해병사단 영내에서 소주는 팔지 않았다.
(당시 김포 2해병여단 PX에서는 포항 사단과 반대로 영내에서 막걸리는 팔지 않고 소주만 팔았었다.)
 
내무반장은 캔틴 컵(군용 수통 컵)으로 막걸리를 그득 따라 내게 건네었다.
아! 난 이제 죽었다.
 
한 컵, 두 컵, 세 컵을 거푸 마셨다. 그때였다.
"야~ 그넘 마시는 걸 보니 한 말 먹겠다. 신병들 그동안 훈련받느라 뱃속에 기름기 빠졌을 텐데 그만해라!"
마침 고참(75기) 하사관이 지켜보다 권주를 말리면서 사태를 정리해 준다. 구세주 같은 소리였다.
그날 시련은 그것으로 종료되었고 우리는 바짝 기압이 든 채 구석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순검이 끝나자 이 층 침상의 아래층 구석에 매트를 지정해 주어 자리에 누웠다.
거푸 마신 막걸리 석 잔에 얼굴은 붉어졌지만 긴장하고 있었기에 정신은 말짱하였다.
 
선임들 침상은 이 층이다. 순검이 끝나자 이 층 침상이 두런거린다.
내무반 고참들이 몇 명 모여 소주병을 따는 모양이다.
 
그때 기가 막힌 소리가 이 층에서 들려 온다.
"야! 오늘 온 신병 중에 '한 말' 그 녀석 깨워서 올려보내, 그넘은 한 잔 줘야지!"
그때부터 통신반 내무실에서 내 별명은 '한 말'로 굳어버렸다.
 
(순검: 취침 전 야간점호의 해병대 해군 용어,
순검은 그날의 최종과업으로써 인원 이상 유무, 취침 상태,청결 정돈 및 명일의 전투준비에 만전을 기함에 있다.)
 
 
즐거운 것은 술 좋아하는 254기 선임이 대대 외곽의 유선고장 수리를 갈 때면
꼭 조수로 나를 대동하여 술친구 삼는 바람에 나름 내무반 생활이 순탄했다는 것이다.
 
그 선임은 고장수리를 마치고 술을 마실 때 늘 우리 대대에서 조금 떨어진 공병대대 PX를 이용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것이 그때 공병대대 PX에는 여자 군무원이 안주로 전(부추 부침개??)을 부쳐 팔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단 영내에서 과연 가능했던 일인지, 아니면 노가다 대대라 특혜가 있었던 것인지, 내가 잘못 보았던 것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그 시절 남문 옆 공병대대에서 복무했던 선임수병이 있으면 여쭈어보고 싶다.)
 
통신반 회식은 내무반에서 조금 떨어진 기재실(부대 통신장비 보관과 수선 장소)을 활용했었는데
22대대 떠나기 전까지 두어 차례 있었던 회식 뒷정리는 늘 '한 말'인 내 차지였다.
뒷정리라는 게 기재실 정리·정돈하고 75기(하사관 학교 입교기수) 하사관 기재반장과 남은 술로 2차 하는 일이었다.
 
통신반에는 75기 하사들이 5호봉(입대 5년차) 고참하사로 몇 분 있었는데 모두 광운전자공고 출신이었다.
아마 69학번쯤으로 나보다 2~3년 연상이었을 거다.
 
내가 같은 재단의 대학을 다녔다고 배려해 주었으며,
특히 기재반장이었던 이영주 하사는 무척 고맙게 보살펴 주었다.
이분은 네댓 달 뒤 김포 여단(항공대 근무)에서 우연히 또 만나게 되었고,
내가 해병생활을 견디어 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도움을 주었다.
 
포항 22대대에 있던 석 달 동안 꽤 많은 날을 술과 벗하고 지낸 것으로 기억한다.
정 술이 고프면 야간 동초 근무 때 철조망(PSP판-bomb damage repair kit) 밖을 돌아다니는 간이매점 아주머니에게(오끼나와 UDT)
소주를 사서 혼자 먹기도 했으니 신병훈련을 마치고 갓 배치된 쫄병으로는 정말 어지간히 마셨던 것 같다.
 
신병의 실수에 따른 호기를 받아준 내무반장과 술 좋아하는 괴짜 선임수병 덕분에
난 22대대 통신반에서 기압 빠진 '한 말'해병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시작한 술 버릇은 부대를 옮길 때마다 한 가지 이상의 에피소드를 낳았고
전역 전날까지 술독에 빠져 비틀거렸으니 정말 대단한 '한 말'이었다.
【작성】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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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5년 7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