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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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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 코리아나의 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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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선원 전두성의 항해일지 6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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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히말라야 원정 떠나던 날
2008년 2월 25일
토왕의 추억(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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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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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5일
손기정 선생님의 선물
about 바람처럼 스쳐간…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2018-08-27
【홍보】
【홍보】
▣ 바람처럼 스쳐간…     바람처럼의 지식창고 2018.06.13. 15:00 (2018.06.13. 15:00)

【여행】초짜 선원 전두성의 항해일지 6 (Fin)

산적에서 해적으로 변신하는 초짜 선원 전두성의 항해일지 6
2017년 9월 10일부터 20일까지 범선 코리아나 호에 승선하여 여수-부산-후포 간을 왕복 항해한 기록
 
여덟째 날 (9월 17일 일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이제 독도 항해 계획은 사라져 버렸고 요트협회의 용선계약은 오늘까지다.
오전에 선원 세 분, 궁인창, 이효웅, 구영국 님이 하선하여 귀가하였다.
 
종일 선장과 바둑으로 시간을 보냈다.
엊저녁 궁인창 님과 가볍게 한판 대결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선장님이 석 점 치수를 권유한다.
한판 대결에 한 점 오르내림을 약속하고 우선 석 점을 깔고 두었으나 내가 연이어 다섯 차례를 이겼다.
결국, 이번엔 선장님이 석 점을 깔고 두는 형국이 되었다.
 
그제야 선장께서 어제 관전한 것과는 전혀 다른 실력이라며 석 점 치수 권유한 것이 실례였다고 사과한다.
참고로 나는 인터넷 바둑 게임에서 5, 6단으로 대국한다.
 
치료 약이 잘 들었는지 저녁 때쯤부터 허리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모두 떠나고 난 범선에는 여수의 소호 마리나에서 출항할 때처럼 네 명의 seaman만 남았다.
 

 
아홉째 날 (9월 18일 일요일)
 
회항하는 날이었으나 아직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지 않았다.
출항을 포기하고 후포항에서 머물렀다.
 
예전에 선장에게 은혜를 입은 분이 후포항을 기항으로 어선 일을 하는 모양이다.
범선을 찾아 선장께 인사드리고는 점심에 초대했다.
 
범선에는 독도 항해를 전제로 사두었던 과일과 식재료가 그득했지만,
덕분에 점심에는 식당에서 물메기(꼼치) 탕을 맛볼 수 있었다.
반찬으로 홍게찜도 한 접시 나왔기에 후포항 홍게 맛도 처음 확인하였다.
 
 
귀찮은 일이 생겼다.
후포 항만에서 준설 작업을 하던 바지선이 컨테이너 선적을 위해 접안해야 하는데
우리 범선 선석을 잠깐 비워주면 안 되겠냐는 부탁이다.
이것 참, 지상 주차장도 아니고 배라는 것이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승용차도 아닌데…
부두 주변을 살펴보니 선석을 비워줄 만한 마땅한 배가 우리 범선뿐이다.
 
범선 코리아나 호의 중량톤 수는 136톤이지만 배의 중심추에 270여 톤의 납덩이가 있어 실제 배의 무게는 400여 톤에 가깝다.
그러나 선박의 무게에 비해 동력이 350마력밖에 안 되며, Bow가 길고 조타석이 고물에 있어 부두 접안 때 조종이 까다롭다.
핑계를 만들어 거절했으면 싶은데, 우리 선장님이 쾌히 승낙하고 시간을 약속한다.
결국, 식사 뒤에 선석을 양보하고 한 시간가량 배를 항만에 띄워 놓았다.
그리고 선행에 대한 보답은 다음 날 부산항에서 보상받을 수 있었다.
 
 
첫 사진에 배가 많이 나와 보여 다시 호흡 조절하면서 짝은 사진들!
 
 
오후에 선장과 항해사는 후포를 돌아본다며 상륙하였고 나는 기관장님과 벗하며 그동안 인생 항해에서 있었던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77세의 노 기관장은 오십여 년 가까이 어선을 타며 바다에서 생활했던 분이다.
 
어선에서 산업재해 사고로 말미암아 하선했고 수술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룩거리게 된 사연,
짧은 육상 생활 중에 사업하며 경험한 내용 등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그동안 대화 나눌 사람이 없어 입을 닫고 외롭게 있었던 분이다. 말문이 터지니 끝이 없다.
모처럼 지기를 만났다 싶던지 그동안 범선에서 생활하며 서운했던 일들과 속마음까지 모두 털어놓는다.
승선하여 항해하는 동안 필요로 사용한 공구와 모든 비품은 사용한 이가 꼭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라는 충고와 함께…
 
아마 말문을 닫고 있었던 동안 응어리진 마음이 조금이라도 후련해지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그 뒤부터 기관장님은 조금씩 웃음을 보여주었고 가끔 장난도 걸어왔다.
 
삼치, 사진에 보이는 삼치는 어떤 연유로 범선 도마 위에 올라있을까?
 
 
오징어잡이 어선의 집어등 효과
이제껏 알았던 상식으로 오징어는 주광성이 강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반응하는 생물이다.
이런 연유로​ 오징어잡이 배들은 엄청나게 밝은 불빛으로 오징어를 유혹한다고 알았는데
 
후포항에서 오징어잡이 어선 선장에게 들은 지식으로는
오징어잡이 어선에 집어등은 오징어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오징어는 불빛이 아닌 플랑크톤을 따라 불빛이 가려진 선박 아래로 몰려든다. (믿거나 말거나)
 

 
열째 날 (9월 19일 월요일)
 
05:45 출항이다.
역시 seaman은 항구를 떠나 바다에서 항해할 때에 삶의 활력이 생긴다.
 
06:00 근해 어장을 빠져나오며 180도로 항로변경하고 전속 항진한다.
포트 쪽으로 바라보이는 일출이 황홀하다.
 
 
 
 
 
 
 
07:40 스타보드 쪽 해변이 영덕 창포리인가?
해안 언덕에 풍력발전 풍차가 20여 기가량 바라보인다.
 
 
08:10
 
 
09:40 바람 방향이 풍하라 제노아 세일을 펼쳤다.
10:45 구룡포 해상 통과하면서 다시 세일을 접는다.
배를 세우지 않고 해장하였는데 세일 sheet가 심하게 바람에 펄럭인다. 한 방 맞으면 위험할 정도다.
아~ 이래서 해장 때는 배의 속력을 줄이거나 멈추는구나 싶었다.
 
 
풍상 : 진행 방향 앞쪽에서 불어오는 맞바람
풍하 : 진행 방향 뒤쪽에서 불어주는 뒷바람
 
 
울산 VTS에 통과보고를 한다.
15:30 울산을 통과하면서 해무가 조금씩 짙어진다.
18:00 드디어 해운대 해안 건물 군락이 눈에 보이고…
18:20 광안대교를 확인한다.
 
19:00 용호부두에 접안하려 했으나 선석이 없다.
지난번 우리 범선이 접안했던 선석에 터그보트가 정박하고 있다.
마침 터그보트에 접안해 있던 해경 경비정이 우리 처지를 딱하게 여겨 출항을 앞당긴다. 그 자리를 우리 배가 들어섰다.
지상 주차장으로 치면 이중 주차다. 부두 접안보다 쉽게 배를 붙였다.
 
터그보트 : tugboat, 예인선[曳引船]
주로 다른 선박이나 바지선, 크레인 바지선 등을 끌거나 밀면서 운항하거나 대형선의 부두 접안과 출항을 돕는 선박.
 
 
부산 VTS에 접안 보고를 한다.
오늘 항해가 끝났다.
 
 
그런데 선장을 뵈러 오는 지인이 부산 맛집에서 돼지국밥을 주문해 온단다.
여덟 시가 넘어서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기다림이 조금 짜증스러웠지만, 맛은 괜찮다.
 
 
21:00 항해사 이대일 님과 사우나를 찾았다.
기관장도 함께 사우나에 갈 것을 권유했으나 사양한다.
대신 약국에서 통증에 붙이는 파스만 하나 사다 달라는 부탁이다.
 
목욕을 마치니 벌써 열 시다.
그런데 파스는… 지금까지 문을 열어놓은 약국이 있을까?
사우나 매니저에게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더니 여기저기 수소문한다. 부산 분들 예의와 친절이 고맙다.
근처에 메가마트라는 대형 상점이 있으며 그곳 약국이 밤 열한 시까지 판매한다고 알려준다.
항해 동안 부두에 세워놓았던 이대일 님 승용차를 이용하여 간단히 마트 약국엘 다녀왔다.
우리 기관장이 무척 기뻐한다.
 

 
열하루째 날 (9월 20일 월요일)
 
꽤 피로감이 쌓였나 보다. 온몸이 시큰거린다.
이제 항차 마무리 항해다.
 
05:45 출항!
이물에서 전방견시하며 받는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이물 : bow, 배의 앞머리 부분
고물 : stern, 배의 뒤 꼬리 부분
 
 
06:10 오륙도 통과
오륙도를 돌아가자 갑자기 바다가 거칠어졌다.
부산 앞바다를 지나 남해로 들어서자 겨우 잔잔해진다.
 
07:20 낚시 포인트로 잘 알려진 다대포 나무섬을 지난다.
모바일에 저장해 둔 바다 노래를 범선의 앰프에 연결하고 스피커 볼륨을 높였다.
바다로 가자, 해군가 등이 힘찬 합창으로 흘러나온다.
 
 
 
가덕도를 비켜 거제도를 외해로 돌아나간다.
가덕도를 비키지 않고 거제도 사이를 지나면 진해 앞바다 옥포만, 내 고향 바다이다.
구름 덮인 흐린 하늘이다. 해무 때문인지 시계가 썩 좋지 않다.
 
 
 
 
09:00 거제도 외해로 들어선다.
항로 240°, 엔진 출력 1,500 RPM, 속력 8.7knot !!!
 
09:50 해금강을 통과한다.
10:25 대, 소병대도 사이를 지났다.
 
 
 
14:00
 
16:00
 
 
 
 
17:15 드디어 여수!
 
좌현 접안이다. 우현에 두었던 팬더를 좌현으로 옮기고 홋줄도 모두 이동하여 접안 준비를 한다.
무사히 접안, 배가 선착장에 잠깐 붙었을 때 얼른 뛰어내려 일단 홋줄을 붙들어 맨다.
 
정박한 뒤에 다시 선수와 선미가 움직이지 않게 홋줄을 잘 당겨 묶고 풍랑에 대비하여 여벌 홋줄을 한 가닥씩 더한다.
여수 VTS에 입항신고하고 육상 공급 송전선을 범선에 연결한다. 선내를 정리하고 선실 문을 닫았다.
개인 소지품 가방을 들고 하선하며 항차를 마무리한다.
 
선장 부인께서 마중을 나왔다.
상륙하여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선장, 기관장, 이대일 항해사와 나…
오랜만에 맛보는 갈치조림이 맛있다.
 
20:20 여수 고속버스 터미널
선장 부인의 갓김치 선물이 묵직하다.
부산으로 가는 이대일 님과 이별하고 내가 먼저 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의자에 앉자마자 눈을 감았다. 중간 휴게소인 줄 알고 눈을 뜨니 어느새 서울이다. 새벽에 집으로 들어섰다.
잠깐 샤워하고 죽음처럼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날, 그다음 날도…
 
나는 아무래도 다시 바다로 가야겠다.
떠도는 집시의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갈매기가 가는 길,
고래가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뱃놈들의 신나는 이야기,
긴 항해가 끝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있으면 그만이다.
 
그리고는 몸살과 감기로 일주일을 앓았다.
 
 
-끝-
【작성】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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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5년 7월 1일